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에서 뿌리내린 음악, 박종화 ‘SYZYGY’ 무대가 남긴 장면들
대전 시민 정신의 심장에서 박종화의 ‘SYZYGY’ 공연이 펼쳐진다. 기획자의 손길이 훈훈하게 남은 무대 뒤편, 콘크리트 조명이 막 올라가면 붉은 캐노피와 도시의 저녁 공기가 바닥을 스친다. 영상 기자의 카메라 시점으로 바라보면, 대전예술의전당 야외 무대를 가르는 낮고 두터운 베이스 리듬이 관객들 사이를 파고든다. ‘SYZYGY’, 천체의 일직선 현상이란 이름 그대로, 이번 공연은 예술가와 시민과 도시가 일렬로 늘어선 결정적 장면을 만들어 냈다.
무거운 카메라 장비를 들고 현장을 옮기던 내 눈에, 첫 곡 소리가 시작되자 미동도 않는 관객들이 들어왔다. 박종화 특유의 흡입력, 그리고 도시의 거친 바람조차 음악의 일부로 수용하는 자유로움이 현장을 압도했다. 흰빛 스모그가 손에 잡힐 듯 흩날리고, 도시의 따스한 네온빛이 무대를 더듬으면 무심한 시민 몇 명이 조용히 휴대폰을 꺼내 든다. 이 도시 음악은 유명 콘서트홀의 백색 조명 아래가 아닌, 출퇴근 인파의 잔상 위에서 그 뿌리를 내리고 있다.
박종화는 지역 청년 음악인들과 함께 무대 위를 자유롭게 오간다. 한쪽에선 낡은 기타, 다른 쪽에선 전자드럼 패드와 디지털 샘플러가 번갈아 울린다. 박종화가 자신만의 언어로 쌓아올린 사운드 조립이 시작되자, 눈앞의 초점은 음악에만 머물지 않는다. 나는 주변 골목에서 시린 손을 비비며 서성이는 시민들과, 소리의 경계가 뚜렷하지 않은 공간에 서 있는 아이들에게 카메라를 돌린다. 대전이라는 도시가 품은 ‘지역성’과 ‘이방성’의 긴장이 공연 속에서 교차한다. 서울 중심의 주류 음악계 구조와 달리, 박종화는 도시 외각에서 어둡고 질감 있는 음악을 자신의 방식대로 빚어낸다.
공연 현장에 자리한 다양한 사람들의 표정을 포착한다. 인근 대학생들이 삼삼오오 몰려와 대화를 주고받다가 음악이 빛나는 순간엔 조용해진다. 한 장년 관객의 굳은 손에는 지역 예술인 지원단체가 나눠준 팸플릿이 접혀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첨단 디지털 음향 기기와 아날로그 악기가 충돌하는 현장은 대전의 과학도시 이미지와 지역민의 토속적 정서가 교차점에서 만나는 모습이다. 이질적이면서도 조화로웠다. 모든 사운드는 무대 위 사물처럼 ‘기념’되고, 도시의 기억 속에 자리하고 있다.
다른 음악계 소식과 연결해보면, ‘SYZYGY’는 단순한 지역 이벤트를 넘어선 의미를 가진다. 최근 몇 년간 지방 음악계의 독립성과 창의성에 대한 요구가 커져왔고, 대전은 그 변화의 테스트베드처럼 인식되어왔다. 실제로 청하, 아이유 등 메인스트림 스타들도 전국 투어에서 대전을 빼놓지 않지만, 지역 기반 독립 음악인들이 직접 기획·참여하는 ‘로컬 무대’는 여전히 드물다. 박종화는 이번 무대에서 지역의 새로운 아이덴티티를 세우려 도전했다. 음악적 완성뿐 아니라, 기획·운영·관객 소통까지 일관성 있게 보여준 나이트씬, 그 자체로 대전 문화 지형에 깊은 흔적을 남겼다.
밖에서는 푸드트럭이 불을 밝히고, 아이가 공을 차며 뒷길로 편하게 향한다. 야외 공연 특유의 ‘열린 공간성’과, 지역 음악가가 가진 구체적인 사운드는 서로 다른 결을 가진다. 서울에서 익힌 익명성 대신, 이곳에는 관객 대부분이 서로 알거나 안면이 있는 느낌조차 든다. 무대와 관객, 골목 언덕과 도심 광장의 경계가 허물어진다. 카메라에 담긴 시민들의 작은 환호와, 박종화 밴드 멤버들의 몸짓은 공연의 열기보다는 차분한 연결감, 혹은 우리의 일상 감정에 더 가깝다.
음향기술 측면에서 보면, 흐릿하게 울리는 야외 사운드의 특수성이 이번 공연의 완성도를 일정 부분 끌어내렸다. 무대장비 전문가에 따르면 소리의 저음이 멀리까지 퍼질 때, 그 감각이 도시 저녁의 체온과 겹쳐 서로 곱씹는 진동을 만든다고 한다. 현장에 모인 음악 팬들은 공연의 완성도에 대해 다양한 평을 남겼지만, 대전에서 탄생한 새로운 음악 형식에 대해서는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상업 중심, 수도권 집중 구조에 대한 도전이 이번 ‘SYZYGY’ 무대를 기점으로 본격 확산될 수 있을지 현장을 지켜본 기자로서도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박종화는 공연 말미, 관객 한 명 한 명에게 고개 숙여 인사했다. 형식적인, 대도시 스타 공연과 확연히 달랐다. 무대를 내려온 그의 뒷모습에는 정교한 음향보다 더 오래 남을 진심의 여운이 남아 있었다. 대전에서 뿌리내린 음악은 이제, 무수한 지역 청년 아티스트들에게 낯선 영감이자 새 출발의 신호탄이 되고 있다. 거리로 번지는 선율이 한겨울 도시의 찬바람을 갈라내며, 음악과 도시, 그리고 시민을 하나로 이어주는 연결선이 된다.
— 백하린 ([email protected])

대전이 이런거 잘하네ㅋㅋ
특색있는 공연 너무 좋아요😊 이런 무대 더 자주 소개해주세요🌈
현장 분위기가 이렇게 다채로울줄 몰랐어요! 요즘 지역문화 활성화 많이 듣기만 했지 실제로 이런 시도는 흔치 않은데… 대전에서 이런 실험 계속 이어졌으면 합니다🤔 활기 넘치네요😃
이런거 계속하면 대전도 멋진 도시된다!! 앞으로도 힘내라 박종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