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마음을 적시는 한 잔의 위로, 전통주 막걸리
막걸리 잔에 담기는 작은 거품들이 눈앞에서 부드럽게 일렁인다. 어느 골목 작은 주점에서부터 들판 어귀의 할머니 손길까지, 막걸리는 오래전부터 우리의 밥상에 오르며 시간의 결을 지켜왔다. 이 흙빛 술 한 잔에는, 흙내음과 땀, 그리고 우리 삶의 애환이 동시에 녹아 있다. 최근 들어 전국 곳곳에서 막걸리 양조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신세대 양조장들이 꺼내놓는 깊고 다양한 맛의 막걸리는 한때 촌스럽고 투박하게만 여겨졌던 이 전통주에 또 다른 빛깔을 입힌다.
박하향이 가볍게 스쳐가는 추운 밤에도, 노란 들녘에 흩날리는 볕 아래에서도, 막걸리를 마시는 풍경은 불변의 정서를 담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제시한 ‘전통주 산업 육성’ 방안에 따르면 2025년 국내 전통주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약 15%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실제로 서울 마포의 작은 전통주 주점, 강원의 산골 양조장부터 남도의 골목 깊숙한 탁주 집까지, 매주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이는 단순한 유행의 흐름이 아니라, 우리네 정서와 공동체를 되돌아보려는 자연스러운 몸짓이기도 하다.
막걸리가 주는 촉감은 탄산의 알싸함에 그치지 않는다. 부드러운 쌀 알갱이의 미묘한 질감, 그리고 면면히 이어진 누룩의 향과 풍부한 구수함이 입 안 가득 번진다. 문을 열고 들어선 골목의 막걸리집마다 각기 다른 이야기와, 각기 다른 쌀과 물이 그 지역만의 풍미를 피워낸다. 지역별 원료와 누룩의 특성이 살아 숨 쉬는 탓에, 경기의 깔끔한 감미, 강원의 약간의 산미, 전라의 진한 쌉쌀함처럼 그 맛은 무한하다. 최근 주목받는 신세대 브루어리에서는 생막걸리, 라이트 막걸리, 심지어 과일을 넣은 변주 막걸리까지 선보여 젊은 감각도 가볍게 보태진다.
다정하게 둘러앉은 이들의 손끝, 잔을 나누는 소리, 금세 번지는 웃음. 막걸리집의 풍경은 실상과 이상이 기묘하게 포개진다. 막걸리가 남긴 미묘한 취기는, 푸근한 위로로 남아서 긴 하루의 피로와 쓸쓸함을 아주 잠깐이나마 덜어준다. 누군가는 이 술에 ‘서민의 눈물’이라 이름붙였지만, 파도처럼 부서지고 흩어지는 삶의 고단함을 도닥여준다는 점에서 눈물보다는 웃음에 가깝지 않을까 한다. 계절마다 변하는 막걸리의 빛깔처럼, 이 술에 담긴 수많은 미소와 한숨 역시 사라지지 않고 살아 움직인다.
그러나 전통주 막걸리의 오늘은 무게도 함께 품는다. 6차 산업화를 거치며 양조장들은 현대화의 물결을 타고 새로이 거듭나고 있지만, 아직까지 시장 구조나 유통, 품질 규제 등에서 고민이 적지 않다. ‘대량생산·저가판매’ 경쟁이 품질 저하와 궤를 같이하면서, 여전히 일부 막걸리의 독특한 풍미가 충분히 발굴되지 못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농촌 고령화로 전통 방식의 맥이 끊기게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공존한다. 하지만 이처럼 크고 작은 숙제를 안고서도, 막걸리는 매일 우리의 식탁에, 여행의 잠깐 쉼표마다, 혹은 새로움을 찾는 젊은 세대에게도 어느새 친근하게 머물러 있다.
최근 전국 각지에서 열리는 전통주 축제와 양조장 투어는 막걸리의 매력을 오롯이 느끼게 해준다. 현장에서 만난 양조장 주인들은 고집스레 이어온 누룩 발효와 숙성 과정을 설명하면서도, “이 술 한잔에 우리 할머니, 어머니 이야기가 다 들어 있어요”라며 소박하게 웃는다. 이런 순간이야말로, 막걸리가 단순한 술을 넘어 세대를 잇는 이야기의 공간이자 삶을 응원하는 다정한 손길임을 실감하게 한다. 한 모금에 얼얼하게 남는 쌀 내음과 미세한 쓴맛, 술잔에 맺힌 뿌연 빛깔까지, 그 모두가 우리의 소소한 하루를 지키는 작은 믿음이 아닐까.
햇살 가득한 봄날, 누군가와 함께 마주 앉아 햇살을 닮은 막걸리를 나누는 시간. 그 여운이 기분 좋은 촉촉함을 남긴다. 세월은 바뀌고 사람들도 바뀌지만, 전통의 술잔은 우리 마음 깊은 곳에서 변함없이 따뜻한 위로를 전한다. 다시 봄이 오면, 다시 누군가와 한 잔을 나누고 싶어지는 술, 그 이름이 바로 막걸리다.
— 하예린 ([email protected])

막걸리 얘기 나오면 꼭 감성 타령… 막걸리=상징 뭐 이런 거 좀 그만 ㅋㅋ 그냥 싸구려 술임;
막걸리 문화가 다시 살아나는 것 같아 보기 좋습니다. 한 번쯤 양조장 방문해보고 싶네요.
이렇게 또 ‘힙’하게 포장해서 팔아치우겠지 뭐. 막걸리도 인싸템 만들어놓고 실상은 그냥 장볼때 2천원짜리… 감성 장사 지긋지긋🤔 그 와중에 누룩 이야기? 신경도 안 쓰더라 대부분.
막걸리 먹고싶다 ㅋㅋ 파전에 한 잔이면 딱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