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 대신 손주 키우느라 골병든 60대…’뜻밖의 결과’

최근 몇 년 사이, 자녀를 대신해 손주를 양육하는 ‘조부모 육아’가 우리 사회의 새로운 가족 양육 형태로 굳어지고 있다. 이에 따른 신체적 피로와 사회적 부담, 정서적 소진이 가정의 뒷편에 남긴 현실을 확인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실제로 60대 중·후반 여성들 사이에서 손주 육아에 따른 만성 근골격계 질환, 수면 장애, 우울 증상 호소가 급증하고 있다는 여러 조사결과가 발표되고 있다. 노후의 여유와 자기 계발 대신, 자녀 세대의 경제적·사회적 한계 속에서 또 한 번의 ‘양육 전선’에 나서는 부모 세대의 상황은 적지 않은 사회적, 정책적 함의로 이어진다.

한 예로, 서울에 거주하는 65세의 김모 씨(가명)는 퇴직 후 자녀 부부의 맞벌이로 인해 손주 둘을 전담하게 됐다. 김씨는 “하루 종일 아이 뒤치다꺼리에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도 모르겠다”고 토로한다. 육아로 인한 피로는 그녀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60~69세 여성의 요통 및 어깨 통증 진단률이 꾸준히 오르고 있으며, 이 연령층의 수면제 및 항우울제 처방률 역시 동반 증가했다. 점점 더 많은 조부모들이 본인들의 건강과 노후를 희생하며 자녀 세대의 육아 부담을 ‘대신’ 짊어지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의 원인을 ‘맞벌이 필수 시대’와 ‘부동산·교육비 부담’ 등으로 설명한다. 가정 외부의 공적 보육 시스템은 여전히 수요에 미치지 못하고, 돌봄의 사적 책임이 자연스럽게 조부모로 전이됐다. 특히 맞벌이 가정이나 한부모 가정에서는 조부모의 도움이 없이는 일상 유지 자체가 어려울 정도다. 보육시설 대기, 비용 부담, 신뢰도 등 문제도 조손(祖孫) 가족의 증가에 크게 영향을 미쳤다.

조손 육아의 장점 역시 있다. 조부모와 손주가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심리적 안정과 세대간 친밀감이 높아졌다는 긍정적 연구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긍정 효과마저도 일정 수준의 체력, 경제적 여유, 대가에 대한 상호 합의가 있을 때 사회적 보호망 바깥에서 이뤄질 수 있음을 간과할 수 없다. 실제로 대다수의 조부모들은 자신이 감당하는 육아의 무게에 비해, 정당한 대가나 한시적 ‘휴식권’을 누리지 못한다. 최근 한국노인복지학회 설문에 따르면 ‘손주 돌봄’이 부담이 된다고 응답한 60대의 비율이 83%에 달했다.

여기에는 ‘의무’와 ‘자발성’ 사이의 미묘한 긴장도 숨겨져 있다. 노년기부터는 자기 관리와 취미 생활, 휴식 등 노후의 삶이 절실히 필요하지만, 실제 현실에서는 더 이상 자신의 시간과 에너지를 마음껏 쓸 여유를 찾기 어렵다. 또, 경제 위기나 일자리 불안정이 반복되는 젊은 자녀 세대의 ‘내리사랑’을 악용하는 현상으로 비화될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조부모는 도우면서도 누적된 스트레스로 인해 자녀 세대와 갈등을 겪는 경우가 상당수다.

최근 정부는 고령자 돌봄, 맞벌이 가족지원, 공적 보육 확충 정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지만, 당장 체감할 만한 변화는 적다는 반응이 우세하다. 출산율 저하와 돌봄 공백 양쪽에서 답답함을 호소하는 조부모들은 별도의 ‘조부모 돌봄 지원금’, 임시 휴식 지원 같은 정책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조부모의 손주 돌봄을 단순한 가족 내 역할 분담이 아니라, 국가 차원의 육아 정책에 적극 반영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학계에서는 “노후의 건강권과 손주 돌봄의 사회적 비용을 분리 인식해야 조부모의 만성적 부담 악순환을 끊을 수 있다”는 해법을 제시한다.

여기에 최근 시민사회 내에서는 ‘조손 육아권 보장 조례’ 도입 요구도 힘을 얻고 있다. 조부모를 위한 심리 상담, 건강 검진 지원, 단기 돌봄 휴가 등 구체적 제도에 대한 논의도 시작됐다. 실제로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조부모 대상 보육 교육, 소진 예방 워크숍을 시범 실시하며 실효성을 모색 중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큰 틀의 법·제도 뒷받침이 없으면 안전망 구축이 어렵다는 한계도 분명히 존재한다.

정책 변화와 사회적 인식 개선 모두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이 필요하다. 미취학 손주를 돌보는 60대 여성의 현실은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세대 간 격차, 돌봄 부담의 전가, 그리고 가족의 ‘헌신’과 ‘희생’에 대한 재정의 필요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국가와 지역, 가정이 모두 ‘함께 책임지는 육아’ 구조가 마련돼야만 조부모의 삶의 질 저하와 건강 부담을 막고, 세대 사이의 불필요한 갈등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지금 이 순간, 조부모 세대는 자녀 세대만큼이나 사회적 보호와 존중, 미래의 삶에 대한 자율을 절실히 바라고 있다. — 최현서 ([email protected])

자식 대신 손주 키우느라 골병든 60대…’뜻밖의 결과’”에 대한 8개의 생각

  • 우리 사회는 왜 늘 한쪽에 부담을 몰아주는지🤔 맞벌이는 선택이 아닌 필수인데, 조부모 건강까지 담보로 손주 키우라는 건 너무한 듯. 결국 악순환이 반복되는 건데 대책 보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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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즘 가족이란 이름 아래 못하는 희생이 없네요… 읽으면서 속상하고 또 슬펐습니다. 결국 조부모 노후는 어디서부터 꼬인 건지 차라리 가만히 놔두면 좋겠네요. 정책만 늘어난다더니 정작 현장에선 변한 게 없다는 증언들이 공감됩니다. 우린 ‘효’ 개념으로 포장하지 말고, 제도부터 진짜 챙길 생각 해야 한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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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런 이야기 들으면 참 씁쓸합니다!! 누군가는 손주 안 봐주면 자식이 이혼한다고 협박한다던데요!! 돌봄 국가 책임, 지금처럼 미루기만 하면 계속 피해는 약자 몫입니다!! 누굴 위한 복지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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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발 국가가 돌봄 책임 좀 가져가라. 경제 책임, 육아 책임 다 가족만 지고 있는 게 언제 끝날지… 할머니 할아버지가 자기 인생 살 여유라도 있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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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olf_molestias

    다들 돌봄 국가책임 외친다더니 결국 부모세대가 다 떠안지. 이게 선진국임? 복지 말만 번지르르… 그냥 웃김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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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주티켓 받았으면 ‘휴식 쿠폰’도 끼워줘야죠🤔 근데 우리나라에선 아직 한참 남은 듯… 고생은 늘 우리 부모님 몫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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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슬프지만 현실이에요😥 점점 조부모만 늘어나는 육아 부담… 그래도 서로 토닥토닥 힘냅시다! 제도적 지원 진심 필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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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는 가끔 이런 기사 볼 때마다, 조부모님들께 복지국가라고 광고만 하지 말고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국가가 ‘손주 돌봄 휴가’제 해줄 생각 없나 궁금하네요.😅 결국 돌봄 부담=여성+노년층 공식은 도대체 언제 사라짐? 댓글보니 국민 다 격공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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