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가야까지 아우른 4개국 통일사…하응백 소설 ‘사국지’
한반도의 역사는 언제나 현재를 비추는 오래된 거울이다. 하응백 작가의 신간 소설 『사국지』는 고구려, 백제, 신라, 그리고 가야라는 네 왕조가 뒤얽혔던 격동의 삼국·사국 시대를, 기존 역사서의 다층적 한계를 넘어서 소설만의 상상력으로 풀어냈다. 이 소설은 흔히 ‘삼국시대’로 축약되는 시공간에 ‘가야’라는 존재를 처음으로 본격적으로 동등하게 놓아, 한반도 남부의 독특한 정치·문화적 복합성을 조명한다. 작가는 단순히 네 왕국의 흥망성쇠를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김수로왕의 가야, 점차 팽창하는 신라, 중국과의 외교전이 임박한 백제, 그리고 유목과 농경의 경계에 섰던 고구려까지. 각 왕조의 국가 운영 방식, 권력 구조, 심지어 무기와 토기까지 세심하게 그려낸다. 작품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각 패권국 지도자들의 내면과 신화적 장치를 세밀하게 교차해 입체화하는 서술법이다.
『사국지』의 공간적 중심은 낙동강, 그리고 가야연맹체의 흥망이 이어지는 골짜기들이다. 작가는 이 지역 사람들이 오랜 기간 유지해 온 영토 지키기, 정체성 확립, 국제관계에서의 줄타기를 조목조목 짚는다. 소설은 동아시아 정세와 지역국가들의 상호작용을 복원하면서, 고구려-신라의 협력 혹은 패권 다툼 사이, 백제의 외교술, 가야의 해상문명과 철기문명 등 각각의 차별화된 동인을 구조적으로 파고든다. 이를테면, 신라가 사로국에서 신라로 체제 전환을 거치며 내부적인 이질성을 얼마나 애써 봉합했는지, 가야가 왜 꾸준히 독자 행보를 하게 되었는지 등을 소설의 주인공을 심층적으로 추적하며 설득력 있게 풀어낸다. 작가는 각 군주의 개인적 야망만을 다루지 않고, 집단 구성원들의 소소한 갈등, 주변 소국들의 군소 전쟁까지 섬세하게 비춘다. 이를 통해 하응백의 ‘사국지’는 단순한 영웅 서사가 아닌, 당시 한반도 전역을 감싼 인간 군상의 총체적 풍경화를 그린다.
작품은 매끄러운 전개와 함께 역사적 사실과 허구가 교차하는 경계에서 역사의 본질적 의문들을 끄집어낸다. 특히, 작가는 여러 사료의 빈틈을 이야기의 상상력으로 메우되, 현대에서 가야사의 복원 운동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묻는다. 고대 유적 발굴, 유물 논쟁, ‘한민족’이라는 집합적 개념의 재구성 등 현실의 복잡한 역사 인식 문제를 소설의 핵심 동력으로 삼는다. 하응백은 고증에 충실하면서도 각종 설화와 구전을 입체적으로 이식하여, 독자에게 과거와 현재의 경계를 오가게 한다. 특히 가야를 영웅적이거나 비운의 왕국으로 국한하지 않고, 성장과 멸망의 과정을 입체적으로 다룸으로써, 오늘날 ‘포용적 역사 인식’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제시한다.
또한, 이 작품이 지닌 문화적 의의는 최근 부상하고 있는 ‘지역사와 로컬 아이덴티티’의 맥락과도 맞닿아 있다. 역사소설임에도 불구하고, 핏빛으로 물든 전투 장면이 아닌, 등장인물들 간의 일상적 대화, 대외정책의 치밀함, 종교적 선민의식과 혁신적 기술 문명의 전파 등 다양한 사회적 측면을 강조한다. 작가는 각 왕조가 각기 다른 이상과 한계를 품고 있다는 사실을 심도있게 묘사한다. 신라가 비정한 정복자로만 그려지지 않고, 백제와 신라의 우호와 경쟁, 고구려의 자주적 세계관, 가야의 무역적 활력—all이 서로 충돌하는 인간적 드라마로 용해된다.
문체에 있어서 하응백 특유의 진중한 분석과 서정적 서술이 맞물린다. 불필요한 장황함을 배제하며, 한 문장, 한 단락마다 인간 운명의 힘겨운 표정들이 서려 있다. 그는 고대 국경의 흐릿함, 종족 동화와 이질의 경계, 군사 전략, 외교의 미묘함까지 입체적으로 서술한다. 이 작품의 독법은 진지한 역사소비뿐 아니라, 긴장과 완급이 어우러지는 이야기 읽기를 제공한다. 독자에게 익숙한 ‘삼국시대’ 틀을 해체하고, ‘사국지’—즉 4국의 역사를 재구성하는 경험으로 이끈다. 실제로 최근 국내 역사학계에서 강조되는 ‘가야사 재조명’, 생태문명의 관점, 문화 기술의 교류와 식민성 논쟁까지, 이 소설의 담론적 함의는 실로 깊고 넓다.
이제 ‘삼국통일’이라는 일방적 서사에서 벗어나, 마지막까지 독립성을 지키려 했던 가야와 그 주변의 수많은 군소국가, 그리고 오늘의 한반도 속 인간 군상들이 겹쳐지는 소설 『사국지』는 단지 또 하나의 역사소설이 아니다. ‘국가란 무엇이고, 통일이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근원적 질문까지 아우른다. 인간 욕망, 사회 구조, 문화적 기억의 레이어가 수없이 교차하는 공간. 이 소설이 선사하는 시간여행은, 독자에게 과거와 현재, 그리고 앞으로의 ‘공존’을 한 번 더 곱씹게 만들 것이다.
— 한도훈 ([email protected])


이거 봤냐?ㅋㅋ 가야가 갑자기 메인캐ㅋㅋ 뭔가 신선은 함ㅋㅋ
와 이거 책내용 궁금해요ㅎㅎ 가야도 진짜 재평가 받아야겠죠?🤔 정리글 나왔으면👍
솔직히 우리나라 역사소설 너무 반복ㅋㅋ 이번엔 그나마 실험적인가??
이런 책 있음 알려주셔서 감사요! 근데…가야 얘긴 처음임 ㄹㅇ
가야가 대체 몇번째 부활하는거냐… 이젠 좀 새롭긴하네ㅋㅋ
…가야사 재조명하는 게 요즘 트렌드인가… 소설로 들여오는 시도, 보는 맛은 있겠네ㅎㅎ
와 요즘 역사소설 쓰는 각도 확실히 달라진 거 같아요!! 특히 가야가 부각된다니 신기하네요ㅎㅎ 정보 감사합니다👍 그리고 사극 드라마로 만들면 대박칠 듯 ㅋㅋ
가야 등장이라… 새로운 시각 제시엔 동의. 근데 막 과도하게 재평가되는 느낌도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