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아 키즈’의 긴 겨울, 이해인·신지아가 쓴 새로운 성장의 챕터

피겨 팬의 눈길은 오늘도 경기장을 떠나지 않는다. 그 기억의 한 가운데, 여전히 ‘피겨여왕’ 김연아가 남아 있지만, 이제는 새로운 이름들이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마음을 흔든다. 2026년 2월, 대한민국 피겨스케이팅 대표 이해인(21)과 신지아(18)가 나란히 국제대회 프리 진출을 확정짓는 쾌거를 이뤄냈다. ‘연아 키즈’라 불리던 두 사람이 드디어 스스로의 이름만으로 값진 무대에 선 순간이다.

경기장 한켠에서는 이해인이 자신만의 루틴을 다짐한 채, 깊게 숨을 들이쉰다. 한참 어린 시절, 텔레비전 속 김연아의 연기를 되뇌었던 기억이 그녀의 목소리에 배어 있다. “힘든 순간마다 연아 언니의 영상을 보며 다시 시작했다”는 인터뷰가 머릿속을 스친다. 그녀는 이번 대회 쇼트프로그램에서 211.94점을 기록, 깔끔한 점프와 흐트러지지 않는 스핀, 완숙한 표현력으로 관중들을 사로잡았다. 경쟁자인 신지아 역시 주눅 들지 않는다. ‘피겨 명문’ 출신 스케이터 답게, 첫 점프 실수 이후에도 흔들림 없이 안무를 소화한다. 프리 진출을 확정짓는 순간, 두 선수는 서로를 향해 밝게 미소 지었다.

두 소녀가 겪은 성장통에는 대한민국 체육계의 현실이 온전히 스며 있다. 체육의 인프라, 선수 육성 시스템, 부모의 경제적·정서적 부담 등, 이들이 넘어야할 산은 2024년, 2025년을 지나 2026년까지도 여전하다. 하지만 그 모든 걸 견디게 하는 건, 이상한 세계에서 돌을 던지는 어른들보다 한 명 한 명의 선수를 응원하는 이름 모를 팬들과, “아이들의 실패를 성장의 소리로 받아주는” 따뜻한 시선이다.

이해인과 신지아의 이야기는 어느덧 아버지, 어머니의 마음을 훔친다. ‘네가 진 사람이 아니다’라며 작은 실패에 울던 기억, “혼자가 아니다”라고 토닥이던 시간, 경기장에 매번 동행했던 가족의 뒷모습. 이들의 꾸준한 도전이야말로, 한국 육아와 교육, 그리고 끈질긴 사회적 응원이 여전히 살아있음을 증명한다. 나란히 기록한 프리 진출은 단순한 순위 이상의 의미다. 포기하지 않는 용기, 동료로 함께 성장하는 모양새, 그리고 실패에서조차 배울 줄 아는 자세—이 모든 것이 우리 사회가 아이들에게 물려주고픈 마음 그 자체다.

피겨스케이팅 감독과 코치진, 그리고 선수 부모님들은 “연아 이후 우상 하나만으론 안 된다”, “본인 성장을 스스로 설계할 아이를 키워야 한다”는 말을 곱씹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아의 족적이 만든 긍정과 집단 응원이 아직도 현장 선수들에게 별이 된 것도 사실이다. 신지아는 “본받고 싶은 언니들이 많았다”, 이해인은 “동생들의 눈빛에서 자신의 긴장감을 키운다”며 언론 인터뷰에서 공동체 의식을 언급했다.

세계 피겨 무대는 어느 때보다 각박하다. 로컬 대회에서의 기록만으로는 생존이 어렵고, 국제 심판단과 해외 톱 선수들의 벽도 높기만 하다. 이런 현실에서 자생적으로 ‘2인 체제의 프리 진출’은 매우 이례적이다. 팬들은 이들의 이름을 검색하며, 각자의 성장궤적에 손뼉을 치고 있다.

무언가를 ‘계속 해낸다’는 현실은, 표면적으로 보여지는 성과 뒤에서 보이지 않는 날씨와도 같다. 이해인의 꾸준함, 신지아의 성실함, 그리고 둘 모두가 안기는 주변인의 따뜻한 격려가 오늘을 만들었다. 내일, 두 선수가 프리에서 보여줄 연기가 다시금 새로운 ‘연아 키즈’를 매료시키길 기대한다. 이들의 이야기는 누군가에겐 단순한 스포츠 뉴스일지 모르지만, 누군가에겐 보통의 아이들이 성장하는 사회 전체의 위로이기도 하다.

선수들의 이름을 응원하며, 이 기나긴 겨울밤, 또 한 번의 박수를 보낸다. 이해인과 신지아, 그리고 모든 ‘연아 키즈’들에게. — 김민재 ([email protected])

‘연아 키즈’의 긴 겨울, 이해인·신지아가 쓴 새로운 성장의 챕터”에 대한 5개의 생각

  • 남 일인데도 내 인생보다 더 응원하게 되네 ㅋㅋ 연느 효과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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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해인, 신지아 두 사람 진짜 멋지다 ㅋㅋㅋ 어릴 땐 남의 경기 보면서 크다가, 이제 자기가 무대에… 저게 바로 진짜 성장 아닐까 싶어요. 스포츠 쪽에서 이런 뉴스 볼 때마다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앞으로 피겨판이 조금 더 좋아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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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장통이라는 표현이 와닿는다. 피겨 뿐만 아니라 대부분 스포츠에서 선수 개인보다 시스템 얘기가 더 많이 나오는 현실인데, 두 선수는 스스로 이겨낸 듯 보여…그래서 더 응원하게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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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번에도 한국 피겨 언플은 역대급!! 근데 정작 지원 그런 건 바뀐 게 없단 얘기 맨날 나오고… 선수들한테만 책임 돌리지 마라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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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anda_laudantium

    피겨는 항상 유망주 이슈 뒤엔 부모의 헌신, 코치의 눈물, 그리고 사회적 지원의 미비가 얽혀 있죠. 이번에 이뤄낸 결과가 아이들 성장뿐 아니라 시스템 개혁 알림이 됐음 하네요. 두 선수 모두 앞으로도 본인 이름 남기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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