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국립의과대학 설립이 남긴 첫 울림, 의료 사각지대에서 피어난 희망
91세 김옥순 할머니는 수년째 만성질환으로 고통받는다. 전남 해남군 작은 마을에서 그는 정기 검진을 받으려면 버스를 두 번 갈아타고 4시간을 가야 한다. 응급상황엔 더욱 절박해진다. 응급실까지 거리가 멀고, 농촌 노인들은 비싼 교통비와 병원비 걱정에 쉽게 병원을 찾지 못한다는 하소연이 넘쳐 난다. 전라남도, 이곳에 왜 아직도 국립 의과대학이 하나도 없었을까.
지난 14일, 오랜 기다림이었다고 말하는 목소리들이 모였다. 정부가 “전남 국립의과대학 설립”을 공식화한 것이다. 4년제 의료 인력이 체계적으로 양성되는 이 소식에 전남 곳곳의 관계자들과 주민들은 안도감을 감추지 못했다. 익산·순천, 그리고 구례 산골에서 자란 예비 수험생들까지 가슴 설렌다고 했다. 신설 국립의대는 전남지역 의료 공백을 채우게 될까. 해묵던 의과정원 확대 논쟁에도 분명 변곡점이 된 날이다.
지난 2023년, 전남에는 인구 10만명당 의사가 18.2명뿐이라는 보건복지부 발표가 나왔다. OECD 평균(35.9명)에 턱없이 모자라고, 전국평균에도 한참 못 미친 수치다. 그러니 폐교된 농촌 학교에 응급실조차 제대로 설치되지 않는 현실이 이어졌다. 힘든 밤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마을 어르신을 광주까지 긴급 이송했던 보호자 박선미 씨의 체험담은 지역사회 내 현장의 고통을 빼곡히 담고 있다.
정부는 2027년을 목표로 전남 국립의과대학 문을 열겠다고 약속했다. 도교육청, 지자체, 의료 현장 모두에서 이 프로젝트가 착실히 준비 중이다. 중요한 건, 단순히 교실과 건물이 아니라 지역 의료인재가 뿌리내릴 인프라를 세우는 일이다. 당장 전남의 젊은이들이 타지역으로 떠나지 않고 지역에서 성장, 학업, 봉사를 잇게 하는 연결의 고리가 될 수 있다. 갈수록 심해지는 ‘의사 쏠림’ 현상,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격차 문제 역시 이번 의대 신설 결정으로 한 줄기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의료계 내부와 정치권, 시민사회 여러 층위에서 논란과 불안을 낳기도 했다. 기존 의사 단체, 특히 대한의사협회에서는 ‘공공의대 설립’이 졸속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실제 단원이제 선정·운영 방식에서 투명성, 지역정착률 제고, 우수인재 선발 등 과제를 두고 긴장감이 흐른다. 한편에서는, 졸업생들이 전남권에 꾸준히 남아 뿌리내릴 수 있을지 모니터링이 요구된다. 의료 인프라를 뒷받침할 재정지원 및 전문병원 유치도 빼놓을 수 없는 숙제다.
전문가들은 전남 국립의대 신설을 단순히 숫자 늘리기가 아니라, 지역공공의료의 ‘질적 전환점’으로 봐야 한다고 말한다. 공공의대는 단순히 의사 한 명 추가가 아니다. 지역 실정에 밝으면서, 농어촌 응급의료와 만성질환, 고령친화 진료에 강점을 가진 의료시스템 혁신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 이미 영국, 일본, 미국 등은 지방의료대학 설립을 통해 비슷한 문제를 해소해왔다는 선례가 있다.
이점이 각별하다. 전남의 경우 65세 이상 고령화율이 39%를 넘어선다. OECD 평균보다 1.7배나 높다. 의료진 공백이 방치되면 단순 의료 사각지대를 넘어, 지역 붕괴로 이어진다. 목포, 여수, 순천 등 대도시조차 1시간 내 외상센터 접근이 불가능한 마을이 수십 곳이다.
지역 국립의대가 짓는 ‘사람의 희망’은 사실 숫자에만 있지 않다. 의사가 되고 싶어도 경제적·지리적 벽에 좌절한 청년들, 부모 걱정에 도시로 떠나야만 했던 자녀들을 다시 불러들이는 힘에 있다. 의대 설립을 계기로 지역 사회와 청소년들이 새로운 꿈을 품게 되고, 한 명 한 명의 삶이 달라진다. 농촌 의료환경 개선에 뛰어든 선배 의사들의 ‘귀향’도 촉진된다. 지난달 장흥군에서 봉사하던 한 젊은의사는 “내 고향에 내가 필요하단 기분이 든다”고 했다. 단순한 감동 너머, 사회적 사명은 지역 공동체를 붙들어 주는 끈이 될 것이다.
충분히 넘어야 할 벽이 있다. 예산 확보, 정원 선정, 교수진 수급 등 다각도의 지원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무엇보다 새로운 의대 출범이 지역사회 신뢰와 실제 ‘건강지표 개선’으로 이어지는지, 계획만 화려한 채 지지부진하게 흘러가선 안 된다. 지방소멸 위기를 논하던 2020년대 초반, 오늘의 결단은 역사적 변화로 기록될 수도 있다.
이 시점에서 묻는다. 의대 신설을 계기로 우리는 얼마나 많은 이웃의 작은 꿈, 그리고 당장의 생명을 지킬 수 있을까. 작은 고장의 보건소, 농촌 진료소 구석구석에서도 새 희망의 싹이 틀 수 있으리라 믿는다. 대한민국의 의료 정의와 지역 균형발전이 남녘 끝에서부터 시작되고 있다. 시민과 의료진, 행정이 오래 참고 함께 쌓아올린 변화의 집. 전남 국립의과대학이 꼭 건강한 미래의 믿음직한 뿌리가 되길 담담히 바란다.
— 김민재 ([email protected])


늦었지만 참 다행… 전남 분들 좀 더 안심하고 지내셨음 좋겠네요…👏👏
🤔전남 살이 하면서 가족 아플까 늘 불안했는데… 이젠 최소한 응급상황에 희망적이라 그나마 위안입니다. 전국 어디서 살아도 의료는 평등해야죠. 사회적 사명감 가진 의대생들 많이 나오길🤔
이제라도 하나 생긴다지만 너무 늦었지ㅋㅋ 뭐 잘할 수 있겠지… 지원만 계속 해라
느그 동네 의사 없는 아픔 이제 겪지 말길… 공무원들 똑바로 해라ㅋㅋ
이렇게라도 지역 의료 현장이 바뀌어가길 기대합니다!! 의료진 처우 개선과 실질 지원도 빠르게 이루어져야겠어요!! 수도권과 지방 격차 문제를 근본적으로 줄일 계기가 될 수 있길 바라요!! 또 말만 무성하고 실천 없는 정책이 되지 않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