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곡군 왜관읍에 불어온 영화의 바람, 극장 나들이가 남긴 온기

무심하게 흘러가는 시골 마을의 시간에도, 가끔은 영화가 바람을 몰고 온다. 칠곡군 왜관읍 협의체가 마련한 ‘개봉작 영화 나들이’ 행사는 그런 봄바람과 같았다. 오래된 일상에 순식간에 초대된 작은 축제. 영화관은 단순한 건물이 아니었다. 이날 만큼은 마을 사람들의 마음이 모이는 비밀의 정원이 되었고, 어르신들에게는 청춘의 잔상, 아이들에게는 소소한 설렘이 스크린 위로 번졌다. 실제 행사에 참여한 이들은 산책이라도 다녀온 듯, 미소와 두근거림에 젖은 이야기꽃을 피웠다.

개봉작 선정에는 주민 의견이 실렸다. 모두가 웃을 수 있는 코미디, 때로는 눈시울을 적시는 휴먼드라마가 후보에 올랐다. 이들은 빠듯한 시간표를 극장을 향해 내달렸고, 수화기 너머 친구와 이웃을 불러 모으며 모처럼의 외출에 잔뜩 들뜬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영화관 안, 노곤한 오후 햇살보다 따스한 기대가 내려앉았다. 영화 한 편이 끝나고 암전과 다시 밝혀지는 조명, 그 순간의 싱그런 숨소리가 이날의 숨은 주인공이었다.

소도시에서의 극장 나들이는 단순한 문화 소비에 머물지 않는다. 이곳에서 영화는 ‘만남’과 ‘공유’의 다른 이름이다. 떫은 일상에 달콤한 귤 한 쪽 같은 존재. 도시 생활에서는 늘 당연했던 영화 관람조차 시골에선 쉽지만은 않다. ‘그래도 가끔은, 우리들도 스크린에서 삶의 파편을 발견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협의체가 던진 질문은 그 자체로 애틋한 답변이었다. 한낮의 극장엔 세대와 세대가 교차했고, 서로를 바라보는 연대의 감정이 조용히 깔렸다.

비슷한 지역 행사들이 전국 곳곳에서 속속 등장하는 중이다. 여수, 남해, 횡성 등 지방자치단체들 또한 이동식 상영관이나 마을 상영회를 통해 문화의 파동을 넓힌다. 동네 아이들에게는 ‘내가 본 영화’가 추억이 되고, 어르신들에겐 입가에 남은 미소가 이틀 사흘을 이어진다. 영화는 기억의 코팅지, 웃음과 울음 사이에 사람과 사람을 엮는 끈이다.

문화격차, 교통의 한계, 노령화. 이런 단어들은 마치 두꺼운 겨울 이불처럼 왜관읍을 덮고 있었지만, 그런 지역에 영화 한 편이 다녀간다면 어쩌면 벚꽃처럼 한철 웃음이 꽃핀다. 문화부장을 오래 지내며 지켜본 바로는, 이러한 소규모 영화 행사는 주민들 스스로가 꾸는 꿈의 실현이다. 영화관이 허락하는 짧은 일탈과, 그 사이에 피어나는 작은 연대의 온기. 이런 것들이 지역 문화 정책의 가장 소중한 씨앗이라는 생각이 든다.

행사의 이면엔 현실적 고민도 존재한다. 예산과 거동의 불편, 극장 접근성이라는 벽을 순수한 열정만으로 뛰어넘긴 어렵다. 그럼에도 행정의 오랜 무관심과 일상에 스민 무채색의 정적을 깨뜨린 이 소박한 영화관 나들이는, 현재 문화복지의 중요한 실험대임이 분명하다. 영화적 경험의 일상화는 결국 평범한 삶에 특별한 추억을 보태주는 일이다. 주민들 또한 참여 이후 더욱 적극적으로 지역 문화활동에 나선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화려한 스타도, 레드카펫도, 플래시도 필요 없이, 왜관읍 작은 영화관에서 오늘 피어난 이야기는 조용히 다음을 기다린다. 내겐 이 온기가 참 길게 남는다. 누군가는 그저 영화 한 편일지 몰라도, 경계 없는 웃음과 함께 나눠진, 평범하지만 특별한 이 순간의 사람 냄새는 오래오래 기억될 것이다. 어쩌면 진짜 잘 만든 영화는 스크린 밖, 이 작은 동네에서 다시 시작되는 것일지 모른다.

— 정다인 ([email protected])

칠곡군 왜관읍에 불어온 영화의 바람, 극장 나들이가 남긴 온기”에 대한 3개의 생각

  • tiger_cupiditate

    이제 시골에도 영화 보는 게 ‘핫플’ 되는 시대인가요? ㅎㅎ 왜관읍도 트렌드 탑승! 조만간 CGV 생기는 거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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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은 동네에서 이렇게 모여서 영화관람… 느낌 있네요😊 다들 오래 기억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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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또 생색내기 아닌가? 지방민들 영화 볼 권리 이젠 지겨울 정도로 뉴스만 나오고 계속 변한 건 없음… 문화예산 좀 꾸준히 써라…🤔 카메라 플래시만 번쩍 있고 실제론 아무것도 안 남는 행사 너무 많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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