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서 한 장, 건너지 못한 마음: 불가능한 관계에 대한 기록
‘가질 수 없는 너에게 보내는 엽서’라는 제목부터 짐작할 수 있듯, 이 책이 다루는 세계는 우리의 일상과 감정의 곁에 놓인 결핍과 열망에 무게를 둔다. 정훈 작가가 강렬하게 포착한 것은 누군가에게 쉽게 닿지 못하는 순간들, 그리고 그 부재조차 하나의 존재감이 된다는 역설이다. 2026년 초에 출간된 이 책은 소유할 수 없는 혹은 결코 가질 수 없음을 아는 대상에 대한 내밀한 기록이자, 언어와 시간, 거리, 신분 혹은 운명이라는 틀에서 비롯된 인간관계의 불가능성을 담담히 되짚는다. 저자의 전작에서 이미 드러났던 ‘기억의 파편화’와 ‘사람 중심적 접근’이 이번 글에서도 반복된다. 다만 여기에는 개인적 고백 이상의 집단적 공감대가 세밀하게 엮여 있다. 독자는 한 장의 엽서처럼 짧고 직접적인 글들 속에서, 끝없이 반복되는 이별과 마침표 없는 대화의 허망함을 발견한다.
정훈은 책의 각기 다른 이야기 속 주인공을 통해 독자의 정체성을 확장한다. 여기서 핵심적 장치는 ‘엽서’ 자체다. 엽서는 보내는 이와 받는 이 사이에 한정된 공간을 두되, 그 공간 안에서 무엇이든 적을 수 있는 자유를 던져준다. 다만 그 자유에는 늘 답장이 없을 수도 있다는 불안이 뒤따른다. 실제로 여러 ‘엽서’들에는 구체적인 날씨, 도시의 소음, 누군가의 스침이 담기지만, 이 모두의 맥락은 결국 “가질 수 없음”의 울림으로 수렴된다. 같은 시기 출간된 비슷한 에세이와 비교해도, 이 책은 거리를 두었기에 오히려 더 선명해지는 애틋함과, 가닿지 못한 마음의 실체를 집요하게 파고든다.
이 책의 내러티브는 단순히 실연, 이별, 혹은 짝사랑의 서사가 아니다. 오히려 자주 놓치는 일상의 경계,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마주침의 순간’ 그 이면에 숨어 있는 불가능한 만남의 형태를 확인한다. 주변부 인생에 대한 애정 어린 응시, 그리고 그 배경에서 뷰파인더 밖의 세상까지 비추는 감각이, 읽는 이를 수동적 공감이 아닌 사유의 현장으로 끌어당긴다.
인간의 욕망과 결핍, 그 가장 안쪽에는 소외와 단절이 자란다. 책에서 반복적으로 언급되는 건너다 못한 징검다리, 배달되지 않는 엽서의 은유에서 우리는 서로 다른 세계와 소통하며도 필연적으로 맞이하는 단절의 경험을 떠올린다. 이를테면 한 인물이 자신이 결코 닿지 못할 곳에 머문 사랑하는 이를 향해 쓴 엽서는, 사실 사랑 자체에 대한 선언이자 포기가 겹치는 복합적 언어다. 여기서 정훈 작가는 객관적 현실과 주관적 감정 사이, 유예된 채로 남겨진 말끝을 전면에 내세운다. 관계의 경계에서 멈춰 선 채, ‘답이 올 수 없는 메시지’에 깃든 위로와 연민, 또 희망조차 이야기한다.
다수의 현대 에세이들이 자기 치유와 긍정, 혹은 ‘소유할 수 있는 것의 가치’에 집중하는 흐름과 달리, ‘가질 수 없는 너에게 보내는 엽서’는 ‘가질 수 없음’ 자체를 다룬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이 책은 도리어 결핍이 우리를 지탱하는 한 축임을 천천히 강조한다. 익명성과 이방인성, 잠깐 스쳐간 인연의 이름, 그리고 더 이상 닿지 않는 관계의 불가해함이 엽서에 적혀진, 한낱 ‘흘러가는 말’처럼 격하되지 않는다. 오히려 모든 ‘닿지 않음’은 어떤 존재 확인, 새로운 연결의 가능성을 다시 묻게 한다. 이따금씩 반복되는 ‘존재 증명’의 의문은 한국 현대 에세이 전반, 나아가 동시대 정서의 핵심적 물음으로 확장된다.
정훈의 문장은 차분하면서 건조하다. 소멸하는 관계를 시적으로 미화하지도 않고, 오히려 잔잔한 음영 속에 불현듯 스며드는 날선 현실의 목소리를 남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관계 속에서 한 명의 주체로 살아가는 우리의 불안과 연약함에 대한 섬세한 묘사다. 비슷한 시기 독자 반응 역시, 자기 고백의 진정성과 사회적 소외를 동시에 읽어낸다. 대다수 리뷰에서 ‘엽서’라는 형식을 통해 타인과의 거리, 그 거리감이 주는 서글픔, 그리고 그 거리로 인해 유지되는 이기적 안정감에 관한 자조가 이어진다. 이는 우리 사회의 디지털 소통, 팬덤 문화, 단절과 연결에 대한 감각까지 넓게 확장된다.
또한 이 책은 문화적 배경과 개인의 일화가 자연스럽게 교차되며, 곳곳에 세대론적 고민이 묻어난다. 2020년대 중후반, 불안정한 노동시장, 빠르게 변하는 인간관계를 겪어온 청년세대가 이 책 속에 자신을 투영한다. 한편으로는 부모 세대까지도, “잡을 수 없는 것에 갇혔던 자기 청춘”을 돌아보며 책장을 넘긴다. 답장이 절대 오지 않으리란 걸 알면서도 계속 글을 쓰는 마음, 이는 단지 누군가에 대한 애착이라기보다는, 결국 자기 자신에 대한 성찰의 장이기도 하다.
출간 직후 주요 온라인서점과 커뮤니티에서는 ‘누구나 가질 수 없는 대상을 품고 있다’는 보편적 인식, 그리고 그 이면에 숨어 있는 외로움의 현실화에 대해 격한 공감과 토로가 이어진다. 동시대 작가들이 선호하는 자기 치유적 글쓰기와 달리, 정훈은 자기 위로에 머물지 않는다. 그보다는 결핍을 선명하게 드러내는 것, 그 자체를 존재의 증명으로 본다. 누구나 자신만의 엽서를 써봤던 기억, 보내지 못한 메시지를 품고 살아가는 기억이 이 책을 통해 하나의 새로운 공공의 대화로 확장된다.
이 책은 단지 한 인간이 ‘너’에게 보내는 엽서집이 아니다. 현대 사회가 마주한 불가해한 거리, 확장된 외로움, 애도의 양상, 연결과 소외 사이를 오가는 정체성의 흔들림까지 포괄한다. 관계의 한계에 대한 차분한 고백, 그리고 그 한계가 가져오는 성장의 가능성을 음미하게 한다. 우리가 무엇을 소유하지 못했을 때, 무엇을 쓸 수 있고, 어디까지 마주설 수 있을지, 책은 조용히 물음을 남긴다.
— 이상우 ([email protected])


가질 수 없는 건 항상 더 끌리더라 ㅋㅋ 인생이 그렇지 뭐
진짜로… 항상 못 가진 것만 생각하다 소중한 것도 놓친다니까!! 근데 인간 심리가 원래 그런가 봐!! 내 얘기같음!!
ㅋㅋ 가질 수 없는 게 왜 항상 그리운지 아는 사람 ㅋㅋ
그냥 다 지나가는 거지 뭐 ㅋㅋ 인생 한방!
…이런 책 보면 잠깐 멍해짐… 다들 비슷한가…?
엽서라니!! 한때는 이걸로 고백도 하고 우정도 쌓았지… 요즘엔 다 쪽지, DM… 감정도 조각나는 시대라 그런가. 근데 결핍이 인간을 움직인다는 말에 한 표. 책 볼 의욕 생김!!
이런 류의 책이 주는 울림은 언제나 크다고 생각합니다. 결핍과 소외, 그리고 연결과 단절 사이에서 우리는 늘 망설이죠… 누구나 건넬 수 없는 말이 있게 마련이고, 그걸 누군가가 글로 써준다는 게 어쩐지 위로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