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ARPA-H, 보건의료 혁신의 문을 두드리다

‘혁신’이라는 말은 현실 앞에서 때로는 허망하게 들릴 때가 있지만, 병상에 누운 이들에게 희망을 전하는 연구는 숫자로 환산될 수 없는 가치를 지닌다. 올해 들어 정부는 ‘한국형 ARPA-H’ 프로젝트를 본격 가동하며, 난치병 치료와 신의료 기술 개발 분야에서 9개의 신규 대형 R&D 과제를 띄우겠다고 발표했다. 미국이 바이든 행정부 들어 만든 ARPA-H는 첨단 연구기술로 의료 난제를 풀어가는 국책기관이다. 한국형 모델은 서울대병원 암환자 김영호 씨처럼 치료법이 불확실한 이들에게 새로운 돌파구가 되어주기 위해 출범했다.

올해 선정된 9개 신규 R&D에는 특히 신경과학과 희귀난치질환, 디지털헬스케어 등 현장에서 밀접히 요구가 컸던 분야들이 포함됐다. 의료계 내부에서도 오랜 시간 붙박이로 남았던 ‘죽음의 계곡’—연구성과가 실제 임상이나 현장에 정착되지 못하고 사라지는 고리—를 없애기 위해 이번 신규 과제가 현장과의 긴밀한 협력을 더 강조한 점에 주목한다. 수원 신도시에 사는 김지은(36) 씨는 아토피로 오랜 시간 고생했는데, 이제 현실적으로 미래 치료제가 실제로 가까워지는 구조에 감사를 표했다. 실제로, 이번 선정 과제에는 의료 현장에서 의료인과 환자, 연구자가 한데 곁에서 고민하고 실질적 문제를 도출해 연구가 곧 치료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만들겠단 목표가 강하게 반영되었다.

‘사람 중심’ 연구라는 점에서 눈여겨볼 사례가 있다. 지난해 뇌종양 진단이 어려웠던 충남대 정현숙 씨(53)는 MRI 조영제 알러지 문제로 한동안 진단 장벽에 갇혀 있었다. 그런데 올해부터 신약 개발 R&D 범위에 맞춤형 영상진단제 개발이 포함된다는 소식을 접하고 병원 상담에서 “이제 내 차례가 오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한다. 실제 연구진들은 이처럼 의료 소외계층을 우선 공략 대상으로 선정, 질병 분야별로 의료 시장성이 약해 민간투자가 어려웠던 틈새를 공공주도 혁신으로 메우겠다는 각오다.

현장에서 만난 이호섭 교수(연세대 의과대학)는 “R&D 중심 정책 수립은 많았지만, 환자의 소리를 데이터화해서 정책으로 연결한 적은 드물었다”며 “이번에는 진짜 위기 영역인 고령사회 만성 질환, 정신건강, 감염병 등에서 환자별 맞춤 대응이 가능하도록 새 모델이 각 병원 실험실까지 내려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공동으로 건강기록 빅데이터를 분석, 치매 조기진단을 위한 AI 알고리즘 연구를 신청한 국립중앙의료원 팀은 작년 한 해 3만 명 가까운 치매 전 단계 환자들에게 실제 임상적 도움을 줄 수 있는 알고리즘을 당장 적용해보기로 했다.

해외와 비교할 때 한국의 역동성 역시 두드러진다. 미국 ARPA-H는 이미 유전자치료·암·희귀질환 혁신처방 등 수십 건의 임상 연구를 초고속 승인하며 규제 혁신을 병행한다. 이번에 우리나라가 시동을 건 한국형 ARPA-H는 국가 차원의 동반 규제개선 태스크포스까지 구성, “실패도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공식 선언하면서 혁신적 도전을 독려한다. 이런 접근은 국내 최초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분당서울대병원 김태연 교수는 “실패 가능성을 인정받은 연구문화는 우리에겐 생소했지만, 이젠 충분히 필요한 시점”이라며 “노동·복지 등 다양한 사회안전망과 연계될 때 진짜 변화가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정책을 둘러싼 사회적 평가는 기대와 걱정이 엇갈린다. 한편에선 자금·규모·인력 자원이 미국이나 유럽에 견줘 아직 부족하고, ‘연구자 중심’이 아닌 ‘환자 중심’ 실행을 위해 정부·병원·산업계 신뢰 구축이 더 필요하다고 본다. 지난해 자녀를 만성난치질환으로 떠나보낸 시민단체 활동가 정윤성 씨는 “좋은 기술이 논문 수준에서 끝나지 않고 삶으로 오게 하려면 정부의 꾸준한 지원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이번에는 실적보다 사람의 변화에 집중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에 보건당국은 투명한 평가 및 환자·가족의 참여를 통한 R&D 과제의 방향성 점검, 상시적 피드백 채널 운영 등을 약속했다.

기술과 사람이 연결되어야 하는 시대, 이번 ‘한국형 ARPA-H’의 출범이 의료계의 실험정신과 사회의 공감 능력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모두의 관심과 신뢰가 절실하다. 현장의 목소리와 눈물을 외면하지 않는 연구가 혁신의 또 다른 이름임을 기억하며, ‘희망은 결국 사람’임을 거듭 다짐한다.

— 김민재 ([email protected])

한국형 ARPA-H, 보건의료 혁신의 문을 두드리다”에 대한 5개의 생각

  • 그래도 뭔가 변화는 좋은듯🤔 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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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 뭐든지 혁신 타령만하다가 올해도 또 쇼하다 끝날듯. 환자 참여? 정책 만드는 사람 중에 환자 가족 몇이나 있는지 궁금하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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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와… 진짜 이런 R&D 정책 제대로 뿌리내릴 수 있을지 기대반 걱정반임요ㅋㅋ 혁신만 외치고 끝나는 게 아니길🙏 사람 중심 의료… 이거 우리 세대에 꼭 현실이 돼야 한다고 봄. 찐 의료계 혁신을 2026년에 진짜 볼 수 있을까? 근데 이미 미국 ARPA-H 따라가는 것도 너무 당연한 건가 싶기도 하고, 건강보험 부담 어떻게 감당할지도 궁금함;;; 여러모로 연관된 부분이 많으니 과정 투명성+실패 인정 문화가 제일 중요할 듯!🔥🔥 건강한 사회의 시작, 엄청 큰 걸음이길 진심 바라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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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혁신 혁신하길래 또 전시행정인가 싶었는데 기사 내용 보면 현장 목소리 듣겠다는 부분이 좀 신선하긴 하네ㅋㅋ 근데 예산이랑 인력 제대로 투입 안 하면 결국 또 쇼로 끝나는 거 아니냐? 그동안 비슷한 정책 얼마나 많았는지 다들 아실 듯… 다음엔 진짜 실행력 좀 보여주길 ㅋㅋㅋ 2026년 우리나라 디지털헬스케어에 진짜 분기점이 될 수 있나 지켜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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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ㅋㅋ과학 기술 투자한다고 의료난제 다 풀릴거란 착각 하는데, 뒷심 부족하면 1년도 못버팀. 정책 연속성이 관건임. 현실적으로 실패 인정은 좋지만, 이제는 실적보다 결과 중심으로 평가하자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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