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과 사는 남자’, 25번째 ‘한국 천만 영화’ 등극…박스오피스 순위 1위
한국 영화계에서 ‘천만 영화’라는 칭호는 단순한 흥행 성적 이상의 의미를 가지며, 대중과 산업 모두의 흐름을 돌아보게 한다. 2026년 3월 7일, ‘왕과 사는 남자’가 25번째 한국 천만 영화로 공식 등극했다. 예매율 45%라는 최근 3년 내 최고치를 보이며, 개봉 23일 만에 누적 관객수 1,000만 명을 돌파했다. 이는 2020년대 들어 한동안 주춤했던 극장가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다. 현재 2위인 ‘정글의 북쪽’이나 3위권 내외의 외화 대작들을 크게 따돌린 결과다. 극장가의 침체기가 언제였냐는 듯, 관객수 급증 현상을 두 눈으로 마주한 셈이다.
지금도 많은 이들이, OTT가 유행해 극장이 설 자리를 잃었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왕과 사는 남자’가 보여주는 열기는, 화면 너머 극장에서 직접 호흡하는 경험의 독특한 힘을 입증한다. 영화를 관통하는 테마, 그리고 연출의 감성적 밀도는 대중이 왜 다시 한번 스크린으로 모였는지에 대한 답을 던진다. 이 영화는 조선 중기 왕의 인간적 고뇌와 왕권의 그늘, 그리고 그 곁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연대와 상처를 잔잔하면서도 치밀하게 담았다. 신예 성호준 감독은 섬세한 미장센과 정확한 인물 해석으로 역사극의 새로운 지평을 보였고, 주연배우 박선우와 최정연의 내면 연기는 좌중을 몰입하게 한다. 무엇보다 군더더기 없이 차분한 연출, 그리고 해묵은 클리셰를 최소화한 각본 덕분에 세대 불문 관객층의 입소문으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2020년대 중반 한국 영화시장에 있어 천만 영화의 탄생은 더 힘들어졌다. OTT의 확산, 관람료 인상, 젊은 층의 영화 외면 등 여러 장애물은 한동안 스크린에 먹구름을 드리웠다. 역설적이게도, ‘왕과 사는 남자’는 전통적인 영화관 체험의 복권과 함께, 소외당했던 역사극 장르의 재발견을 동시에 안겼다. 이 작품의 힘은 거대한 볼거리나 전율적인 반전 대신, 한 시대 인간 내면의 슬픔과 존엄을 정직하게 응시하는 리얼리즘에서 나왔다. 감독 성호준은 물론, 이번 영화의 각본과 미술, 조명팀에 이르기까지 DVD 코멘터리나 주요 인터뷰에서도 강조되었듯, 치열한 준비가 디테일에 담겼다. 소박한 궁궐 세트장에서 펼쳐지는 왕과 신하들의 시선, 심리전과 속삭임, 흙바람과 은은한 조명까지—모두가 화면 너머 감정선을 따라 설계됐다. 이 영화에 관객들이 자신의 가족, 혹은 평범한 일상의 고단함과 투영하는 건 우연이 아니다.
배우 박선우는 왕의 복잡한 심성을, 최정연은 그 곁 사람들의 무게감과 상대적 소외를 절묘하게 구현한다. 특히 클라이맥스에서 터지는 두 인물의 대립—절제된 언어와 표정, 한국 고전미가 자연스럽게 살아나는 명장면으로 손꼽힌다. 최근 몇 년간 ‘실존 인물 해석’ 혹은 ‘탈권위적 역사극’ 흐름이 꾸준했지만, 이 영화는 구태의연하지 않다. 신파나 과장 없는 현실감, 재조명된 조선 말기의 사회상, 그리고 그 속에서 사랑하며 버티는 이들의 얼굴을 집중 조명한다. 영화가 시작되면 오래 묵은 설화나 짧은 ‘카더라’ 전설이 아니라, 마치 한 편의 아름다운 우화처럼 관객 마음에 녹아든다. 혼탁한 현대를 살아내는 관객에게, 이 소박한 왕과 이웃 사람들의 이야기는 오래된 위로로 남는다.
이 작품의 천만 관객 돌파는 현재 한국영화제도에 대한 신뢰 회복, 극장 유통구조 개편 논의, 그리고 영화산업 종사자들의 자부심과도 직결된다. 많은 영화 전문가, 비평가들이 최근 ‘과잉상영 및 마케팅’ 논란을 지적했지만, 이번만큼은 구전과 입소문이 제대로 작동했다는 평가다. 대기업 배급의 힘도 분명 있었지만, 실제로 20~50대 관객, 그리고 시니어 관객층까지 골고루 유입된 흔치 않은 케이스다. 이처럼 전연령층이 목격자로 남은 작품의 등장은, 2026년 한국 영화가 다시 도약함을 알린다. 전문가들은 곧이어 등장할 차기 대작들과의 비교 행렬도 예고하고 있지만, 지금은 잠시 영화를 사랑하는 모두가 박수를 보낼 시간이다. 작품성, 연기, 역사적 해석, 그리고 극장 안팎을 가로지르는 땀과 공감까지—무엇도 허투루 낭비되지 않았다.
다시 천만 영화 탄생의 순간 앞에서, 우리는 극장의 의미와 더불어 시대를 반추한다. 2026년 상반기, ‘왕과 사는 남자’는 한국적 정서, 영화적 감동, 그리고 공동체적 공명을 다시 한 번, 모두에게 선사했다. 앞으로 또 어떤 이야기가 대중과 스크린 사이에 다리를 놓을지, 오늘 관객수 카운터를 보며 상상하게 된다.
— 한도훈 ([email protected])

드디어 천만… 진짜 올해 영화계 변할려나 기대됨ㅋㅋ
천만 넘었다고 너무 들뜨면 안됨. 과대포장 꽤 많더라 ㅋㅋ 그래도 이번엔 진짜 잘 만든 듯?
영화관에서 천만 관객 돌파라니, 그 자체로 의미있네요. 요즘처럼 소통 단절된 시대에 모두가 같은 이야기를 보는 느낌, 묘하게 감동적입니다🤔 앞으로 극장산업에도 훈풍이 불지 않을까요? 오랜 팬으로서 응원합니다!
다들 영화관에서 재미있게 보고 오신듯해요. 저도 곧 예매하려고요. 추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