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인의 소비 트렌드 변화, 물건 대신 ‘감정’을 산다…’경험경제’ 新성장동력 급부상

아침 공기가 부드럽게 감길 즈음, 하노이의 한 거리 곳곳에는 익숙한 분주함 대신 낯선 여유가 스며들고 있다. 빽빽하게 늘어서던 오토바이 행렬을 따라 눈을 돌리면, 이제는 커피 한 잔에 오랜 친구와의 대화를 즐기거나, 요가 스튜디오에서 마음의 평온을 찾는 사람들이 눈에 띤다. 최근 베트남 소비자들의 일상은 이전과 사뭇 다르다. 오브제를 소유하는 기쁨 대신, 순간을 경험하는 설렘이 삶을 채워가기 시작한 것이다. 통계자료와 현지 업계 동향을 살펴보면, 베트남의 소비 체계 전체가 근본적인 변화를 맞이하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베트남 시장은 급성장하는 중산층을 중심으로 전자제품과 의류, 생활용품 같은 실질 소유에 가치를 두던 모습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명확히 달라졌다. 최근 호치민의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소규모 여행사, 공예 워크숍, 심지어 도시 농업 체험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경험 기반 서비스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가벼운 소유, 깊은 경험’이라는 모토는 베트남에서 단순 유행을 넘어 새로운 문화로 자리매김했다. 소비자가 직접 ‘새로움’을 만들어가는 일, 자기 자신을 채워주는 ‘감정의 소비’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것.

현대 베트남을 살펴볼 때 특히 흥미로운 지점은 스마트폰을 든 20~30대 청년층이 도시 문화 전반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SNS로 무장한 이들은 #체험챌린지, #분위기샷 등의 해시태그와 함께 무언가 남기는 것이 아니라, 직접 보고, 듣고, 느끼는 일에 더 큰 의미를 두기 시작했다. 이토록 새로운 감각의 소비는 “경험경제(Experience Economy)”라는 세계적 흐름 속에 놓여 있음이 분명하다. 실제로 업계 전문가들은 최근 베트남에서 음식 체험 관광, 사진으로 남기는 이색 공간 투어, 지역 전통과 결합된 아틀리에 클래스 등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도시 외곽의 농촌 체험이나 전통 음식 워크숍도 예약이 월초에 마감될 정도니, 이 변화가 얼마나 빠른 속도로 번지고 있는지는 짐작 이상이다.

여기에는 단순한 유행 이상의 사연이 얽혀 있다. 베트남은 오랜 시간 동안 최고를 향한 경쟁과 소유를 통해 자신을 증명해 왔다. 하지만 글로벌 위기와 외적 변화가 겹치며, 많은 이들이 삶의 가치를 다시금 물어보게 되었다. 물질의 풍요함은 잠시의 만족만을 남기고, 감정과 기억, 자기 성장이라는 더 깊은 차원의 가치가 사람들 사이에서 조용히 빛나기 시작했다. 요즘은 새로운 ‘소비 명분’을 찾는 이들이 직접 친구들과 공간을 디자인하거나, 독특한 음식을 만드는 워크샵에 참가하며 삶의 기록을 남긴다. 베트남의 각 지역별로 특색 있는 체험 프로그램이 늘고, 휴가철이면 가족 단위로 ‘주제형 여행’에 나서는 것은 이제 흔한 풍경이 되었다. 예컨대 다낭의 한 도시농장에서는 자연 속 식사를 즐기고 도예 체험을 하는 ‘버블 종일권’이 조기 매진되는 진풍경도 펼쳐진다.

재미있는 부분은 이러한 변화가 단지 젊은층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중장년층 역시 일상에 ‘작은 경험’을 채워넣으며 삶의 활력을 찾는 모습이 자주 포착된다. 몇 해 전에는 생경했던 명상 스튜디오, 테라피 클래스, 가족용 피크닉 패키지가 곳곳에 생기면서, 세대와 라이프사이클을 넘나드는 새로운 문화의 충돌과 융합이 일어난다. 베트남 사회 전체가 ‘경험’을 수집하며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가는 것이다. 이제 쇼핑몰이나 레스토랑 역시 SNS의 사진 맛집이 아니라, 실제 감각으로 새로움을 체험할 수 있는 ‘즐김터’로 다가온다. 하노이나 호치민의 신생 카페들은 독특한 콘셉트와 소규모 워크숍을 도입해 ‘단골’ 소비자를 꼼꼼히 모아가고 있다.

이유를 조금 더 들여다보자. 전문가들은 팬데믹 이후 베트남 소비자가 웰니스(Wellness), 친환경, 심리적 만족 등의 ‘비물질적 경험’에 큰 가치를 두게 되었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베트남 구글 트렌드, 티켓 판매 플랫폼에서도 ‘체험’ 관련 키워드의 검색 빈도는 2025년 한 해 동안 2배 가까이 치솟았다. 현지 시장조사업체에 따르면 여행, 음식, 문화 체험 분야의 소규모 브랜드 매출이 전년 대비 32% 넘게 늘어났고, 일부 업체들은 오롯이 자연·힐링·자기계발 테마의 서비스로 차별화에 성공하고 있다. 또한 청년세대는 단순히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보다, 그 경험이 내게 어떤 의미였는지를 우선시하는 경향을 보인다. 미디어나 광고를 ‘따라잡는’ 것이 아니라, 취향과 가치관에 맞는 ‘나만의 경험’을 찾아가는 여정에 더 큰 자부심을 느끼는 것이다.

기업과 정책, 도시의 변화도 이에 맞춰 발맞춘다. 최근 호치민시 정부는 ‘문화·관광 체험도시’ 비전 프로젝트를 발표했고, 교육계에서는 ‘경험 중심 교육’ 프로그램이 시범 도입되기도 했다. 현지 카페, 숙박, 문화공간 창업 시장도 경험 기반 비즈니스로 눈을 돌리면서, 베트남 소상공인들 역시 이 변화가 실질적인 경쟁력이 됨을 실감하고 있다. 직접 만든 수공예품이나 체험 바우처, 팝업 클래스 기획 등에서 ‘나만의 이야기’를 제공하는 작은 브랜드의 등장이 소비 생태계를 더욱 다채롭게 만들어간다.

물론 변화의 이면에는 난관도 존재한다. 경험경제의 확대는 각계 분야의 창의성이 지속되어야 하는 데다, 도시와 농촌, 계층 간 소비 격차를 불러올 수 있다. 익숙한 방식만 고집하는 기성 업계의 우려도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하지만 베트남 시장이 보여주는 ‘감정의 소비’ 열풍은, 단순한 일시적 현상이 아니란 점에서 더욱 경이롭다. 이는 일상을 아름답게 채우려는 베트남인 특유의 따스함과, 나만의 순간을 꺼내어 소중히 기록하는 감수성이 만들어낸 변화이기 때문이다.

행복을 소유가 아닌 경험에서 찾으려는 베트남인의 느긋한 발걸음, 그 일상 속 풍경은 오늘도 누군가의 작은 이야기가 되어 천천히 이어진다. 삶을 살아가는 방식은 변해가지만, 소중한 기억은 오히려 견고하게 쌓여가고 있다. 요즘 베트남 거리에서 느낄 수 있는 그 변화의 온기, 한국의 일상에도 가만히 퍼져오길 바라본다.

— 하예린 ([email protected])

베트남인의 소비 트렌드 변화, 물건 대신 ‘감정’을 산다…’경험경제’ 新성장동력 급부상”에 대한 6개의 생각

  • ㅋㅋ 경험 팔아도 결국 다 돈이네 ㅋㅋ 근데 감정 산다는 건 또 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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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감정 산다니 좀 웃기다 ㅋㅋ 요즘 전 세계가 다 비슷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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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감정 소비가 트렌드가 된 건 전 세계 공통 느낌도 듭니다. 돈이 ‘나를 위해’ 쓰이는 방향으로 옮겨가는 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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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런 기사 읽다 보면 결국 소비 구조가 자본주의 논리 위에서 조금씩 형식만 바뀌는 것 같긴 해요. 예전엔 물건에, 이젠 감정·경험에. 하지만 체험의 문턱은 결코 저렴하지 않죠. 오히려 진짜 문화 향유는 더 비싸지는 아이러니도 있구요. 베트남 내에서도 과연 모든 계층이 이 변화를 누릴 수 있을지, 정책과 기업이 어떻게 접근하는지가 관건입니다. 글로벌 라이프스타일 변화라지만 이면의 소수층 소외, 지역 차별은 반드시 논의돼야 해요. 마냥 낭만적으로만 볼 상황은 아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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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awk_laboriosam

    베트남의 소비 문화가 점점 다원화되고 있다는 소식 반갑네요. 경제 성장 이후 문화적 다양성과 개인의 경험을 중시하는 흐름은 긍정적입니다. 다만 체험경제가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 특히 도시-농촌 간 격차나 계층별 접근 차이 등은 절대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정책 지원이 동반된다면 더 깊은 변화가 가능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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