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건강수명의 숨은 신호, ‘걷기’가 들려주는 이야기

63세 이명숙 씨는 요즘 들어 부쩍 힘이 빠졌다고 느낀다. 예전 같으면 집 앞 공원까지 동네 친구와 산책을 갔는데, 올해 들어서는 하루에 몇 번이나 의자에 앉아 쉬는 시간이 늘었다. 그런 모습을 곁에서 보는 딸 이화진(37) 씨는 걱정이 앞선다. 병원에 가면 수치는 그럭저럭 괜찮다지만, 어쩐지 예전보다 활력이 달라진 부모님 모습에 마음이 무겁다. 최근 공개된 건강수명 통계에 따르면, 단순히 오래 사는 것만이 아니라, 오랫동안 건강하게 사는 ‘건강수명’이 우리 사회의 중요한 화두가 됐다. 실제로 세계보건기구(WHO)는 단순한 평균수명보다, 질병과 병치레 없이 살아가는 해수를 의미하는 건강수명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이번에 화제가 된 기사(“건강수명 줄어든다”… 부모님 ‘이것’ 줄었는지 확인해보세요)는 바로 이 건강수명의 핵심, ‘신체 활동량’, 그중에서도 ‘걷기’에 다시금 주목한다.

기자는 한국노인과학학회, 질병관리청, 보건복지부 등의 최근 데이터와 여러 국내외 연구를 인용하여, 한국 65세 이상 고령 인구의 ‘걸음 수’가 빠르게 줄고 있음을 조명한다. 하루 평균 7000보 미만으로 떨어진 지 이미 몇 년이 지났고, 최근 3년 사이 감염병 유행과 심각한 온도 변화, 실내 활동 비중 증가 등 복합적 요인으로 인해 이 수치는 더 큰 폭으로 줄었다. 단순한 보폭의 감소가 아니다. 신체 활동이 줄어들면 근력, 심폐 기능, 균형감각 등 생존에 필수적인 역량이 동반 저하되고, 이는 곧 낙상·골절·치매·당뇨·우울증 등 일상생활 자립도에 악영향을 끼친다. 걷기의 감소는 무겁고 느리게 부모님 세대의 삶을 바꿔놓고 있다.

재작년 72세로 노인보건소 재활을 시작한 이영자 씨의 사례는 인상적이다. 근력이 떨어지고, 혈압 약을 복용하면서 하루 3,000보도 채우지 못하는 날이 빈번했다. 그는 주위의 권유로 뇌졸중 재활 산책 프로그램에 참여했고, 복지사의 도움을 받아 6개월간 매일 규칙적으로 5,000보 걷기를 실천했다. 변화는 뚜렷했다. 우울 증상이 현저히 줄었고, 수면 질이 개선되었으며, 무엇보다 일상의 작은 활력이 ‘내가 다시 살아있다’는 힘을 선물했다. 이런 변화를 지켜본 가족들은 “걷는 게 사람을 다시 걷게 하더라”고 입을 모았다.

반대로 지난해 66세에 골절로 입원한 오형준 씨(가명)는 ‘걸음 수’가 급격히 줄면서 극심한 근력 저하와 우울 증상을 경험해야 했다. 퇴원 뒤 재활을 위해 쓰러졌다 일어나기를 반복하는 가운데, 걷기 부족의 악순환에 빠지는 분들이 많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걷기 부족 현상은 코로나 팬데믹, 일상 변화 같은 외부 요인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디지털 세대 교체, 주변 환경의 변화, 돌봄 시스템의 구조적 취약성 등 여러 층위에서 복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집중 조명해야 할 또 다른 지점은, 개인만의 문제로 치부할 수 없다는 점이다. 가족 단위에서 ‘부모님이 요즘 얼마나 걷는가, 나와 마지막으로 산책한 게 언제인가?’ 한 번쯤은 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걷기의 감소가 감지되는 순간이 바로, 건강수명에 경고등이 켜지는 시점이다. 실제로 최근 정부와 각 지자체는 서둘러 ‘실버 걷기 챌린지’, ‘동네 한 바퀴 지원 사업’, ‘노인 맞춤형 건강걷기 케어’ 등 다양한 대책을 내놓으려 하고 있다. 하지만 1인 노인 가구와 저소득 고령층, 질환을 앓는 취약 가정에 실질적 도움이 닿기는 여전히 어렵다. 걷기 자체보다 ‘걷게 만드는 사회적 환경’이 빠진다는 비판이 있다.

필자는 복지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도 담아본다. 지역 노인복지관 노인심리상담사 이정민 씨는 “계단이 많거나, 불안정한 보도, 어두운 골목은 노인분들에겐 돌이킬 수 없는 ‘장벽’이다. 걷고 싶어도 걷기 두려운 공간, 예방 중심보다 사후 대책 위주인 행정이 한계”라고 토로한다. 실제 노인복지시설 연계형 걷기지도사 사업, 실내 산책로 확대, 사각지대에 ‘안심 동행’ 자원봉사 등 지역 밀착형 고민이 절실하다.

‘내 부모님의 건강수명’이라는 말은 멀게만 들리지 않는다. 가족들 누구나 나이 든 부모님의 ‘오늘’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때다. 한 번의 짧은 산책, 동네 마실이야말로 건강수명을 연장하는 작은 출발일 수 있다. 걸음 수가 아니라, 부모님이 오늘 몇 번 ‘미소’ 짓는지를 세보는 마음이 우리 복지의 시작점이다.

나의 부모님, 우리의 노인 세대가 더 오래 행복하게 걸을 수 있도록, 지역·가정·국가의 촘촘한 연대와 진심 어린 관심이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건강수명은 숫자가 아니라, 어제와는 다른 오늘의 기운이라는 걸, 이 기사와 여러 사례에서 다시금 마음에 새긴다.

— 김민재 ([email protected])

부모님 건강수명의 숨은 신호, ‘걷기’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대한 6개의 생각

  • 쓸데없는 조언만 넘치지 정작 환경은 그대로임!! 부모님 탓만 하는 구조!!

    댓글달기
  • 진짜 요즘 부모님들 자주 걷기 힘드신 현실이에요! 이런 기사 보면서 함께 산책 자주 하자는 말 꼭 해드리고 싶네요☺️ 가까운 공원이나 복지센터 프로그램이라도 활용하면서 건강챙기면 좋을 거 같아요! 다들 부모님 건강 꼭 챙기시길 바라요😊😊!!

    댓글달기
  • otter_accusamus

    걷기가 만병통치약임?ㅋㅋ 주변 환경 바꿀 생각은 없구~ㅋㅋ

    댓글달기
  • 부모님이랑 매일 걷기 시작한 지 두 달 됐네요. 기사 읽고 더 자주 챙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댓글달기
  • 😊 산책할 때마다 부모님께 활기 생겨요! 실내 산책로 좀 더 생겼으면🤔

    댓글달기
  • 걷기=건강 공식은 영원하다!! 부모님이랑 동네 한 바퀴, 이게 행복이지 ㅋ

    댓글달기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