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산책] ‘만약 세상에서 까마귀가 사라진다면’ — 검은 날개에 담긴 우리 마음의 빛 혹은 그림자

도시는 늘 각자의 색을 품는다. 아침마다 콘크리트와 유리창을 때리는 회색빛 속, 어둔 그림자처럼 스르륵 스며드는 검은 존재들. 까마귀다. 2026년 3월, 책장에 신간 한 권이 조용히 자리잡았다. 제목은 단순하고도 아찔하다. ‘만약 세상에서 까마귀가 사라진다면’. 가벼운 상상인 듯, 한 줄의 물음이 수천 년 인류의 맥박을 건드린다. 기사가 그렸던 풍경엔 일본의 작가 하타케야마 유카와 그의 웅숭깊은 탐미가 있다. 소설은 한 소도시를 무대로, 눈길 닿는 곳마다 어른거리던 까마귀의 부재가 사람들의 일상을 뒤흔든다. 검은 새의 빈자리가 삶과 죽음, 불안, 그리고 문명 사이에 얼마나 예민한 파문을 남기는지, 눅눅하고도 촘촘하게 묘사한다.

기자의 눈에 포착된 이 신간의 감각은, 그저 자연의 한 종의 소실이 아닌 우리 자신 내부의 결핍을 묻는 질문이다. 도시 뒷골목 쓰레기봉투를 뜯으며 살아가는 잔존자, ‘오염’과 ‘부정’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까마귀. 정작 그들이 사라졌을 때, 남겨진 이들은 속절없는 어둠과 불결, 그리고 멀어져가는 기억만을 더듬는다. 작가는 일상에서 가장 먼저 느끼는 변화의 기류를 사람들의 불안과 습관, 그리고 잊혀가는 민담의 조각에 스며들게 한다. 문명의 겹첩된 틈에서 까마귀는 언제나 우리가 애써 내몰지만 끝내 완전히 단절할 수 없는 그림자와 닮았다. 더럽고 시끄럽다 탓하지만, 그 부재는 도시의 균형을 허무는 시작점이 되는 것이다.

책 속에는 아이러니가 있다. 인간은 늘 자신 곁에 있는 것의 의미를 너무 늦게야 알아차린다. 까마귀의 빈자리를 채우려니, 도시는 점점 더 정지된 모습으로 변해간다. 쓰레기가 쌓이고, 미신과 불온한 소문이 퍼진다. ‘재수 없다’고 피하던 그 존재들이 마치 도시의 작은 수호신이었던 셈이다. 이 작품이 날카로운 점은, 오로지 환경만이 아닌, 인간의 집단심리와 무지, 그리고 배제의 폭력이 번져가는 과정을 아릿하게 들춰낸다는 데 있다. 은유와 상징, 그 속에서 부서져 내리는 일상은 기묘하게 현실적이다. 까마귀에 대한 뿌리깊은 편견과 두려움, 그것이 뒤집혀 도시의 균형을 지켜주는 존재로 서서히 재조명된다. 현대인의 빠른 망각과, 어쩌면 스스로의 어둠을 까마귀라는 검은 그림자에 투영했는지도 모를 일. 작가는 낯섦과 불안을 천천히 걷어내며, 상실 이후 남겨진 대비의 명암을 마음 깊이 각인시킨다.

비단 일본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서울, 베를린, 뉴욕, 카이로 — 현기증 나는 시공간을 가로지르는 현대의 도시들은 모두 자신만의 까마귀를 품고 있다. 소외받는 존재에 대한 경멸, 그러나 그 결핍이 가져오는 보이지 않는 파장. 동서양을 막론하고 까마귀는 신화와 전설, 부정과 현명함이 뒤섞인 상징이었다. 세상이 필요한 존재를 거부할 때, 진짜 균열은 예상 밖의 곳에서 터져 나온다. 기사의 자료에 따르면, 실제로 최근 수년간 몇몇 도시에서 까마귀의 개체수가 줄자 쥐 등 새로운 해충이 급격히 늘었고, 생태계는 망가졌다. 인간의 기준에서 혐오와 불쾌감이라는 잣대로 내린 결정이 결국 스스로의 삶에 불균형을 초래한 셈이다. 신간을 논할 때, 이러한 현실의 반영은 단순한 상상이 아니라 현존하는 문제의 은유적 경고음처럼 들린다.

까마귀의 사라짐은 한 도시의 하찮은 자연 변화, 혹은 미신의 끝자락이 아니다. 기사의 서정과 탐구가 보여주는 건, 오히려 인간 스스로의 불완전함을 돌아보라는 맥락이다. 현대사회는 소통 단절과 배제, 나와 다른 존재를 손쉽게 미워하는 각박함에 길들어 있다. 하나의 종이 사라질 때, 우리는 무엇을 잃는 걸까. 외로움, 두려움, 자기 성찰. 우리의 진짜 그림자는 검은 날개의 부드러운 결을 빼앗는 순간, 침묵 속에서 더욱 또렷해진다. 하타케야마 유카의 문장은 낡은 도시 창 밖, 급히 흘러가는 구름처럼 머문 뒤 서서히 흐려진다. 하지만 마음의 어디쯤, ‘만약 그 존재가 이번엔 정말로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면?’이란 질문이 오래 매달린다. 책장을 덮으며, 검은 새의 부재와 함께 울려 펴지는 묵음(默音)이 있다. 문화란 결국 누구도 신경쓰지 않던, 너무 가까워서 무심했던 존재들과의 화해에서 비롯하는 것이 아닐까. 이 한 권의 소설이, 새로운 밤을 위한 조용한 울음처럼 닿아온다.

— 정다인 ([email protected])

[신간산책] ‘만약 세상에서 까마귀가 사라진다면’ — 검은 날개에 담긴 우리 마음의 빛 혹은 그림자”에 대한 7개의 생각

  • panda_expedita

    까마귀 사라지면 일찍 일어나나?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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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까마귀가 사라지면 진짜 문제 생김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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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 없애도 결국 인간이 제일 불편ㅋㅋ 결국 모든 문제의 근원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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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까마귀도 가족이 있겠지… 그래도 시끄러워서 싫긴 함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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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까마귀 없으면 생태계 붕괴~ 그럼 인간은 또 뭐라하겠지?ㅋㅋ 변명전문가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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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각해 보니 까마귀 안 보이면 좀 허전할 듯. 자연도 밸런스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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