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시 내고향’에서 만나는 홍성 광천읍, 추어어죽과 소머리수육에서 피어나는 고향의 온기

충청남도 홍성 광천읍의 좁은 골목길을 따라 걷다 보면, 오직 이곳에서만 만날 수 있는 소박하지만 진한 맛이 삶의 무게를 덜어준다. 명절이 채 끝나지 않은 2월, 따스함을 찾아 사람들의 발걸음이 머무는 곳이 있다. 지역 주민들에게는 일상 속 쉼터이자 오래된 기억을 붙잡아주는 장소이기도 하다. 최근 방송된 ‘6시 내고향’에서는 식객 허영만 씨가 찾았던 광천읍의 맛집, 미꾸라지의 구수함이 살아 있는 추어어죽과, 시간과 정성이 고스란히 녹은 소머리수육이 다시 한 번 주목받게 되었다.
커다란 솥뚜껑을 열면 퍼지는 짙은 내음, 그리고 소머리를 삶는 그 긴 시간 속에 담긴 분주함은 이미 골목에 들어서기 전부터 오랜 역사의 기운을 전한다. 바람이 차가운 저녁이지만 식당 안은 수수하게 차려진 반찬과 진하게 우러난 추어어죽 한 그릇, 그리고 큼직하게 썰어낸 소머리 수육에서 묵직한 온기가 느껴진다.
추어탕이나 추어어죽은 전국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지만, 광천읍에서 맛보는 한 그릇에는 지역만의 비밀스러운 시간이 숨겨져 있다. 맑은 물이 흐르는 홍성 인근에서 자란 미꾸라지는 산지에서 바로 공급돼 탱글한 식감을 자랑한다. 미꾸라지를 푹 고아낸 국물은 잡내 대신 고소하고 깔끔한 향이 먼저 코끝을 자극한다. 전통적인 방식으로 미꾸라지와 들깨를 듬뿍 넣고, 다진 마늘에 매운 고추를 한 데 어우르는 레시피는 모두 엄마의 손맛에서 시작되었을 것이다. 식당 곳곳에는 시간이 돌고 돌아도 변하지 않은 세월의 흔적이 있다.
함께 제공되는 소머리수육은 혹독한 겨울 한복판, 온 가족이 둘러앉아 입 안 가득 퍼지는 부드러운 고기결을 음미하기 딱 알맞은 음식이다. 두툼하게 썰린 살코기와 콜라겐이 부드럽게 녹은 껍질 부위는 젓가락질이 바빠지는 이유다. 기름기나 잡내가 거의 없어 담백하고 깊은 맛이 감돌며, 직접 농사지은 된장에 콕 찍어 먹으면 구수한 맛이 배가된다. 그릇마다 정성과 미소가 함께 담겨 나온다. 아주 작지만 단단한, 오래된 시골 식당에서만 만날 수 있는 푸근함이 손님들 사이로 번진다.
이런 맛집들은 단순히 ‘방송을 탄 곳’에서 머무르지 않는다. 허영만 식객의 ‘백반기행’이 다녀간 뒤에도, 겨울이면 여전히 김이 모락모락 나는 음식과 구수한 사투리, 푸짐한 인심이 밑바탕을 이뤄왔다. 전국 각지에서 온 손님도, 오랜 단골들도 따로 따로인 듯 어울려 식당을 채운다. 한쪽에서는 할머니들이 이야기꽃을 피우고, 다른 한쪽에서는 젊은 여행자들이 새로운 집밥의 위로를 맛본다. 식당에 걸린 낡은 사진과 벽에 적힌 오래된 메뉴판은 과거와 현재를 잇는 작은 다리다.
홍성의 겨울을 걷던 어느 날, 뜨거운 추어어죽 한 숟가락이 몸은 물론 마음까지 데운다. 단출한 반찬과 함께 하는 밥상 위에 시대와 세월이 겹겹이 쌓여있으니, 잡채며 나물, 제철 채소 한 접시에 집마다 다른 손맛이 살아 숨 쉰다. 음식 냄새는 문 밖 길까지 번지고, 따듯한 숟가락질로 채워진 미소는 기억의 저편으로 조심스럽게 데려간다. 지역 주민에게는 고향의 온기가, 먼 길을 온 여행자에게는 짧은 위안이 된다. 그 자체로 소박한 축제이고, 각자의 이야기가 흐르는 작은 광장이다.
광천읍의 식당 풍경은 주말이 되면 조금 더 소란해진다. 소머리수육을 앞에 둔 가족단위 손님, 추어어죽에 막걸리를 곁들이는 동네 어르신들, 그리고 맛집 입소문을 듣고 찾아온 젊은 커플까지, 세대와 계층을 불문한 사람들이 따뜻한 밥 한 끼로 연결된다. 농촌 식당이 제공하는 것은 단순히 음식이 아니었다. 느리게 흘러가는 시간과 소중한 이웃, 손님 한 사람 한 사람의 사연이 모여 따스운 커뮤니티를 만든다. 낡은 테이블과 반질한 수저, 투박한 사기그릇에서조차 원초적 안도감이 퍼져나온다.
방송과 SNS를 통해 유명해졌지만, 여전히 ‘값비싸지 않은 밥상’ ‘담백하고 속 깊은 맛’으로 남은 이곳의 음식은 특별하다. 재료는 정직하고, 손놀림은 빠르지 않아도 한 접시 한 그릇마다 진심이 묻어난다. 미꾸라지의 식감과 소머리 고기의 결, 숨은 맛과 식당의 공기가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관광지의 화려함, 새로 오픈한 카페번화가에서 찾을 수 없는 어떤 온기가 바로 여기에 있다.
매서운 겨울바람이 골목길을 쓰다듬고, 그 안에서 피어나는 뜨거운 국 그릇은 또 하루의 위로가 된다. 음식에는 늘 공간의 온기와 사람이 스민 기억이 함께 밴다. 누군가에게는 어릴 적 추억이고, 또 누군가에게는 잠시 머물다 가는 따뜻한 쉼표다. 홍성 광천읍의 작은 식당이 전하는 정과 온기는 긴 겨울을 지나는 우리 모두의 마음 깊은 자리에, 작은 불씨로 오래 남는다.

— 하예린 ([email protected])

‘6시 내고향’에서 만나는 홍성 광천읍, 추어어죽과 소머리수육에서 피어나는 고향의 온기”에 대한 5개의 생각

  • panda_laudantium

    허영만 씨가 다녀간 곳은 믿고 가야 하는 룰이라지만, 어죽이랑 소머리수육 동시에 잘하는 집은 드문데 인정. 근데 말이야, 저런 집도 너무 유명하면 손맛 변한다던데? 광천읍 주민분들 저 집 지키세요. 맛집도 문화유산임. (지금 이 글 되는대로 저장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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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말 오랜만에 제대로 된 소머리수육 사진을 보니 기분이 좋아집니다. 어죽과의 조합이 흔치 않기 때문에 꼭 한 번 방문해보고 싶네요. 진짜 옛날 시골집 분위기 그대로인 것 같아서 괜히 마음도 따뜻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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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또 방송 나왔다고 사람 몰려서 평소보다 더 비싸지겠지? 지역민들 불쌍하다. 광고성 기사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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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니 이런 기사 너무 죄악 아냐?🤤 배고파서 기사 못내려가겠음 ㅋㅋ 사진 테러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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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죽+소머리수육=최고조합ㅋㅋ 담에 꼭 가볼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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