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여행, 양보다 깊이를 고민할 때
2월의 공기에는 겨울의 쓸쓸함과 봄의 기대가 한 자락에 섞여 있다. 그런 계절의 경계에서, ‘방한객 3천만’이라는 거대한 수치가 뉴스의 머리말로 등장했다. 눈으로 보면 반짝 경이로워 보이지만, 그 뒤에 숨은 숫자의 본질을 차분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최근 한국관광공사와 문화체육관광부 등 여행·관광 당국은 방한 외국인 관광객 3천만 명 시대에 대한 청사진을 강조한다. 세계적인 팬데믹 이후 다시금 나들목이 활짝 열리자, 서울의 거리와 지방 명소는 외국인 여행자들로 북적인다. 기차역, 전통시장, 산책길, 음식점 어디서든 이국의 언어가 오가며 한국 여행의 활기를 새삼 느끼게 한다. 하지만 수치와 현실 사이에는 언제나 놓치기 쉬운 그림자가 있다.
이번 기사에서 두드러진 점은, 국내 여행의 ‘가치’가 해외 주요국과 비교했을 때 여전히 절반 수준이라는 점이다. 방한 여행의 양적 성장에도, 여행자 한 명이 한국에서 소비하고 체험하는 여행의 질과 지속가능성, 그리고 만족감은 기대만큼 따라오지 못한다.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여행자의 평균 소비 금액이나 체류 일수, 여행 경험의 다양성 등 핵심 지표들은 일본, 프랑스 등 관광 ‘강국’과 견주어 아쉬움이 남는다. 이는 단순히 ‘더 많은 사람을 부르는 것’만으로는 풀 수 없는 구조적 한계임을 시사한다. 최근 발표된 국가관광경쟁력지수, 아시아태평양관광협회의 분석, 세계관광기구와 글로벌 경제 협력체의 자료 등 여러 국제 비교에서도 유사한 지적이 잇따랐다.
숫자가 쌓여간다고 공간이 넓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곳저곳 관광지마다 출입구에는 줄이 길고, 인기 식당 앞에는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 명동과 인사동, 강릉 주문진, 제주도의 길목은 이미 한계치를 넘나드는 혼잡함을 보인다. 그러나 그 풍경 속에서 동시에 들려오는 불만의 목소리들도 있다. 지역 소상공인은 배달앱과 단체 관광의 후폭풍에 시름을 앓고, 여행자들은 정형화된 코스와 거품이 낀 가격, “한국 어디든 똑같다”는 아쉬움을 털어놓는다. 부산의 한 게스트하우스 주인은 “손님은 많아졌지만 체류 시간이 짧고, 국내 소도시만의 공감각적 경험을 누릴 기회는 점점 줄고 있다”고 말했다.
질적 내실이 부족하다는 (이번 보도의) 핵심은 한국 여행만의 진정한 매력, 경험의 품질에서 비롯된다. 일본의 현지 사케바나 프랑스의 지방 소도시처럼, 지역을 온전히 ‘사는’ 느낌을 선사하는 여행이 국내에는 드물다. 무엇보다 한정된 공간, 유사한 테마와 디자인, 과거의 ‘한류’에 기대는 마케팅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외래 관광객 역시 문화체험이나 자연, 사람과의 교감 등 심화된 경험을 원하지만, 서울이나 대도시 인근에 집중된
짧은 체류와 유사한 패턴의 관광만 반복된다. 이 속에서 한국만의 깊고 다채로운 ‘내실’은 풍요로워지지 못하고 있다.
각 지자체와 업계에서 내놓는 다양한 활성화 대책들은 대개 서비스 개선, 편의성, 교통 확충 같은 표면적 변화에 머무른다. 진정한 변화는 개개의 여행지가 가진 이야기를 복원하고, 국내 여행자들과 외국인 모두에게 감각적, 감성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예를 들어 경주 골목의 오래된 찻집, 강진의 다도 체험, 안동 하회마을의 아침 산책, 부산 해동 용궁사의 파도 소리 등, 작은 날것의 경험들은 한순간의 집약적 몰입으로 기억된다. 그러나 아직 관광 정책의 중심은 여전히 ‘양적 성장’에 기울어져 있다. 실내외 환경 개선, 정보 제공, 디지털화는 기본값이다. 그 너머로, 여행자들이 이곳에 오길 ‘진심으로 원하게’ 하려면 특별하고 인간적인 무언가—흔들리는 대나무 소리, 담배 냄새 섞인 시장 냄새, 돌담길을 타고 들어오는 바람 한 자락 같은 것—을 제공해야 한다.
최근 인터뷰에서 만난 한 인도네시아 여행객의 말이 오랫동안 마음에 남았다. “서울도 좋았지만, 오히려 무명 골목에서 만난 아주머니의 미소, 따뜻한 미역국 한 그릇이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관광 선진국이란, 수많은 방문자 가운데 한 사람의 마음속 작은 기억에 오래 남는 흙냄새와 풍경, 사람을 선물하는 곳이 아닐까. 이제, 숫자에 매몰되지 않는 한국 여행만의 싱그럽고 깊은 내실을 가꾸어야 할 때다.
— 하예린 ([email protected])


내실 얘기 매번 나오는데도 달라지는 게 없음!! 진짜 변화를 좀!!
수치만 쌓지 말구 감성 챙겨라~ㅋㅋ
여행 값만 오르고 내실은 꽝…안타까워요😓😥
맞아요. 국내여행 기대했지만 만족감은 늘 아쉬움… 서비스랑 경험 개선 시급해요.
기대가 커서 실망도 큰 듯요😊 제대로 된 여행 컨셉 보고 싶어요!
국내여행은 양치기처럼 수치만 키운다더니. 관광객 3천만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네요. 과연 제대로 된 경험 주는 곳, 남았습니까? 외국 따라 잡으려면 싹 뜯어고쳐야죠.🤔🤔
확실히 한국은 스스로 만든 틀에 갇혀있는 느낌ㅋㅋ 매번 제주, 서울 똑같은 패턴 반복되죠. 지역만의 숨결 찾아가야 진짜 여행 아니겠어요? 이젠 뭐 새로운 감성 공간 만나기도 힘들고… 진짜 내실 갖추는 게 급선무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