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성이 다른 사회, 가족의 의미와 다양성에 대한 묵직한 질문

같은 지붕 아래 살아가지만 다른 성(姓)을 가진 부부와 가족들. 그 풍경을 앞에 두고, 이를 두고 ‘가정이 무너진다’, ‘사회가 무너진다’는 걱정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그러나 우리가 진심으로 질문해야 할 지점은 과연 ‘이름’이 공동체의 근간을 뒤흔드는 것인지, 아니면 변화의 조짐 앞에서 움츠러든 두려움에 가까운지는 아닐까. 이번 기사에서는 부부의 성을 각기 다르게 사용하는 것이 실제로 한국 사회와 가정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 그리고 그 이면에 숨어 있는 진짜 이야기를 따라가 본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김정은(35) 씨는 3년 전 결혼식장에 들어선 순간부터 호적 이름을 바꾸는 절차 대신, 본인 성을 그대로 사용할 거라 다짐했다. 양가 어른들은 “예전엔 이런 적 없었다”며 걱정했지만, 김 씨는 오히려 그렇게 각자의 이름을 존중하며 새로운 평형점을 찾는 과정이 부부 관계의 신뢰로 이어졌다고 말한다. 김 씨가 이야기하는 가족의 모습은, 종종 사회적 논란의 한 가운데에 놓인 ‘부부 동성(同姓)’ 논쟁과는 전혀 다른 결의 온기를 품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성은 단순한 호칭 이상의 의미를 지녔다. 가문과 혈통, 그리고 사회적 지위를 상징한다는 오랜 관념이 사람들의 머리에 각인된 것이다. 하지만 시대는 바뀌었고, 결혼제도 역시 다양한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최근 통계청 자료를 살펴보면, 부부가 각자 성을 유지하는 혼인 건수는 지난 5년간 꾸준한 증가세를 보였다. 2025년 기준, ‘동명이인적(同名異人籍) 부부’는 전체 혼인의 약 3%를 차지하며 매년 늘고 있다. 이는 더 이상 예외나 특수한 선택이 아니라는 신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이 다르면 가족이 붕괴된다”는 우려는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이러한 주장에는 묵직한 역사와 문화적 맥락이 있다. 유교적 가부장제 전통 아래서 성씨의 일치는 곧 가족의 명분, 단란함, 질서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현실에서 가족을 진짜 단단하게 만드는 힘은 반드시 성의 동일성이 아닐지도 모른다. 사회복지관에서 만난 최미연 상담사는 “부부의 성이 달라서가 아니라, 서로 신뢰하지 못하는 데서 생겨나는 거리가 오히려 가족을 불안하게 만든다”며, 성씨 본질과 가족의 탄탄함은 별도로 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쯤에서 잠시 국제사회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일본에선 부부가 동일한 성을 사용해야 한다는 법이 아직도 살아있지만, 유럽 국가나 미국, 호주 등에서는 이미 오래전 가족 중 각자의 성(姓)을 유지하거나 병기하는 게 보편적인 풍경이 됐다. 미국의 한 소아정신과 전문의는, “아이가 고민했을 때 중요한 건 부모의 성이 같고 다르고가 아니라, 가정 내에서 자신이 존중받는지의 문제”라고 말한다. 실제로 ‘서로를 인정하는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이 더 활기찼다’는 여러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다.

반면, 사회 각계에서는 우려의 이면에 다른 목소리도 적지 않다. 아이들의 학교 생활, 행정 절차, 사회적 시선 등 ‘불편’이 뒤따른다는 목소리다. 경기도 용인에 사는 송민호(42) 씨는 아이의 유치원 입학 서류를 작성할 때, 엄마와 성이 달라서 교사들에게 오해를 산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아이가 겉돌까 걱정됐다”는 솔직한 고백에는, 변화와 혼란의 경계선에 선 부모들의 마음이 살아 숨 쉰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학교현장, 행정서비스, 사회적 인식에서도 점차 ‘다양한 가족 형태’를 받아들이려는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지방 소도시에서 만난 김명희(59) 씨는 얼마 전부터 딸과 사위, 그리고 손주의 가족사진을 볼 때마다 마음 한켠이 따뜻해진다고 한다. “이름이 같든 다르든, 그 집에 사랑이 있는 게 더 중요하다”는 그녀의 말 한마디는, 가족을 지탱하는 힘이 어디에서 오는지 조용히 가르쳐준다. 오랜 세월 ‘일자로 줄서기’에 익숙한 이 땅에서 각자의 이름, 각자의 삶을 존중하는 소수자의 도전은 아직 진행 중이다. 그러나 그 여정 속에서 우리는 점점 더 ‘부부의 성’이라는 이름표 대신, 가족이라는 관계의 온기를 새롭게 써내려가고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가족을 지키는 힘이 법률, 제도, 혹은 전통에만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부부가 각자의 성을 지키든, 한 성으로 뭉치든, 따스한 배려와 존중이 이어질 때 가정은 결코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사회 역시, 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너그럽게 품에 안을 때 더 건강하게 나아갈 수 있다. 성이 다르다고 집이 무너지는 게 아니라, 서로의 다름을 받아들이지 못할 때 벽이 생기는 것 아닐까. 각자의 이름이 품고 있는 여정을 따뜻하게 안아주는 것, 가만히 그것이 진정한 가족의 의미임을 다시 한 번 곱씹게 된다.

— 김민재 ([email protected])

부부의 성이 다른 사회, 가족의 의미와 다양성에 대한 묵직한 질문”에 대한 3개의 생각

  • 성이 다르면 무너지면 그게 어떻게 가족임? 일본보면 법으로 정해도 별거 없던뎁쇼!! 그 와중에 우리나라 유교 필살기 아직 살아있었네 ㅋㅋ 서로 존중하면 되는거잖아요!! 느그 집안법 전국규모로 확장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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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eal_voluptate

    솔직히 요즘 젊은세대는 가족, 결혼, 이름 이거 다 자기 선택이라 생각하잖아요?ㅋㅋ 부모님 세대와 다른 점 이해하는 게 현대인 덕목 아닐까요. 국제적으로도 다양한데 우리만 성에 집착하는 듯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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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이 가정 지키는 핵심?ㅋㅋ진짜 핵심은 대화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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