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 춘천의 식탁에 모인 글로벌 스토리

설 연휴를 앞두고 춘천시가 외국인 유학생들을 초청해 특별한 식문화 교류 행사를 열었다. 도시와 대학, 개별 외국인 학생들의 네트워크가 결을 맞추며, 음식을 매개로 국경을 넘어 소통하는 이 자리는 명절의 의미까지 되짚게 한다. 전 세계 청년들의 모임이 되었던 이번 행사에는, 갈비찜 혹은 전처럼 전형적인 한식은 물론 유학생들이 직접 내어온 고유의 음식들이 어우러졌다. 음식이 언어의 경계를 허물고, 시대의 흐름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이번 만남은 단순한 명절 이벤트 그 이상이었다.

2026년 현재 대한민국의 명절 트렌드는 가족 중심 문화를 넘어선 지 오래다. 설맞이 ‘콜라보’든, 혼설(혼자 보내는 설날)든, 관점을 전환하는 변화가 눈에 띈다. 춘천시의 이번 행사가 가진 의의는 K-라이프스타일이 글로벌 이슈로 자리매김했음을 보여준다. 그 전환점에는 외국인 유학생이라는 새로운 주체가 있다. 연회장 한켠에 둘러앉은 핵심 세대들이 손에 손을 맞잡고 만든 만두와, 각국의 특색있는 떡이 한상에 오르는 장면이 이질적이지만 묘하게 자연스러웠다. 실제 인터뷰를 보면, 몽골 출신 학생은 “한국의 맛은 생각보다 섬세해서 놀랐다”고 했고, 유럽에서 온 학생 역시 “나랏일과 삶이 섞여나오는 요리에 감동했다”고 답했다.

식문화 교류는 체험 그 자체만이 아니다. 오랜 시간 닫혀있던 명절 시장이 점차 소통과 개방, 다채로움에 주목하는 트렌드 변화의 증거이기도 하다. 2020년대 중반 이후, 각 지방자치단체가 설, 추석마다 글로벌 프로그램을 확대하는 흐름과 맞물린다. 춘천시는 지역 내 외국인 수와 체류 학생이 꾸준히 늘어나며, 도시 정체성에도 자연스러운 다문화 코드가 스며들고 있다. 식자재 시장 역시 국제화에 맞춘 현지화 전략으로, 콩국, 감자전, 불고기 등 강원 특산물 외에도 세계 다양한 식재료를 소매점에서 손쉽게 만날 수 있게 됐다. 이는 곧 지역경제에도 촉진제로 작용한다.

행사장에는 한국인을 위한 ‘음식 설명서’가 안내판에 붙는 등, 음식이라는 문화 자본이 어떻게 일상적이고 트렌디한 커뮤니케이션 도구가 되고 있는지 명확히 드러난다. 강원도 전통주, 한식 뷔페형 상차림, 그리고 각국 유학생이 직접 준비한 퓨전 디저트까지, 이 모든 경험은 체험자의 SNS에 올라 ‘먹는 설날’이라는 새로운 키워드로 확장된다.

흥미로운 건, 이 같은 시도가 단순한 관람형 행사가 아니라는 점이다. 소비자와 체험자가 주체로 등장하는 ‘참여형 식문화 교류’가 빠르게 일상화되는 중이다. 외국인 유학생들은 관광객 신분을 넘어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자리매김하며, 다양한 이주·유학 인구가 도심 공간을 변화시키고 있다. 단순히 음식을 먹는 것을 넘어, 각자의 레시피와 식탁 문화를 나누는 과정은 소비의 패러다임 자체를 바꾼다. 현대 소비사회는 경험의 독창성과 진정성, 그리고 로컬과 글로벌이 맞닿는 접점을 중시한다. 춘천시의 식문화 교류 행사는 바로 그 최신 트렌드의 축소판이다.

또 다른 관점에서, 이번 행사는 외국인 유학생들이 낯선 도시에서 고립을 느끼지 않도록 돕는 심리적 안전망 역할도 한다. 경쟁과 소외감이 팽배한 사회에서 음식은 사람을 연결하는 가장 감각적인 채널임을 재확인한다. 최근 조사에서도, 국내 체류 외국인 유학생의 절반 이상이 ‘명절 때 소속감을 느끼지 못한다’는 답변을 했다. 춘천시의 사례처럼, 작지만 세심한 식탁은 소수자와 다수가 함께하는, 진정한 의미의 환대(Hospitality)를 구현한다.

음식의 세계화—특히 K-FOOD 트렌드의 선두주자로서, 지금의 식문화 교류는 ‘한국적인 것의 세계화’라는 오래된 공식보다, 글로벌 정체성과 섬세한 현지화 전략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모습이다. 전통을 넘어선 새로운 출발선, 오늘 우리가 맛보는 한 숟가락은 단순한 진미가 아니라 각기 다른 삶의 궤적이 스며든 경험의 레이어다. 미래에는 누가, 어떤 음식을, 누구와 함께 나누느냐가 더 중요해질 것이다.

세련되고 선도적인 도시들의 움직임처럼, 춘천의 설맞이 식문화 교류는 한국 라이프스타일의 보폭을 한 뼘 더 확장시키고 있다. 먹는 것, 나누는 과정, 그리고 일상의 감각이 트렌드를 이끄는 지금, 음식은 가장 매력적인 비즈니스이자, 무엇보다 깊고 따뜻한 사람의 심리이기도 하다.

— 배소윤 ([email protected])

설 명절, 춘천의 식탁에 모인 글로벌 스토리”에 대한 2개의 생각

  • 외국인 학생들이랑 명절 음식 같이 먹는다는 게 참 보기 좋네요! 이런 교류 이벤트 많이 생기면 한국 이미지 더 좋아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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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만두 빚다가 손가락에 김치랑 피 클나게 묻는 게 한국식 설날 필수… 근데 외국인들은 신경 안 쓸 듯요ㅎㅎ 요리 바꿔 먹기 스왑 행사도 꼭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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