도시를 배우는 작은 시선들… 부산의 아이들이 미래를 디자인한다

세련된 고층빌딩의 그림자가 오후 햇살 아래로 길게 드리운 1월의 부산, 그 한 복판에서 아이들이 손에 연필을 쥐다. 전국에서 보기 드물게 어린이들이 도시 설계의 주체가 되어가는 자리, 바로 ‘키즈 디자인랩’의 현장이다. 이 프로그램은 단순한 체험이나 보드게임 같은 교육이 아니다. 어린이와 청소년이 명실상부하게 ‘미래 부산’의 주인공이 되어 시민 중심의 디자인, 포용적 도시 조성을 함께 고민한다.

키즈 디자인랩에 참여하는 아이들의 손끝엔 생각보다 단단한 문제의식이 묻어난다. 장애가 있는 친구가 학교 앞 계단에서 힘들어하는 모습을 그려낸 다섯 살 하진이, 엄마와 저녁 장을 보려고 집 근처 시장을 돌 때마다 느꼈던 골목의 위험함을 이야기하는 초등학생 태우. 도시의 ‘불편’과 ‘위험’이 아이들의 언어로 전해진다.

부산시는 이번 실험을 통해 ‘아이들의 시선에서 도시를 다시 본다’는 과감한 기획을 내걸었다. 미래 시민이자 사용자인 아이들이 직접 답을 찾는 과정-그것 자체가 참 특별하다. 지자체 차원의 이런 시도는 선진국에서도 각종 성공과 실패 사례가 반복되며 이어지지만, 한국 사회에선 여전히 미지의 영역처럼 다뤄진다. 흔히 전문가 위주의 대책, 서류상 청사진 설계에 치우치기 일쑤였다. 그래서 더 절실하게 느껴지는 첫 걸음이다.

현장에선 아이들의 다양한 요구가 쏟아졌다. 친구와 뛰어놀 수 있는 공원이 부족하다는 어린이, 다문화 친구들과 함께 어울릴 공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아이들은 단지 교통이나 안전만을 말하지 않았다. 함께 꿈꾸고 자라나는 도시, 모두를 배려하는 공간을 원했다. 진행자들은 짧은 순간에 아이들과 아주 밀도 있게 공간을 상상하며, 종이 위에 꿈을 펼쳤다. 부산을 넘어 전국적으로 확대될 만한 시사점이 엿보이는 장면들이었다.

부산시가 의욕적으로 내세운 키즈 디자인랩은 시민참여, 어린이 정책 발굴 측면에서도 신선하다. 기존의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정책 전달’에서 벗어나, 어린이와 청소년을 진정한 ‘주체’로 세운 과정은 거대한 변화를 예고한다. 일본의 ‘어린이 디자인 스쿨’, 북유럽의 ‘아동 도시 프로젝트’처럼 각종 해외 사례와 견줘도 뒤지지 않는 기획이다.

아이들에게 “네가 시장이라면 부산에 어떤 걸 바꾸고 싶니?” 하고 물었을 때, ‘큰 도로에서 손 잡고 건너기 무서울 때가 있다’ ‘친구들이랑 마음껏 놀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답이 들려왔다. 어른의 시선으론 사소해 보여도, 둥근 눈망울에 담긴 진심 어린 바람이 그 도시의 미래를 바꾼다. 부산시 관계자에 따르면 일부 아이디어는 실제 공공디자인이나 시정에 곧바로 반영될 예정이다. 행정이 꿈만 꾸는 것이 아니라, 실천 단계로 옮겨지는 근거 있는 희망이다.

최근 유럽·일본 등 해외도 민주시민 교육의 필수 축으로 ‘어린이 도시 디자인’에 주목한다. 단순히 건물을 짓거나 길을 넓히는 작업이 아니라, 시민 모두가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작은 약속’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한국의 도시 정책은 여전히 효과나 효율, 예산 중심으로 흘러왔다. 부산 키즈 디자인랩의 실험이 성공한다면, 아이들이 바란 ‘함께의 가치’ ‘공존의 원칙’이 일상 공간 속에 차근차근 녹아들 소중한 계기가 된다.

부모들은 ‘아이 목소리 듣는 시정’에 큰 의미를 둔다. 맞벌이로 쫓기는 하루, 혹은 돌봄 공백이 늘어가는 위험 속에서도, 우리 아이가 직접 느끼고 참여했던 경험 한 조각이 훗날 ‘도시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데 근본적 힘이 되지 않을까. 디자인 실습, 정책 제안의 방식이 다소 어색해 보여도, 결국은 ‘시민 자존감’과 ‘참여민주주의 성장’이라는 귀중한 결실을 안길 것임을 지켜본다.

교육 격차, 돌봄 위기, 사회적 고립 등 아동·청소년을 괴롭히는 한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 또한 이 과정에서 거듭 조명된다. 어린이의 이야기 속에는 누군가는 뒤처지고, 누군가는 소외되는 도시의 단면도 스며 있다. 키즈 디자인랩이 다루는 아이디어는 작지만, 사회 구석구석을 달래는 온기가 될 수도 있다.

아이와 부모, 정책담당자, 교사가 같은 원탁에 둘러앉아 미래를 꿈꾸는 모습. 그 소중한 풍경이야말로 나와 우리, 그리고 다음 세대의 도시가 진짜 아름다워지는 길목을 보여준다. 도시와 정책은 결국 도시를 살아내는 ‘사람’, 그중에서도 아이들과 함께일 때 빛이 난다. 정답을 강요하지 않고, 스스로 질문하고 답을 찾는 어린이들의 실천을 더 넓혀가기를, 그리고 더 많은 도시에서 ‘아이의 시선’이 정책의 첫 줄이 되기를 소망한다.

— 김민재 ([email protected])

도시를 배우는 작은 시선들… 부산의 아이들이 미래를 디자인한다”에 대한 11개의 생각

  • 이런 시도가 전국적으로 확산됐으면 합니다. 아이들의 목소리를 도시 설계에 반영한다는 건 생각만 해도 벅찬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우리 사회가 교육과 복지, 그리고 아이들의 안전을 강조하곤 하지만 실제로 정책에 아이 눈높이가 녹아드는 것은 드물었어요. 부모 입장에서는 이런 변화가 더 많아지길 바랄 수밖에 없네요. 현실적으로 예산 문제나 행정의 벽, 어른들의 고정관념이 시도를 가로막을 수 있다고 봅니다. 그래도 부산처럼 아이들에게 공간을 내주는 실험이 계속 된다면 언젠가는 우리 사회 전체가 달라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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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들한테 도시 맡기면 생각보다 재밌겠네. 이런 실험 계속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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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런 건 좋은 취지인데… 실제 적용까지 잘 갈 수 있을지 걱정이 많네요. 정책이 너무 보여주기식으로 끝나진 않을지… 근본적인 변화가 따랐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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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런 시도야말로 진정한 미래 투자 아닐까요?🤔 아이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직접 참여하게 만드는 정책이 진짜로 실현되기까지 얼마나 큰 노력이 필요할지 상상만 해도 감동입니다. 부모 입장에서는 이런 작은 변화 하나가 우리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앞으로 더 많은 기회가 만들어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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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 이런 기획은 좋지만… 결국엔 어른들이 ‘너희 의견 잘 들었다~’하고 선심 쓰는 척하다가 원래 하던데로 갈듯ㅋ 특히나 부산처럼 대형 개발에 목 메는 도시에서 애들 꿈이 현실에 영향을 줄 가능성은 낮지. 그래도 이런게 누적되다보면 진짜 변하는 걸까? 흠, 솔직히 보여주기용 정책이랑 실질적 변화 사이에서 항상 아슬아슬해서 좀 냉소적이긴 함🙄 다만 이런 분위기가 커지면 시민 사회가 조금씩 성숙해진다는 점엔 동의. 그래도 본질적으로 아직 멀었다고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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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짜 이런 기사 볼때마다 희망이란 단어가 얼마나 쉽게 남용되는지도 느껴짐ㅋㅋ 현장에선 제대로 작은 목소리 들어줄지 두고봐야죠. 부산만 말고 전국은 언제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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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런 거 제대로만 하면 좋긴 하겠다. 근데 윗선이 바뀌면 흐지부지될수도 있어서 좀 걱정됨. 진짜 애들 의견 실제 정책에 반영하는지 좀 투명하게 공개됐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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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참신하긴 한데 요즘은 다 이런 식으로 포장해서 가끔 진정성이 의심되기도 함. 근데 아이 시선에서 도시를 보는 건 확실히 의미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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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야~ 키즈 디자인랩이라… 이름부터 힙하네 ㅋㅋ 부산에서 애들한테 마이크 넘길 줄은 몰랐다! 다음엔 부모 디자인랩 해주면 어때요? 뭐 사실 결과물은 ‘으른’들이 다 쥐고 있겠지만ㅋㅋㅋ 그래도 이런 게 사회 바꾸는 밑거름이라 믿어봅니다. 도시가 애들도 존중해주면 어른들도 좀 나아지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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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rabbit_American

    이런 게 진짜 미래 준비 아닙니까? ㅋㅋ 어른 정책보다 차라리 애들이 더 현실적인 얘기 많이 하던데,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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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짜 이런 거 볼 때마다 국내 시정도 드디어 변화골든타임 온 건가 싶어요. 애들 참여 정책, 해외에선 짧은 시간에 큰 사회적 합의 끌어냈는데 우리도 가능한지 지켜볼게요. 부산이라서 더더욱 상징적입니다. 정책이 장기적으로 지속될 수 있게 사회적 인식부터 바뀌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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