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복지 사각지대, ‘자산 빈곤’과 ‘소득 빈곤’의 불일치가 던지는 경고

고령화가 가속화됨에 따라 노인 복지 정책의 사각지대가 점차 부각되고 있다. 최근 통계청과 관련 연구기관에서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노인인구 중 상당수가 ‘소득은 적지만 자산은 많은’ 이른바 ‘자산가 빈곤층’으로 드러났다. 2026년 2월 기준, 전체 65세 이상 노인 가운데 소득 하위 계층이면서도 일정 수준 이상의 부동산 등 자산을 소유한 비율이 30%를 넘어서고 있다. 국민연금, 기초연금, 각종 사회보장제도의 수급 기준이 주로 ‘소득’에 맞춰져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형평성과 현실성 모두에서 정책적 재설계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국회 예산정책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등 복수의 관련 기관 분석 자료를 교차 검토하면, 현재 우리나라 노인 중 상당수는 노후소득이 부족해 기초수급, 기초연금, 각종 사회서비스 수혜자로 분류된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 주택 등 실물자산을 상당량 보유한 경우가 적지 않아, 정작 국가의 공적 지원이 절실한 ‘진짜 취약계층’이 상대적으로 소외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부동산의 양극화, 상속세 회피 수단으로 소득이 낮으나 자산이 집중된 고령자 비율이 꾸준히 늘면서, 지금처럼 단순 소득 기준에만 의존하는 복지 정책은 불필요한 재정 투입과 역진적 효과를 낳고 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OECD 국가 중에서도 노인 빈곤율이 높기로 악명 높은 한국의 현실에서, 정책 대상의 선별성과 타당성에 대한 국민적 불신마저 형성되고 있다.

현행 정책 구조는 1인당 소득에 치우쳐 있으며, 주택 등 부동산의 실질 활용 가능성이나 금융자산, 부채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자산만 많고 소득이 없는 노인’이 각종 정책의 사각지대에서 과보호를 받고, 반대로 실질적으로 근로능력을 상실했거나 가족 지원이 부족한 ‘자산-소득 모두 빈곤한 노인’은 충분한 국가 지원을 받지 못하는 구조가 고착되었다. 여야 정치권에서도 이 문제의식은 공유되지만, 표심을 의식한 단기 처방에 머물러 근원적 개선 논의가 실종됐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정책 논쟁의 핵심은 자산 평가 과정의 현실화 방안이다. 단순히 부동산 시세만으로 자산을 평가하면, 실제 곤란을 겪는 ‘하우스 푸어’ 노인을 제대로 구별할 수 없고, 반대로 시세 변동이나 실거주 목적 보유에 따른 정책적 예외 필요성도 충분히 고려돼야 한다. 또한 금융자산과 부채, 실거주 여부, 가족 내 부양능력 등 소득 외 변수를 정교하게 반영하는 ‘복합 평가모형’ 도입이 중요한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2025년 국회에 제출된 일부 법률안은 ‘자산 소득화 지수’ 개념을 확대 적용해, 실제로 노인이 쓸 수 있는 자산의 유동성까지 따지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으나, 투명성·국민수용성 측면에서 실무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비교적 최근에 영국, 독일, 일본 등 선진국들은 고령 인구의 다양한 특성을 정책 설계에 반영하기 위해 자산·소득·가구구성·건강상태 등 다중지표 평가방식을 도입했다. 이와 달리 한국의 복지 시스템은 진입장벽으로 소득 ‘커트라인’이 강하게 작동하다보니, 복지 사각지대가 구조화되어왔다. 여야 모두, 사회적 약자 보호를 강조하면서도, 실질적 손질보다는 예산규모 확충, 단기 현금지원 확대 수단에 머물러 근본적 개선책을 내놓지 못했다는 비판적 평가가 설득력을 얻는다. 특히 최근 정치권 일각에선 ‘차등지원’ 시스템을 강화해, 동일 소득이어도 자산에 따라 지급액을 다르게 산정하는 방안을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관측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따른 행정비용 증가, 가족·세대 갈등, 재산신고·평가과정에서의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 등 부작용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수적이다.

진보정당들은 적극적 사회복지 확대를 주장하면서도, 자산 기준의 도입 및 유동성 평가 강화에 따른 ‘노인취약층 내 불평등’ 심화 우려를 제기한다. 반면, 보수진영은 국가의 재정 효율성과 급여의 표적화를 위하여, 엄격한 자산조사를 통한 선별 복지 필요성을 강조한다. 실제 정책 효과성 면에서 균형점을 찾는 일이야말로 2026년 대한민국 복지정책의 최대 난제임은 분명하다.

IT·데이터 분석기술의 도입 역시 또 다른 논점이다. 국민 개개인의 금융자산, 부동산, 건강보험료, 부채 등을 다계층적으로 평가하는 일에는 개인정보 보호와 윤리적 책임의 논란이 필연적이다. 그러나 초고령사회 진입을 목전에 둔 시점에서, 더 이상 단순 분석이나 일시적 정책 완화로는 복지정의(福祉正義)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데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궁극적으로 소득과 자산의 ‘불일치 계층’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 따라 탄력적으로 재원을 배분하는 것이야말로, 한정된 국가 복지재정의 건전성, 사회갈등 완화, 국민연대의 회복에 결정적 역할을 할 것이다. 정치권은 복지 정책 공약 경쟁에 머무르지 않고, 현장성·객관성을 갖춘 데이터 기반의 ‘정교한 맞춤형 정책 설계’로 나아가야 할 책무가 있다. 앞으로 어떤 사회적 합의와 제도 변화가 이어질지, 시민사회와 입법부 모두의 긴장감 어린 노력이 절실하다.

— 최은정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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