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틀몬스터의 ‘재량근로제 폐지’ 선언, 그 이면에 숨은 포괄임금제의 온존

젠틀몬스터가 재량근로제를 공식 폐지한다고 공표했다. 패션과 IT를 접목한 혁신 기업이자 MZ세대의 트렌드를 선도하는 곳인 만큼, 이번 결정으로 국내 노동시장, 특히 유연근무 체제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촉발됐다. 그러나 실상을 들여다보면 젠틀몬스터의 선택이 과연 노동 환경 개선의 청사진을 그렸는지, 아니면 여전히 다른 형태의 유연 근로제도인 ‘포괄임금제’ 아래 또다른 허점과 부담을 남긴 채 사회적 환기를 노린 단발성 조치인지 복합적인 질문이 제기된다.

젠틀몬스터가 사내 재량근로제를 폐지하겠다고 공식 입장을 내놓은 시점에 사회적으로도 재량근로제와 포괄임금제의 논쟁이 뜨겁다. 재량근로제란 근로자가 노동의 시간, 방법 등을 자율적으로 결정하되 결과 중심으로 평가받는 한국형 사무직 근로 형태다. 이 제도는 노동자가 ‘재량’을 가진다는 장점이 있지만, 실제 시행 과정에서는 초과노동과 책임전가, 근로시간 산정의 불투명성 등 악용 사례가 적잖았다. 2023~2024년 동안 IT업계와 일부 스타트업에서 재량근로제를 남용한 ‘노동 착취’ 논란이 이어졌고, 최근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다수 다국적·국내 대기업 사례가 지적됐다. 여론은 ‘유연함’이란 취지가 현실에선 구조적 장시간 노동, 불투명한 임금 체계로 전락한다고 비판한다.

젠틀몬스터의 폐지 선언은 ‘노동권 보호’라는 담론을 불러일으켰으나, 정작 새롭게 채택한 포괄임금제는 유사한 문제를 내포한다는 점에서 그 효과와 의미가 단번에 평가되기 어렵다. 포괄임금제는 연장·야간·휴일근로 등 모든 수당을 월급에 일괄 포함해 지급하는 방식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인건비 예측에 도움이 되고, 관리 부담이 적으나 노동자 처지에선 실제 초과 근로에 대한 수당이 제대로 지급되지 않거나, 실제 노동시간 파악이 어려워지는 ‘숨은 장시간 노동’이 양산된다. 서울, 수도권의 IT 및 크리에이티브 노동시장에서는 오히려 포괄임금제가 근로시간 통제장치 약화, 임금 체계 불투명성 문제를 양산해왔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포괄임금제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제공하지 않기에, 젠틀몬스터가 택한 이 제도가 제2의 논란거리가 될 소지가 높다.

이전에도 여러 기업들이 논란 끝에 재량근로제를 폐지하고 포괄임금제로 이전한 사례가 반복됐다. 2024년 국내 주요 금융 IT기업 및 대형 게임사에서도 유사한 조치가 있었다. 당시에도 실질적 노동환경 개선은 이뤄지지 않았다는 내부 고발, 익명 앱 기반 증언, 심지어 집단소송이 이어졌다. 기업은 업무 효율성과 인재 확보라는 미명 아래 제도를 선택했고, 노동계는 “제도가 바뀌어도 본질은 안 바뀐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포괄임금제는 현실적으로 한국 대다수 사무직에서 관행적으로 유지돼 왔다”며 “구조적 해법 없인 매번 제도‧용어만 달라질 뿐”이라고 지적한다.

젠틀몬스터의 사례는 정치권에도 시사점을 남긴다. 2025년 말 시작된 22대 국회의 노사관계법 전면 손질 논의에서 ‘근로시간의 유연성’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여야는 각기 다른 입장이다. 여당(국민의힘)은 디지털 시대 유연근무 제도를 옹호하며 “혁신 산업 생태계 유지와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 노동시장 유연성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야당(더불어민주당)은 “노동권·근로기준 후퇴는 안 된다”는 기본 입장을 견지한다. 실제 법무법인, 노동시민단체들도 젠틀몬스터 사례를 언급하며 ‘기업형 포괄임금제의 그림자’를 경계한다. 시민단체 참여연대, 한국노총도 “재량근로제 한계 진단 이후 포괄임금제로 겉만 바뀌는 게 아니라 실질적 근로시간 단축과 임금투명성 확보가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회적 맥락을 고려해야 한다. 최근 2년간 2030세대 노동자들은 워라밸(일-삶 균형) 붕괴, 번아웃 증가를 호소하는 비율이 이전 세대보다 훨씬 높았다. 실제 커뮤니티 알바몬, 블라인드 등에서 젠틀몬스터발 논의는 “겉으로만 제도 바꾸는 생색내기 말고, 본질적인 노동환경 개선이 중요하다”는 목소리로 번진다. 특히 젠틀몬스터 같은 트렌드세터 기업이 구조적 한계를 명확히 인식하지 못한 채 제도 변경만을 내세울 경우, 나머지 업계나 스타트업 생태계 전반에 ‘면피용 조치’가 유행할 가능성까지 있다. 이 경우, 실제 변화와 긍정적 파급효과가 제한적임은 자명하다.

한편, 젠틀몬스터의 결정 배경엔 바뀐 노동환경 트렌드, 법적 리스크 관리 필요성, 내부 임직원 요구, 대외 이미지 제고, 그리고 글로벌 시장 진출에 따른 스탠더드 준수 압박 등 복합적 요인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 다수 글로벌 브랜드, 빅테크 기업들은 오래전부터 투명한 근로시간 산정, 초과근로수당 명확화 등 노동 권익 측면에서 한발 앞선 제도를 도입해 왔다. 하지만 국내 IT·스타트업 업계의 ‘포괄임금제 온존’은 시대 변화에 뒤처진다는 비판이 거세다. 최근 국회와 노동계가 추진하는 ‘포괄임금제 실태조사 확대’와 ‘근로시간 현실화’는, 젠틀몬스터를 포함해 유사 기업 전체에 중장기적으로 압박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젠틀몬스터발 논쟁의 본질은 결국 ‘노동자의 시간’과 그 보상에 있다. 법제도의 틈새에서 매번 틀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 노동환경 개선 및 투명한 임금 체계 확립, 사업장 내 심층적 소통문화 강화가 병행되어야만 이 문제의 핵심에 접근할 수 있다. 정책과 제도의 경계에서 매번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기업 전략이 거시적으론 사회 전체에 불신과 불만을 퍼뜨릴 수 있음을, 현장에서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 최은정 ([email protected])

젠틀몬스터의 ‘재량근로제 폐지’ 선언, 그 이면에 숨은 포괄임금제의 온존”에 대한 7개의 생각

  • 회사들이 근로문화 개선한다면서 보여주기식 제도만 도입하는 건 그만 좀 했으면 좋겠습니다. 재량근로든 포괄임금이든 결국 현장에선 노동자들만 힘들어질 뿐이죠. 젠틀몬스터도 다르지 않네요. 본질은 ‘실제 근무 환경’의 변화인데, 뭘 바꿨다는 건지 전혀 와닿지 않습니다. 이러니 한국 노동시장 발전이 늦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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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니 이쯤 되면 그냥 용어만 바꿔서 욕먹을 거 덜 받으려는 거 아님?! 재량근로제 폐지? 박수 치란 듯ㅋㅋ 전통 있는 꼼수에 진심이 담길 리가 있나!! 노동자들, 특히 젊은 사람들이 이렇게 알아서 다 제일 많이 당하는 거, 진짜 화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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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업들, 진짜 편법은 기똥차게 잘 찾음 ㅋ 포괄임금제도 노동강도 쩌는데… 근로청 아저씨들은 도대체 뭐하냐… 직원 건강 챙기는 분위기 좀 내보자 pl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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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ㅋㅋ 근로제 바꾼다고 근무환경이 좋아지나? 결국 실적, 초과근로, 야근해야 한다면 뭔 소용임. 다 쇼윈도지. 젠틀몬스터 면접 가야지 또다시 생각하게 됨ㅋㅋ 같이 고생 안 하는 회사가 어딨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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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젠틀몬스터는 결국 여타 기업이랑 다르지 않은 거 같아요. 실질적으로 뭐가 바뀌었는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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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근로문화 혁신이란 말 그대로 혁신이 맞는 건지… 젠틀몬스터부터 진정성 있는 움직임 보여줬으면 좋겠어요😊 직원들 건강이 먼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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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게 뭐가 달라진거지? 🤔 그냥 회색지대만 늘어난 느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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