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과 사는 남자’ 5일 만에 100만, 한국 영화의 존재감과 ‘새 얼굴’의 대담함
‘왕과 사는 남자’가 개봉 5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긴 설 연휴가 끝나고 극장가가 다시 한 번 숨을 골랐지만, 유독 이 작품의 흥행세는 식을 줄을 모르고 있다. 동명의 연극과는 달리, 스크린화된 이 작품이 관객을 정확히 어디에서 사로잡았는지, 그리고 이 흥행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100만 돌파 자체는 최근 OTT·스크린 동시공개 시대에 매우 상징적인 수치가 되었다. 단순한 수치의 축적이 아니라, 침체기를 걷던 한국 극장가에 ‘흥행 가능성’이라는 심리적 신호탄이자, 동시대 관객의 선택이 장르-포맷-배우라는 세 가지 축에서 동시에 작동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연출을 맡은 최은태 감독은 기존 신파의 도식적 틀을 일부 차용하면서도, 현대 한국 사회의 왕좌와 주변부, 통치와 인간 사이의 긴장을 은밀하게 비튼다. 최근 감독들이 때때로 직설적인 메시지 전달에 치중했던 것과 달리, ‘왕과 사는 남자’는 유려한 미장센과 시적인 대사, 배우들의 절제된 연기로 ‘여백의 미’를 이끌어낸다.
특히 극 중 왕 역을 맡은 진서윤의 연기는, 카메라 움직임이 빠르게 전환되는 상황 속에서도 한 인물의 심리적 층위를 빠짐없이 담아낸다. 그의 연기는 절제된 감정 표현과 순간적인 몰입감으로 관객의 호흡을 장악한다. 반면 상대역 인하태는, 일부 기대감을 모은 신예였으나 다소 과장된 제스처와 감정 과잉으로 엇갈린 평가를 받는다. 그럼에도 두 인물이 화면 위에서 주고받는 미세한 공기, 다시 말해 ‘왕과 인간’이라는 신화-현실의 긴장이 극장 공간 전체를 휘감는다.
무엇보다 ‘왕과 사는 남자’의 가장 큰 미덕은 예상치 못한 순간에 관객을 멈춰 세우는 대사 한 마디, 시선의 교환에 있다. 전작 ‘밤을 걷는 자들’로 현실과 환상을 교차했던 감독은 이번에는 ‘흔들리는 존재론’—권력의 무게 아래 숨 쉬는 인간의 내면에 한층 가까이 다가선다. 극장가의 오랜 공식처럼 반복되던 ‘대작=흥행’ 공식이 균열을 보이는 지금, 100만이라는 첫 단추는 콘텐츠가 메시지로서 얼마나 정확히 설계되고, 해석되며, 관객에게 닿는지 기술적으로도 문화적으로도 새로운 점을 시사한다.
흥행의 이면에는 프로덕션 시스템의 변화와 극장가의 ‘참관’ 방식 변동도 있다. OTT 출신 조연과 신스틸러 기용, 현장을 압도하지 않는 그림체, 촬영이나 사운드 연출에서도 TV드라마식 리듬이 섞이고 있다. 기존 스크린 중심 서사에서 벗어나 각 장면별 미학적 자율성을 강조하다 보니, 전통 강세였던 남성 감독과 배우 중심 축이 여성 배우·감독·스태프 쪽으로 빠르게 이동하는 변화가 나타난다. 이는 한국영화계의 ‘주연 전환기’가 박스오피스 스코어로도 재확인되는 대목이다.
유사한 시기 개봉한 경쟁작 ‘끝나지 않은 밤’, 외국 대형배급사 라인업과 비교했을 때도 ‘왕과 사는 남자’가 내는 정서적 파급과 관객 몰입력은 분명하게 다르다. 익숙한 왕실 장르 구성을 재해석하면서, 인물들의 ’원초적 선택’에 집중하는 방식은 2020년대 스크린 전반의 트렌드와도 맞물린다. 단순히 기존의 흥행 공식을 재탕하지 않고(익숙한 권력서사·궁중 드라마 클리셰를 해체), ‘인간의 선택과 망설임’이라는 핵심적 메시지를 정교하게 조율한다.
‘왕과 사는 남자’의 흥행은 영화 한 편의 성공을 넘어, 한국영화계가 포스트 팬데믹·OTT창업열풍·극장산업 위축이라는 삼중고 속에서 어떻게 다시 일어설 수 있을지에 관해 작은 실험이자 응답이다. 연출적 과감함, 스타 파워를 벗어난 캐스터블한 연기, 그리고 지금 관객이 기대하는 ‘다시 만나는 극장 경험’—이것이 5일 만의 100만, 그리고 5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라는 숫자에 실려 있다.
극장이 침체와 부활의 경계선 어디쯤에 있을 때, ‘왕과 사는 남자’는 상영관의 불을 다시 켜고 있다. 인물들 눈빛과, 흔들림 속에서 깃드는 내면의 혼란, 그리고 단 한순간의 선택이 만들어 내는 긴장감은 오늘날 스크린에 꼭 필요한 힘이다. 이제 영화계의 야심과 관객의 호기심이 다음 주말 어느 방향으로 흐를지 지켜볼 일이다.
— 한도훈 ([email protected])


오 영화 분위기 좋던데 ㅋㅋ 진서윤 또 터트렸네
요즘 극장 영화 별로였는데 이건 좀 달랐다구요 ㅎㅎ 진서윤 찐이네 ㄷ
와, 진짜 재밌어서 시간 순삭임;; 오랜만에 제대로 본 영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