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이 떠난 빈자리와 태국의 디즈니 꿈
일곱 개의 시간대가 흐르는 골목길, 찬란한 황금빛 사원의 이슬 맺힌 지붕 아래, 한때 눈을 감아도 관광객 소음이 아지랑이처럼 감도는 나라, 태국. 소위 ‘관광 대국’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하지 않았던 곳이 지난해 들어 예상 못한 침체를 겪고 있다. 팬데믹 이전 연간 4000만 명에 달하던 외국인 관광객 숫자는 2023년 2800만 명 대에 머물렀다. 거리를 “보다 밝고 사랑스럽게 한다”며 노점상도 줄이고 거리 환경도 바꿨지만, 부자나라 관광객들은 생각보다 돌아오지 않았다. 그 공백에 삭막함이 번져간다.
요즘 방콕의 짜뚜짝 시장엔 서늘한 바람만 맴돌고, 푸켓 모래는 여전히 부드럽지만 발자국이 듬성듬성 흩어졌다. 코로나19로 인한 입국 제한이 사라진 후에도 중국인 여행객은 예전만 못하다. 코로나 시기 태국인의 일상에 스며든 외로움과 경제적 고민이, 세계 어디서나 체감되는 ‘뉴 노멀’의 현실로 고스란히 번져 있다.
태국 정부의 해법은 상상력이 섞인 야심찬 대책으로 나타났다. “디즈니랜드를 유치하겠다.” 무척 생경한 이야기지만 현지 매체와 행정부 모두 실제 실행을 준비 중이다. 부동산 개발업자들과 협력, 방콕 외곽 최대 규모 테마파크 조성계획도 공개됐다. 대만·중국·홍콩 자본 유치, 아시아 관광 흐름을 변화시킬 ‘복합리조트’ 플랜도 가세한다.
하지만 지워진 발자국만큼이나 의문도 남는다. 유난히 미소 짓던 태국인 상인들이 줄어드는 관광객 탓에 거리에서 사라져간다. 관광 산업은 한 나라의 기억과 감정, 사회구조까지 품는다. 화려한 테마파크가 세워지더라도, 재현 불가한 ‘진짜 태국’의 감칠맛이 돌아올 수 있을지는 누구도 장담하지 못한다. 2025년 아시아 대형 관광지 대부분은 관광객 유치에 새로운 상상력을 쏟고 있다. 일본은 외래 관광객을 위한 세심한 서비스 혁신을, 싱가포르는 최첨단 어드벤쳐 시설 확충을, 베트남·말레이시아는 지역 특색을 살린 전통행사 및 신생 리조트로 승부수를 던진다. 태국의 디즈니랜드 전략은 이들과 비교해 ‘서구식 대형 콘텐츠’ 수입에 집중됐다는 점에서 조금은 다른 길이다.
동남아 현장 취재 기자들과 수차례 연락을 주고받았다. 파통 해변 근처 작은 식당 주인은 “디즈니랜드는 꿈이죠, 우리는 그저 다시분 빨개진 얼굴의 여행자들이 제 가게로 들어서길 바래요”라고 말했다. 개성 넘치는 길거리 푸드, 입이 얼얼해지는 솜땀과 짭조름한 볶음국수 냄새, 도시와 시골 사이 느닷없는 계절의 돌연변이. 태국의 매력은 테마파크 안에 갇히지 않는다. 여행자의 시선도 변화하고 있다. 체험과 취향, 진짜 현지의 숨결을 쫓아가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관광업 회복을 위해서는 동남아 전체가 서로 경쟁하며 동시에 배워간다. 숫자는 경제지표지만 라텍스 매트, 망고스틴의 달큰함, 어촌마을 아이들 웃는 얼굴에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여행의 의미가 스며 있다. 변화의 바람 안에서 태국은 옛것에 머무르기보다 한걸음 나아가길 택했다. 아직 미완의 꿈이지만, 모순되고 팽팽한 전환점 위에서 태국 관광산업은 어느 쪽도 완성형이 아닐 진짜 ‘과도기’에 머물러 있다.
거대한 디즈니랜드가 그 공백을 채울 수 있을지, 아니면 방콕 골목 모퉁이에서 미소 짓는 상인과 손님 사이 담백한 인사가 더 귀하고 먼지 쌓인 추억이 될지. 이 ‘관광 대국’의 변화는 앞으로 아시아 관광판의 풍경도 바꿀 가능성이 있다. 익숙한 열대의 오후 대신, 새로운 상상력으로 빚은 아시아 여행의 미래는 태국이 먼저 묻고 있는지도 모른다.
— 하예린 ([email protected])


헐;;진짜로??😳
디즈니랜드 유치라니… 너무 참신해서 웃음밖에 안 나옵니다. 전통과 독특한 분위기로 유명하던 태국이 이렇게까지 변신을 꾀해야 하는 건지 아쉽군요.
굳이 태국까지 가서 디즈니랜드를 봐야 하나 싶다!! 그나저나 코로나 이후로 세계가 어떻게 변하는지…관광판이 너무 매번 재편되는 거 아님? 현지 색깔 하나 없이 체인점, 테마파크, 브랜드만 득실득실…현지 전통이랑 스토리텔링에 투자했으면 훨씬 멋졌을텐데. 항상 서구식 대형 투자만 답이라고 생각하는 게 유감!!
디즈니랜드 하나로 관광 회복…좀 어려워보이는데요.
세계가 너무 빨리 변해서 정신이 없네요!! 태국의 결정도 이해는 갑니다만, 오랜 시간 쌓인 문화유산과 사람 냄새가 가득한 여행지여야 다시 찾을 매력도 더 커질 텐데요… 관광업계 회복은 단발성 대책만으론 어려운 듯!!
관광객 유입에 목마른 마음은 알겠지만🤔 꼭 글로벌 브랜드 세워야 하는지는 의문이 들어요. 태국만의 정서와 분위기, 그 현지인들과의 얘기가 사라진다면… 앞으로 아시아 여행 다 똑같아야 하나요?😥
세계적인 관점에서 보면 여행지가 너무 획일화되는 느낌이 드네요… 방콕의 거리 음식 풍경, 푸켓의 작은 어촌 마을… 그 고유한 무언가가 사라진다면 디즈니랜드 몇 개 세워도 경쟁력이 떨어질 거예요. 지역 문화 정체성, 현지인의 진짜 일상이야말로 태국 여행이 특별한 이유인데, 글로벌 브랜드가 그걸 대신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관광산업의 위기 해결이 단지 대형 테마파크로 가능하다면 이미 일본이나 싱가포르가 독주하고 있지 않았을까요? 아쉽고 복잡한 심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