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사의 이야기에 빠지다: 셰프 에세이 요리책 열풍의 이면
최신 요리 트렌드는 더 이상 레시피만을 쫓지 않는다. 이름만 들어도 셰프 고유의 색채가 느껴지는 ‘흑요’와 ‘냉부’(냉장고를 부탁해)와 같은 프로그램에서 시작된 셰프 에세이 요리책 열풍은, 많은 이의 일상 속 식탁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주방이라는 작은 우주에서 셰프가 만나는 감정과 취향, 성장의 시간들이 촘촘히 책장에 스밀 때, 우리는 왜 셰프 자신을 궁금해하는가.
2026년 봄, 출판 시장의 구석진 노트를 따르면 올해 신간 요리책의 절반을 넘는 권수에서 저자가 ‘셰프’임을 전면에 드러낸다. 고요한 저녁 작은 조명 아래 펼쳐지는 셰프의 사적 기록에서는 칼날의 차가움과 냄비의 온기, 뚝뚝 떨어지는 레몬즙 냄새까지 한 페이지마다 살아난다. 방송에서 퍼포먼스를 펼치는 스타 셰프뿐 아니라, 자신의 식당에서 조용히 손님을 맞이하는 골목의 장인 셰프 들까지 삶 즉, 음식의 본질을 글로 풀어내는 이 흐름이 확장되는 중이다.
이 같은 변화의 중심에는 셰프 개개인의 스토리텔링에 대한 대중의 갈증이 있다. 누군가는 그 비법만 알고 싶다며 레시피를 촘촘히 따라 적기도 하지만, 더 많은 이들은 그 뒤에 숨겨진 ‘어떤 인생’에 대해, 요리사로 살아가는 길의 고단함과 순간의 빛나는 행복, 식재료 하나에서 시작된 이야기들을 궁금해한다. ‘흑요’로 대표되는 자기 고백형 에세이는 단순히 “요리 잘하는 법”에서 벗어나 “요리하며 성장하는 나”를 다룬다. 책 속에 가득한 부먹, 찍먹의 논란을 넘어선 어떤 미감, 아버지의 일기장 같은 구절마다 밥을 짓는 손끝의 사랑이 담겨 있다.
실제로 냉장고 앞에서 고민하는 소비자와 독자가 많은 시대. 이제 ‘맛있는 레시피’만큼 중요한 건, 그것을 만든 사람의 표정과 고유한 목소리, 그리고 누군가의 오롯한 위로다. 에세이형 요리책의 인기는 ‘나와 비슷한 사람도 이런 방식으로 버텨왔구나’ 하는 위안과 자극을 준다. TV에서 반짝이는 셰프의 모습이 어릴 적 할머니 부엌과 겹치고, 낯선 도시의 노포에서 펼쳐지는 사계절의 풍경이 나만의 한끼로 이어진다. 계절의 변화와 함께, 바뀌는 식탁 위 풍경들 사이로 각 셰프의 취향과 기억, 성장의 흔적이 자연스레 녹아든다.
출판계 역시 이런 독자의 흐름을 좇아 ‘셰프의 일상’을 촘촘하게 포착해낸다. 무게 있는 푸드포토그래피 뒤로, 식당 주방에서 튀는 기름방울까지. 직접 쓴 손글씨와 요리하는 동작의 소소한 순간들, 실패와 성장의 기록들이 드러난다. 대다수 요리서적이 “이렇게 해라”는 지침을 내세웠던 과거와 달리, 최근 신간에서는 “이런 생각과 감정으로, 이렇게 해본다”라는 공감의 메시지가 강조된다. 특별한 테크닉이나 희귀 재료가 아닌, 식탁에 앉아 하루를 돌이키는 평범한 저녁이 독자의 마음을 더 오래 끌고 가는 이유다. 먹는 법 그 이상의 안내서, 요리로 무언가를 이루는 과정을 ‘이야기’로 전달하는 변화다.
2026년 현재, 이러한 ‘셰프가 누구인가’에 대한 궁금증과 연결 욕구가 출판계 광풍처럼 번진 건 2010년대 후반 ‘맛집 리뷰’ 열풍을 되짚어 볼 때 명징해진다. 누군가의 경험과 감정, 개성적 취향이 진한 리뷰와 에세이로 번역되며, 신문에서 블로그·인스타그램까지, 그리고 책으로 흘러 들어왔다. 요즘 독자들은 그저 “맛있다”보다 “왜 이 맛을 만들었는가”, “이 셰프는 어떤 길을 걸어왔는가”에 더 이끌린다. 공간을 담은 음식, 시간을 절인 레시피, 그리고 그 배경에 깃든 살아있는 이야기. 이 모든 것들이 지금 에세이형 요리책 열풍의 정중앙에 놓여 있다.
글을 따라 느리게 스미는 향신료 냄새처럼, 셰프의 삶과 음식이 동시에 기록되는 무게는 단순한 미식 정보를 넘어 위로와 자극, 어쩌면 우리가 일상에서 느끼는 작은 용기의 동기가 되어준다. 아날로그적 감성 위로 차분하게 놓여진 한 끼, 익숙하지만 새로운 풍경. 당장 부엌으로 달려가 작은 요리를 만들어보고 싶은, 이유 없는 두근거림은 사실 그 셰프가 들려주는 고유한 목소리 때문 아닐까.
그렇게 책 한 권을 덮을 때쯤이면, 독자는 이미 단순한 요리법 외워두기를 넘어, 자신의 취향과 이야기를 요리를 통해 발견하고 완전히 곱씹게 된다. 에세이형 요리책이 오래 읽히는 이유, 그건 아마도 ‘레시피 말고 셰프가 궁금해’하는 마음, 그리고 함께 살아가는 식탁이라는 추억의 힘에 있다.
— 하예린 ([email protected])


냉장고를 부탁해 이후로 저도 셰프들 이야기 궁금해지긴 했어요 ㅋㅋ 근데 진짜 그분들 에세이처럼 요리책 써주면 도전해보고 싶긴 함. 예전엔 그냥 따라 하는 거였는데 이젠 요리도 한 사람의 삶? 가치관이 녹아든다고 생각하게 됨. 웃기긴 한데, 과학도 결국 사는 태도만큼 중요한 것 같아요.
셰프 인생담 필요한가요 진짜ㅋㅋ 요리 따라 하면 되는 거 아님?
요즘 요리책도 트렌드군요!! 셰프 스토리라니 흥미롭네요😊😊
진짜 다들 요리 하나로 인생 풀어내는거 많이들 하네. 근데 책 보면서 해보면 의외로 마음 정리 잘 돼서 좋더라. 다음엔 뭔 셰프 이야기도 궁금해질듯한 느낌임
ㅋㅋ 셰프 에세이가 대세라니 문화 트렌드 진짜 빨리 바뀌긴 하네요. 나중엔 연예인도 요리책 쓰는 세상 오려나요?
요리책도 결국 컨셉 싸움임 ㅋㅋ 뭐든 스토리 입히면 팔리는 시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