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지방, 드러나는 마음: 지방간 퇴치에 걸은 사람들의 이야기

아침마다 동네 공원에서 만나는 이은희(51) 씨는 늘 한 시간씩 빨리 걷는다. 은희 씨가 운동화를 다시 꺼내 들게 된 건 지난 건강검진에서 ‘비알코올성 지방간’ 진단을 받고 난 뒤였다. 하루가 다르게 늘던 피로감, 그리고 생활습관을 바꿔야 한다는 의사의 조언에 두려움이 엄습했다. 하지만 무엇부터 어떻게 해야 간에 쌓인 지방이 사라질지 막막했다.

최근 국내·외 연구진의 협업으로, 간의 건강을 지키는 데 어떤 운동이 더 효과적인지에 대한 실마리가 하나둘 밝혀졌다. 특히 경북대병원 연구팀이 최근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을 적절히 병행할 때 간내 지방을 줄이는 데 가장 효과적이라고 한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일주일에 150분 이상의 중강도 유산소 운동, 즉 빠른 걷기나 조깅이 지방간 감소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동시에, 일주일에 2~3회의 근력 운동이 더해질 때 간 건강 지표, 특히 간 효소 수치와 염증 수치가 의미 있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김정호(47)는 오랜 야근에 잦은 회식, 운동 부족으로 진료실에서 ‘지방간’ 진단을 받았을 때 겁이 덜컥 났다고 털어놨다. 하루 한 끼라도 걸러지지 않는 대화 속에 닭가슴살, 달걀, 브로콜리 얘기가 끼어들면서 그는 달라지기로 결심했다. 처음에는 숨이 차기만 했던 조깅, 뻣뻣한 몸을 이끌고 1kg 아령을 드는 게 어색했다. 몇 달 뒤 공복 혈당 수치가 확연히 내려가고, 간 수치가 정상에 근접하자 김정호 씨는 ‘내 몸에 고마워졌다’고 미소 지었다.

대한간학회 박선우 교수는 “지방간의 가장 큰 원인은 바로 우리의 생활 습관”이라며, 단기간의 운동보다 적어도 6개월 이상 꾸준히 지속하는 노력이 필요함을 강조한다. 술을 마시지 않아도, 심지어 마른 체형이어도 간에 지방이 쌓일 수 있다는 경고는 최근 젊은 세대에게도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실제로 20~30대 직장인 자조 모임 SNS에는 ‘어린 지방간’ 환자들의 고민글이 적지 않게 올라온다. 그들의 이야기도 결국 비슷하다. ‘바꿔야 했던 건, 내 태도와 하루의 리듬이었다.’

더불어, 최근 몇 해 사이 국내에서는 스마트워치·피트니스 앱을 통한 활동량 모니터링이 늘자, 각자에게 맞는 운동법을 찾으려는 움직임 또한 눈에 띈다. 유전적 요인, 체질, 일상 속 활동량, 식단 등 저마다의 배경이 다르지만, 핵심은 규칙성과 몰입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누군가는 새벽 러닝으로, 또 누군가는 헬스장에서 30분씩 웨이트에 투자한다. 아무리 첨단의 진단장치와 약물이 등장해도, 간을 지키는 기본값은 제각기 반복되는 일상의 선택들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일깨운다.

이웃의 사례에는 실패와 좌절도 녹아 있다. ‘작심삼일’이라는 흔한 한숨, 땀을 쏟아도 바뀌지 않는 체중계 숫자 앞에서의 허탈함. 하지만 전문가들은 ‘수치’만의 문제가 아님을 조심스럽게 강조한다. 간 건강 회복의 여정에는 혼자만의 응원이 아니라, 동행하는 가족, 친구, 그리고 때로는 온라인 커뮤니티의 격려가 큰 힘이 되었다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국내 의료진들은 앞으로 더 세분화된 운동 가이드라인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입원 치료가 아닌, 평범한 일상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운동 처방이 절실하다며, 이를 위한 공공 의료기관 및 지역사회 스포츠 시설의 역할이 커지고 있음을 지적한다. 건강보험 데이터를 토대로 지방간 환자의 증가세가 명확한 만큼, 질병 관리 패러다임도 ‘병원-환자’의 이분법을 넘어, 시민의 작은 움직임 하나까지 포착할 수 있는 구조로 진화해야 할 때다.

이미 지방간 진단을 받은 사람뿐 아니라, ‘미리 예방’이 필요한 수많은 이들에게 오늘의 연구가 그 작은 시작점이 되길 바란다. 몸을 단련하는 것은 결국 자기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그 길 위에서 누군가 무겁게 열었던 아침의 문이, 이번 겨울엔 조금 더 가볍게 열릴 수 있기를 응원해 본다.

— 김민재 ([email protected])

숨겨진 지방, 드러나는 마음: 지방간 퇴치에 걸은 사람들의 이야기”에 대한 9개의 생각

  • 결국 꾸준함이 답이네요. 실천이 문제ㅠ 쉽게 할 수 있는 운동 팁도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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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지하게 나한테도 해당되는 얘기같아서 찔린다🤔 운동 꾸준히 해도 효과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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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론은 좋은데 현실은 혼자 하다가 금방 포기하게 됨!! 의지 부족인가? 사회구조탓인가?? 솔직히 귀찮고 시간도 부족하고… 회사에서 운동 강제로 해주면 어때?? 진짜 건강 챙기려면 정책도 바꿔야 함!! 결국 바뀌는 건 나 하나뿐 아니라 환경도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같이할 수 있는 커뮤니티가 더 필요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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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awk_laboriosam

    정말 운송로에 지방이 쌓인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보다, 내 간에 지방이 쌓였다는 사실이 훨씬 무섭습니다. 간은 ‘침묵의 장기’라놓고 정작 관리는 놓쳐버렸네요🤔 다이어트에는 식단만 있는 줄 알았더니 생활 전체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봐요. 실제로 건강검진 후 집안분위기도 달라집니다. 조용히 꾸준히 해보자는 마음가짐에 다시 한 번 힘을 얻어갑니다. 모두 건강 잘 챙기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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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즘은 젊은 사람들도 지방간 많다고 들었어요. 유산소도 중요하고 근력운동도 필요하네요. 제 자신도 더 신경써야겠네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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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운동하란 얘기는 매년 들어왔는데, 솔직히 사회인으로 매번 실천하기 어렵습니다!! 150분 유산소에 근력까지… 이거 현생에 가능하려면 일-생활 균형부터 보장돼야 함!! 지방간도 결국 사회구조의 문제 아닌가요. 기사처럼 좀 더 실질적인 정책지원도 필요하다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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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와 근력운동이 간에도 그렇게 중요하다니 완전 충격!! 이젠 핑계없이 헬스장 등록해야 할 듯!! 이런 기사 더 자주 나왔으면 ㅋㅋ 실제로 적용할 수있는 운동법도 알려주면 금상첨화인데. 작심삼일 안되게 동기부여 탑재 완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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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간 건강 너무 중요한데 다들 무시하시는 것 같아요… 꼭 챙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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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운동 싫어~ 근데 간아프면 돈 더 나감 ㅋㅋ 자본주의 국가의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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