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군청소년상담복지센터, 청소년 음란물 중독 예방 부모교육…‘가정에서 시작하는 예방의 첫걸음’
한 겨울의 끝자락, 무주군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서 이른 봄을 알리는 변화의 움직임이 있었다. 청소년 음란물 중독 예방을 위한 부모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아이와 부모 모두에게 필요한 ‘직접적이고 따뜻한 지원’이 시작된 것이다. 지난주 무주군의 한 작은 강당. 수줍게 앉아 있던 나영(가명, 14)의 어머니는 마음 한편에 늘 걱정거리를 안고 있다. 온라인 콘텐츠와 스마트폰이 삶의 일부가 된 이후, 우리 사회의 부모들 대다수처럼 ‘혹시 내 아이가?’라는 불안과 죄책감 사이에서 길을 잃기 쉽다. 급변하는 정보사회는 아이들에게 통제 불가능한 유혹을 쉽게 안겨준다. 실제로 교육현장과 상담전문가들, 그리고 이번 부모교육 현장의 목소리까지 한데 모아보면, 또래 집단, SNS, 각종 채팅 앱 등 일상 영역이 청소년 음란물 노출의 통로가 되고 있다는 우려가 뚜렷하게 드러난다.
무주군청소년상담복지센터가 이번에 마련한 부모교육은 정부나 사법당국의 일방적 통제보다는 보호자 스스로가 자녀와 소통하며 함께 길을 찾아가자는 ‘사람 중심’ 원칙에서 출발한다. 현장 강사인 한 상담사는 “단순히 규제하자는 게 아니라, 아이들에게 올바른 정보를 주고 건강한 대화 환경을 만들어가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사례 발표가 이어지는 동안, 서로의 눈시울이 붉어지는 순간도 많았다. 2년간 휴대폰 사용시간이 늘어난 민우(16)는 처음엔 자기도 모르게 19금 사이트를 접하기 시작했다. 곧 죄책감과 착잡한 감정에 시달리며 혼자 끙끙 앓는 상태가 되었지만, 부모와의 대화가 단절되어 ‘혼자 끊어낼 용기’도 내기 어려웠다. 그는 이후 센터 상담사의 중재로 ‘내가 왜 괴로운지’ 부모와 함께 솔직하게 나눌 수 있었고, 어머니와 아버지는 자신들의 생각보다 아이가 훨씬 더 두렵고 힘들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한다. 특히 이번 부모교육에서는 ‘비난이나 처벌’이 아니라 공감적 접근, 열린 질문, 그리고 실패해도 다시 사랑으로 품는 지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와 같은 시도는 단순히 무주군 한 곳에 머무르지 않는다. 전국 여러 지역의 상담복지센터, 정신건강증진기관, 공립 및 사립학교가 모두 빠르게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25년 대구, 수원, 김해 등에서 비슷한 부모교육 및 가족상담 실험이 이어졌다. 서울청소년상담복지센터 관계자는 “아이들과의 신뢰구축, 자존감 회복, 부모세대의 디지털 감수성 강화가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상담센터 집계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미디어에 무방비로 노출된 청소년 중 관련 중독 징후로 상담을 찾는 경우가 작년보다 약 18%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13~17세 청소년들의 53%가 ‘본의 아니게 음란물을 접하게 됐다’는 국내외 공동연구 결과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런데도 부모들은 여전히 이 문제를 ‘내 아이는 괜찮겠지’라며 지나치기 쉬워 조기 개입이 더욱 절실하다.
부모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한 무주군청소년상담복지센터 송진영 센터장은 “우리 교육의 중심은 반드시 ‘아이’가 되어야 하고, 부모 역시 자신의 경험과 두려움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며, “다가가되 가르치려 하기보다 경청하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교육 현장에서 만났던 한 아버지는, “솔직히 부끄럽고 괜히 아이를 더 옥죄는 마음이 컸다. 오늘은 아이와 내가 같은 고민을 한다는 걸 조금이나마 알게 됐고, 이제는 숨지 않고 아이 얘기를 귀 기울여볼 생각이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청소년 음란물 중독 문제는 결코 특정 가정, 혹은 개별 아이의 문제가 아니다. 이 사회를 이루는 모든 세대가 인터넷, 스마트폰, 미디어 환경에 함께 노출되어 있고, 서로의 아픔과 혼란을 공유하는 게 ‘건강한 공동체’로 가는 시작점이 될 것이다. 실효성 있는 예방과 회복에는 ‘나는 안전하다’는 착각을 넘어, 두려움과 불안을 함께 끌어안고 대화의 싹을 틔울 부모와 어른의 용기가 필요하다.
눈에 띄는 개별 해법보다는, 이렇듯 동행의 자세로 아이들에게 다가가는 ‘작은 시도’들이 곳곳에서 쌓일 때, 더 많은 가족과 청소년이 온전히 성장의 길에 서게 되리라 믿고 싶다. 무주에서, 아이의 손을 잡고 늦겨울 해를 바라보던 어느 어머니의 얼굴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 김민재 ([email protected])

여기 댓글보면 다 부모 책임론 나오네🤔 솔직히 사회와 학교, 플랫폼 기업 다같이 역할 나눠야 하지 않음?
어차피 이런 건 보여주기식 행사일걸. 전국 공교육 시스템이 이렇게 허술한데 지역 상담센터가 무슨 실질적 개선을 만들겠나. 현실에는 손 안대고 하늘에서 훈시만 하는 느낌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