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의 설, 외국인 유학생과 따뜻하게 연결되는 식탁 위의 대화
설날이 가까워지면 도심에도 묘한 설렘이 흐른다. 이번 춘천시는 그 흐름을 따라 외국인 유학생들과 함께하는 이색적인 식문화 교류 행사를 열었다. 각 나라의 경계가 허물어진 지금, 낯선 나라에서 유학 중인 이들에게 설날은 어떤 의미로 다가왔을까. 강원대학교 외국인 유학생들은 춘천시가 마련한 한옥 체험관에 모였다. 오전 이른 시간부터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떡국과 산뜻한 나물, 김치의 붉은빛이 상에 오르고, 한국 가족들이 설에 나누는 온기와 정성이 그들 곁을 따뜻하게 감쌌다. 유학생들은 저마다 자신이 자란 나라의 식문화와 설 풍경을 이야기하며, 한국의 명절 음식을 손수 함께 만들어보고, 드높은 아랫목과 말끔히 정돈된 한옥의 분위기를 사진으로 담았다.
나지막한 한옥 처마 밑에서 시작된 식사 자리에는 춘천 특유의 겨울 햇살이 스며든다. 햅쌀로 만든 투명한 떡국, 진한 사골 육수에 송송 썬 파와 달걀지단, 고운 김가루가 얹힌 그릇을 앞에 두고 마주 앉은 이들의 얼굴엔 밝은 웃음이 번졌다. 음식은 말 없이도 전해지는 인사의 언어가 되었다. 처음 만난 외국인 학생들은 서툰 손끝으로 만두와 전을 빚으면서도, ‘모두가 가족’이라는 감각에 젖어 곧 익숙한 친구처럼 어울렸다. 한국 음식을 처음 맛보는 유학생들의 반응은 소박하지만 진지했다. 누군가는 한국식 떡국이 어린 시절의 쌀국수를 떠올리게 한다며 눈을 반짝였고, 또 누군가는 나물의 신기한 식감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잘 익은 김치를 앞에 두고 맵냐는 농담 섞인 질문이 오가다가, 이내 상대 나라의 명절 요리 이야기가 이어지는 순간, 음식은 서로의 경계를 지우는 다리였다.
유학 생활은 설렘과 그리움이 함께 한다. 모국을 떠나 다른 나라에서 건너온 학생들에게 명절 분위기는 더욱 이방인일 수 있었다. 이번 행사는 시의 실질적인 고민에서 비롯됐다. 외국인 유학생이 해마다 늘고 있는 춘천에서, 설 명절이 자칫 지나가는 하루가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그래서 시는 그들을 초대하고, 따듯한 식사 자리를 마련했다. 단순히 떡국 한 그릇을 대접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함께 음식을 만들고, 서로를 이해하는 시간을 선물했다. 참여 유학생들은 직접 만두를 빚고, 전을 부치며, 한식의 맛과 명절의 의미를 경험했다. 그 손끝에 맺힌 쫄깃한 반죽은, 잠시나마 고향의 향수를 잊게 해주는 치유의 역할을 했을 것이다. 행사 마지막에는 각 나라에서 가져온 간단한 음식으로 미니 뷔페가 차려졌다. 한국의 떡과 중국의 월병, 베트남의 반쎄오까지, 국적을 초월한 음식들이 한상에 오르는 풍경이 흥미롭다. 다름을 인정하며 함께하는 미각의 시간은 학생들에게 새로운 설 추억을 만들어주었고, 지역 주민들에게도 다양한 문화를 자연스레 접할 수 있게 했다.
춘천은 최근 몇 년 사이 젊은 외국인 인구가 꾸준히 늘어난 지역이다. 그 중심에는 강원대학교와 한림대학교에 재학 중인 유학생들이 있다. 시는 이들이 겪는 낯선 일상에 친근한 지역 문화를 더하고자 다양한 만남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 이번 설에는 음식 교류가 그 핵심이었다. 관계자들은 유학생들이 한국 문화에 적응하는 데 식문화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전했다. 마음을 열어주는 따뜻한 국물, 나란히 둘러앉은 식탁 위에서의 정은 언어를 넘어선다. 춘천의 겨울은 찬란히 밝으면서도 쓸쓸하다. 하지만 이날만큼은 외국의 젊은이들과 춘천 시민이 함께한 작은 아늑함이, 계절의 한기를 잊게 했다.
음식에 남겨진 작은 감정의 파편들. 몇몇 학생은 그릇을 다 비우고도 음식에 담긴 사연을 묻는다. 어떤 이방인은 떡국 고명에 얹힌 김이 고향의 해초를 떠올리게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생은, 앞으로 명절이 될 때마다 이 경험을 친구, 가족과 공유하고 싶다고 했다. 자리에 모인 이들은 비슷하면서도 다른 집밥을 떠올리며, 그저 서로의 문화를 존중하고, 마음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설을 앞두고 춘천에선 작은 식탁에서 커다란 세계가 펼쳐졌다. 음식을 나누는 동안, 국경의 벽은 조금 더 낮아지고, 춘천의 봄은 조금 더 빨리 찾아올 것 같다. 그 다정한 온기가, 또 다른 계절에도 이어지기를 소망한다.
— 하예린 ([email protected])


이런 거 자주 보면 진짜 우리 사회도 많이 변했다는 생각 들어~ 예전엔 명절에 다들 자기 집만 신경썼을텐데, 이젠 이웃 나라 학생들 챙겨주는 것도 대단한 발전임. 춘천 진짜 따뜻하다! 앞으로도 멋진 행사 많이 기대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