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행’ 역대급 몰려왔다더니…또 ‘대규모 적자’ 무슨 일

2월의 끝자락, 서울 한복판 공항철도와 시내의 호텔 로비에는 여행 가방을 이끌고 선 이방인들의 어우러진 모습이 넘쳐난다. 국경이 열리고 한류의 물결이 다시 호흡을 헐떡이던 겨울, 한국을 찾은 해외여행객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항공기의 무거운 착륙음, 인사동 골목의 웃음소리, 밤거리 젊은이들의 시끌시끌한 대화. 통계로만 보자면 이토록 쏟아진 인파는 지난 팬데믹의 긴 겨울 끝자락에서 맞은 희망의 신호탄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그 화려한 겉모습 아래, 관광수지는 또 다시 대규모 적자로 기운다. 2026년 2월, 여행의 실핏줄이 어디서 끊긴 것인지, 관광 현장의 풍경을 다시 찬찬히 들여다본다.

2025년부터 이어진 여행객 급증은 한국관광공사가 공표한 수치에서도 생생히 드러난다. 2025년 한 해, 1,200만 명을 돌파한 방한 외국인 관광객. 인천, 김포, 부산의 공간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다양한 언어로 채색되며 활기를 띤다. 그렇지만 통계청이 내놓은 올해 1월 기준 관광수지는 20억 달러 가까운 적자를 기록했다. 오랜만에 살아난 여행 열기가 왜 경제적 성과로 이어지지를 못하는 걸까. 실감나는 골목길 풍경, 포장마차의 김이 모락모락한 밤이 무색할 만큼 관광산업의 무게중심은 불안정하다.

골목 안쪽 오래된 한옥 감성카페에서, 연남동 벽돌집 와인바에서 만난 상인들은 매출의 회복을 체감한다고 말한다. 외국인 손님이 늘었고, 그에 맞춰 새롭게 바뀐 메뉴팻말과 영어, 중국어로 출력된 리플릿이 눈에 띈다. 그러나 이 낙관의 이면에는 비용 상승과 내국인의 해외여행 증가라는 복합적인 변수가 작용한다. 실제로 한국을 찾는 해외 관광객이 늘어나도, 정작 더 많은 내국인이 일본, 동남아, 유럽 등 해외 여행지로 떠나면서 여행수지는 적자의 늪으로 빠진다. 중소 여행 업계 관계자는 “골목에 외국인만 보이는 게 아니라, 이제 한국인들은 방콕이나 호치민, 오사카 골목에서도 똑같이 몰려다니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유난히 따스했던 올겨울, 인사동 찻집과 남산 초입 커피숍, 한옥 게스트하우스에는 원색 점퍼를 입은 여행객이 설렘 가득한 시선으로 풍경을 담는다. 하지만 이들이 머무는 평균 일수는 그리 길지 않다. 주요 명소만 찍고 짧게 머무른 뒤 떠나는 소비 패턴이 두드러진다. 쇼핑과 숙박, 미식 등 여행의 핵심 소비가 일부 대형 프렌차이즈나 글로벌 브랜드로 흡수되는 현상도 뚜렷하다. 여행지 소상공인이 체감하는 ‘관광특수’와 국가적으로 남는 경제효과가 온도차를 보이는 까닭이다.

관광업계는 한류 콘텐츠의 힘으로 전 세계 젊은 여행자의 새로운 유입이 이루어지는 것에 기대를 건다. BTS, 아이브, 영화 ‘기생충’, 드라마 촬영지라는 브랜드 이미지는 역대급 여행객 유입을 이끌었으나, 그 열기를 현장 매출로 전환하는 파이프라인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크다. 표준화, 번역, 지역 안내 등 인프라는 앞선 성장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작은 관광도시는 연일 늘어나는 쓰레기, 소음, 부조화에 몸살을 앓는다. 전주 한옥마을에서 만난 자원봉사 해설사는 “사람은 많은데, 현장에 남는 건 쓰레기와 불만, 그리고 짧은 발길뿐”이라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더불어 고가 구조, 환율, 물가, 교통 접근성, 일부 지역에 편중된 인프라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국내 여행자들이 해외로 빠져나가게 하는 원인도 크게 작동한다. 대학생 K-트립족들은 “차라리 싼 값에 필리핀이나 대만으로 여행 간다”며 대놓고 담백하게 말한다. 명동과 강남, 제주 같은 대표적 관광지가 포화되니, 이젠 변두리 소도시, 바닷가마을도 언젠가 이방인의 ‘포토스팟’으로 뜨지만, 깊이 있는 문화·음식 체험은 아직 덜 정착된 모습이다.

서울에서 인천공항을 오가며, 촘촘히 짜인 고속철 위로 달리는 열차 안 창밖으로 쓸쓸하게 비치는 야경. 쇼핑백을 든 여행자의 표정엔 기대와 피곤이 교차한다. 방한 외국인 수의 기록적 성장은 한국 여행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하지만 겉으로만 북적인 풍경과, 들뜬 관광객 뒤에 남겨진 지역경제의 빈자리, 그리고 쉽사리 메워지지 않는 적자폭. 그 간극을 메우는 일은 단순한 여행객 유치 이상의 세심한 구조개혁과, 오래도록 남는 공간 경험을 만들어주는 온기 어린 산업의 품에서 시작된다. 오늘 밤, 한옥 담장이 그려내는 길고 풍성한 그림자를 바라보며, 한국여행의 오늘과 내일의 따뜻한 숨결이 어디쯤 닿을 수 있기를 조심스레 그려본다.

— 하예린 ([email protected])

‘한국 여행’ 역대급 몰려왔다더니…또 ‘대규모 적자’ 무슨 일”에 대한 7개의 생각

  • 여행객 숫자 늘었다고 해서 호들갑 떨더니 실제로 적자라는 게 참 아이러니네요. 근본적으로 우리나라 관광 구조가 외국인들 지갑을 열게 하지 못한다는 뜻 아닐까요? 지역경제랑 현지 소상공인들까지 실질적으로 돈이 돌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의미가 있는데, 맨날 미디어만 화려하고 현장은 갈수록 힘들어진다는 점 생각해봅니다. 실제로 관광지 가보면 대형 체인, 이미 글로벌화된 가게들만 줄서있고, 동네 가게들은 여전히 어렵죠. 이러한 구조부터 고치는 게 급선무 아닌지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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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적자 쌓이는 소리 들리네…진짜 이런 구조 언제 바뀌냐?? 정부 대책 뭐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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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국인 관광객 유입도 중요하지만, 내국인들이 국내 여행에 더 많은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환경이나 가격정책을 바꿔가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결국 모두가 즐길 수 있어야 진짜 관광강국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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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숫자 늘어서 대박이라고 홍보하더니…실상은 적자라니 실소만 나옴😂 관광 인프라 근본 개혁 필수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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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규모 적자…또 시작이네!! 언제쯤 개선될지 진짜 궁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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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늘 느끼는 거지만 한국 여행은 체험이 부족해요. 전주 한옥마을, 제주 해안도로, 명동, 강남…사진만 찍고 끝나는 게 현실이죠. 더 깊이 있는 경험, 지역만의 매력을 채워야 외국인도 지갑을 열고 또 오죠. 단순히 인바운드 숫자에만 집착하다간 경제효과는 금방 또 사라질 듯! 이 부분 정부나 업계에서 고민을 더 깊게 해야 할 때에요. 요즘 일본도 비슷하게 고민하던데, 우리도 길게 장기 전략 필요하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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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인만 해외 나간다고 뭐라 하는데, 그만큼 국내여행 매력이 부족하니까 그런 거임🤔 정부가 현실 파악 좀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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