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버풀 또 막판 붕괴, ‘승점의 저주’가 아니었다

“또다시 경기 막판의 붕괴였다. 그리고 클린스만도, 안첼로티도 아닌, 슬랏 감독이 그 책임의 중심에 있다.” 올 시즌 리버풀의 경기력 곡선이 심상치 않다. 지난 16일 저녁(한국시각) 리버풀은 프리미어리그 29라운드에서 상대의 막판 역습에 흔들리며 승점 3점 확보에 실패했다. 이미 올ฤ드 트래포드, 스탬포드 브리지 같은 타 구장에서 비슷한 패턴을 노출했던 리버풀은 이날도 후반 막판 라인 간격 붕괴와 집중력 저하가 치명타로 작용했다.

슬랏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놀랍지 않다”며, 연이어 반복되는 패착에 깊은 좌절을 표했다. 이 발언은 단순한 자기반성에서 그치지 않는다. 실제로 리버풀 수비진은 이날 82분까지 안정적으로 중앙과 측면을 봉쇄했으나, 후반 중반부터 급격히 수비 간격이 벌어지며 불안을 노출하기 시작했다. 미드필더의 볼 커버, 윙어의 후방지원, 센터백의 커뮤니케이션 모두가 딱 10분 단위로 무너졌다. 기술적으로 보면 가장 문제는 풀백의 오버래핑 이후 빠른 복귀 실패와, 중원 장악력 저하에서 비롯됐다.

이날 경기 리포트를 종합하면, 첫 80분 동안 리버풀은 강도 높은 압박 전술로 상대를 구석까지 몰아붙였다. 중원에서 쇼보슬라이-마카 앨리스턴이 볼 소유권을 반복적으로 빼앗으며, 공격의 장기와 측면 빌드업 모두에서 활로를 열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 압박구사가 지친 후반 막판에는 고스란히 체력 저하로 이어졌다. 특히 상대 최전방 스트라이커가 센터백과 풀백 사이의 좁은 공간에 반복적으로 침투할 때마다, 포백의 참사라 부를 교통정리가 연이어 나왔다. 선제골 실점 이후 라인 전체가 흔들리면서 볼 소유가 뚝 끊기고, 오히려 상대에게 점유권과 기회를 헌납했다.

이미 시즌 초부터 수차례 반복된 현상이다. 리버풀은 지난 토트넘, 뉴캐슬 원정 역시 점유율·공격숫자 모두 압도했으나, 후반 10~30분 구간에 수비 집중력 이완을 드러냈다. 이번 경기 역시 똑같은 패턴으로 해답을 찾지 못했다. 체력관리 실패는 선수 개인이 아닌 전술 체계의 리듬 분배에서 기인한다. 실제 후반 65분을 기점으로, 슬랏 감독은 미드필드 교체를 결정했으나 볼란치 포지션 빈자리를 채우지 못하면서 역습의 빌미를 줬다. 최근 파브리치오 로마노 등 유럽 현지 해설자들도 ‘리버풀은 시즌 막판 들어 경기 템포를 관리할 시즌 경험이 부족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슬랏 감독은 경기 후 “큰 좌절감을 느꼈지만 예상 가능한 일이었다”며, 명백히 시스템의 취약함을 인정했다. 그의 임기 하에서 리버풀은 과거 클롭 감독 시절에 비해 수비 조직력이 심각하게 저하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주요 데이터(득점 대비 실점, 경기 후방 패스 성공률, 패널티박스 내 상대 점유도) 역시 작년과 비교했을 때 리버풀이 시즌 후반에 들어설수록 하락했다는 수치를 보여준다. 변수가 아닌 패턴이라는 뜻이다. 예를 들어 사이드 풀백의 오버래핑 스프린트 횟수는 늘었으나, 복귀 속도는 EPL 4강 팀 중 최하위권으로 떨어졌다. 압박 속도가 높을수록, 역으로 회귀할 체계적 수비블록은 더 중요하지만 선수간 위치조정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경기 흐름을 리드하는 과정에서 리버풀이 간과하는 건 해결책의 ‘현실성’이다. 공격 숫자를 늘리다 수비 라인을 한꺼번에 올려버리는 전략적 모험이 반복적으로 패착을 낳는 것이다. 한 예로, 이날도 마찬가지로 상대 미드필더가 재빨리 롱볼을 찔러주자, 평소보다 과하게 전진한 리버풀 수비진은 1:1 상황에서 번번이 밀렸다. 그간 언론의 김현석, BBC 칼럼 등도 ‘리버풀 특유의 공격지향 장점이 오히려 자기 팀에게 약점으로 부메랑처럼 돌아오는 시즌’이라고 분석한다.

이번 시즌 리버풀의 흐름은 ‘타이밍 미스’에서 출발하는 악순환의 연속이다. 경기를 지배하면서도 해결책을 찾지 못하는 상황을 지속적으로 연출한다. 후방 라인이 공격 전개에 힘을 과도하게 빼앗기면서, 본래 강점이었던 전방 압박과 트랜지션의 밸런스 자체가 허물어지는 문제다. EPL 전체를 톱다운으로 봐도, 리버풀은 공격 득점력은 상위권이지만, 실점과 후반 10분 이후 실점율은 이미 하위권에 진입했다. 타 팀들과의 차별점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요소가 오히려 뚜렷하게 보인다.

슬랏 감독의 전술 실험은 필요하지만, 기존 주축 선수들의 체력관리·심리적 피로 누적, 그리고 베테랑 미드필더의 부상 공백 감수 등의 현실적 리스크를 무시하고 시즌 운영을 강행한 결과다. 이제 반복되는 막판 붕괴 패턴은 결코 일부 선수의 실책이 아니라, 리더십과 조직운용, 시스템 전체의 문제임이 분명히 드러난다. 남은 시즌, 깊이 있는 전술적 재정비 없이는 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권 경쟁에서도 쉽사리 우위를 점할 수 없을 것이다.

— 한지우 ([email protected])

리버풀 또 막판 붕괴, ‘승점의 저주’가 아니었다”에 대한 3개의 생각

  • …슬랏 감독 인터뷰가 더 놀라움. 이런 식이면 답 없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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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정도면 고질병임. 전술도 선수관리도 문제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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