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치 않은 여행, 예능이 트렌드를 바꾸는 순간

짧은 순간의 드라마틱함, 그리고 무심하게 던져진 여행 가방. 2026년 2월의 여행계는 지금 다시 ‘리얼리즘’ 예능 트렌드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박서준, 정유미, 최우식이라는 막강한 조합에 나영석 PD 특유의 유머러스한 ‘속임수’가 더해진 ‘꽃보다 청춘’ 촬영기가 공개되며, 한 번에 여러 갈래의 소비 심리와 여행 문화를 건드리고 있다. 기사에 따르면 이들은 나영석 PD의 ‘용돈 10만원’이라는 고전 미션에 또다시 속아 여행길에 올랐다. 말장난 같으면서도 자발적으로 참여하게 만드는 이 예능의 묘한 분위기는, 수많은 시청자와 경험 소비자들의 심리를 흔든다.

‘꽃보다 청춘’이라는 브랜드의 힘이 여전함을 다시 느끼게 해주는 순간이다. 2014년부터 시작된 꽃청춘 시리즈는 늘 ‘무계획, 의도치 않음, 급작스러운 출발’이라는 익숙한 패턴을 반복해왔으나, 동시에 그 패턴 자체가 세대별 여행에 대한 태도 변화를 반영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이번에는 ‘윤식당’의 주요 멤버들이 그 주인공이 되었고, 예전보다 훨씬 높은 인지도와 팬층을 가진 스타들이 자연스러움을 연기(journey as performance)하기에 그 파급력은 더욱 강하다. 방송계는 이 긴장감마저도 새로운 시대적 트렌드, 즉 예측 불가와 즉흥성, 그리고 한정된 예산 속 ‘현실적인 여행 감성’으로 소비자에게 각인시키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예능이 여행에 미치는 실질적 영향력이다. 유튜브와 SNS의 여행 후기, 스타일링 노하우, 여행지를 고르는 기준 등 모든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에서 이미 대세인 ‘소비자 후기’와 ‘생활 밀착형 정보’ 방식이 결국 예능에서 재해석되며 교묘히 오락성과 실용성을 섞는다. 기사에서 언급된 ’10만원 용돈’이라는 장치는, 과소비와 넘침의 반대 극점에 있는 미니멀리즘적 여행 컨셉을 적극적으로 브랜딩하며, ‘실제로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일상’의 감정선을 잡아낸다. 이러한 감성은 동시대 소비자, 특히 MZ세대가 추구하는 가치와도 맞닿아 있다. “나도 할 수 있을까?”라는 궁금증이 호기심으로, 그리고 실제 경험(혹은 간접 체험)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예능 포맷의 측면에서 볼 때 나영석 PD의 세계관은 이번에도 확실히 주목받는다. 거창하지 않은 출발, 제한된 자원, 즉흥적 응답—이 세 가지 요소는 단지 예능이라는 장르 안에 국한되지 않는다. 트렌드를 멀리서 관찰하면, 이 패턴은 현재 여행 업계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저가항공 중심의 단기여행, 현지에서 계획을 수정하는 유연한 태도, 사전에 선정된 명소보다 그때그때 SNS에서 ‘핫플레이스’를 검색해 찾아가는 방식 등이 바로 그것. ‘꽃보다 청춘’의 한 장면은 결국 2026년형 한국인의 라이프스타일과 연결된 풍경이다.

팬덤의 심리도 무시할 수 없다. 세 명의 출연진은 이미 ‘윤식당’과 다양한 개별 활동을 통해 각각의 브랜드·소비자 심리를 완벽히 꿰뚫은 사례다. 이전 예능에서 보여준 ‘자연스러움을 연기하는 연예인’이라는 포지셔닝과, 그들이 실제로도 ‘나의 친구’처럼 느껴지는 심리적 거리감 축소 전략은, 여행지 소비자는 물론 다양한 F&B, 패션, 숙박 업계의 브랜딩에도 반복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스타와 팬, 그리고 실시간 시청자(consumer)의 경계가 흐릿해지는 이 시점에서, 예능의 한 장면이 일상적 여행 트렌드에 미치는 효과는 갈수록 더 커지고 있다.

게다가 콘텐츠 산업과 여행 업계의 교차점은 점점 더 촘촘해지고 있다. 단순한 TV 방영이 아니라, 스트리밍, 바이럴 영상, 온라인 굿즈 판매까지 모든 접점이 확장된 상황에서, ‘한정 자원, 현실 밀착형 체험, 즉흥성’의 세 요소는 이제 산업계 전반에 적용 가능한 벤치마킹 대상이다. 여행 업계는 방송과 콜라보 패키지 기획·SNS 연계 할인·금액 제한의 미션 여행 상품 등, 다양한 실험적 상품·마케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리얼리티와 가상, 그리고 재미와 감동 사이에서 한국 방송 예능은 언제나 트렌드와 소비자 욕망의 최전선에 있다. 나영석 PD의 ‘속임수’에 연예인들이 속는 해프닝조차, 사실은 모두가 의도적으로 경계선 위에 올라서는 역할을 하듯, 미디어 산업과 여행 산업의 흐름이 교차하는 극적인 장면이다. 매번 익숙한 패턴임에도 불구하고 그 반복 자체가 지금의 여행계에선 가장 신선한 ‘뉴 트렌드’로 기능한다는 점, 그리고 이 모든 풍경의 중심에 ‘경험의 즉흥성과 현실성’이 존재함을 주목해야 한다.

최근 접한 해외 방송 트렌드 역시 ‘극한의 현실성’과 ‘한정 자원’을 활용한 포맷으로 집중되고 있다. 이는 기술이 발달할수록 더욱 중요해지는 ‘진짜 경험’의 가치와 무관하지 않다. 국내 여행은 물론 글로벌 트래블 산업도 ‘이게 진짜냐, 얼마나 즉흥적이냐’가 새로운 지표가 되어가고 있다는 방증이다. 따라서 이번 ‘꽃보다 청춘’ 시리즈의 귀환은 단지 스타들의 특별 이벤트가 아니고, 2026년 소비자와 여행, 그리고 미디어의 새로운 표준이자 기준점이란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 배소윤 ([email protected])

의도치 않은 여행, 예능이 트렌드를 바꾸는 순간” 에 달린 1개 의견

  • ㅋㅋ 진짜 용돈 10만원이면 김밥만 먹다가 끝날듯ㅋ 방송이라도 부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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