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습관’, 아이의 미래를 흔든다

지난주 만난 이윤재(37) 씨의 표정에는 두려움이 스쳤다. 결혼 4년 차, 쌍둥이 아빠가 된 그는 최근 받은 건강검진 결과와 그 여파를 곱씹었다. 회사 동료들과의 회식, 밤샘 업무에 쫓겨 ‘잠깐’ 피운 담배, 주말 밤을 지새운 과음이 임신 전부터 일상이었단다. 그런데 “아버지의 직전 생활습관이 아이의 건강에 직접 영향을 준다”는 뉴스를 보고 등골이 오싹해졌다고 한다.

최근 해외 연구와 국내 건강 지침 모두, 남성의 흡연 및 폭식, 과격한 음주나 스트레스가 생식세포와 직결된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올 3월 미국 ‘소아과학저널’(JAMA Pediatrics)에 발표된 연구는, 생식세포의 유전·후성유전적 변화가 출산 후 아이의 대사질환, 면역력, 심지어 행동정서 발달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명확히 밝혔다. 아버지의 담배 연기가 단지 자신의 폐에만 쌓이는 문제가 아니란 얘기다. 서울대병원 의생명연구원 이혜진 교수 역시 “난자와 정자는 각각 최소 3개월 이상을 건강하게 관리했을 때만 올바른 발달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만난 아빠들은 ‘내 몸이 무너지면 가족도 무너진다’는 사실을 ‘질병’을 통해 먼저 깨닫는다. 직장인 김성중(44) 씨는 한때 폭주(暴酒)와 야식에 길든 청춘을 보냈다. 아내에게 미안한 초초가 임신이 쉽지 않았고, 어렵게 건강한 첫 아이를 얻었지만 출산 후 아기가 심한 아토피와 천식 증세를 보여 괴로웠다. 대인기피증까지 왔던 김 씨는 “합리적인 과학의 언어로, 나부터 경종을 울려야 한다”는 다짐을 한다. 이런 각성은 비단 김 씨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사회복지공단 발표에서 아직 결혼 전 남성 55%가 ‘아빠 준비 건강검진’ 개념조차 처음 들었다고 답했다. 다가오는 5월엔 제2기 ‘아빠 건강 프로젝트’가 전국 40개 보건소에서 진행된다. 대부분이 자발적 참가자인 것이 이전과는 달라진 현상이다. 남성 육아동반의 시대가 이 경험을 이끈다.

사실 남성은 그간 임신·출산에서 ‘조력자’ 내지는 ‘책임 분담자’로만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과학은 이미 ‘아버지’가 존재하지 않는 임신, 출산은 불가능하다고 선언했다. 정자 역시 난자만큼이나 후천적 환경(즉 생활습관)과 스트레스, 식문화, 약물, 음주, 운동여부에 따라 품질이 판이하게 달라진다는 사실이 누적연구로 증명되고 있다. 이는 일상의 작은 선택이 아이의 평생 건강에 흔적을 남길 수 있음을 의미한다. 미국 CDC에 따르면, 아버지의 흡연과 폭식, 거칠고 불규칙한 수면패턴은 후손의 성장장애, 비만, 신경계질환, 알러지 유발률을 높인다. 국내 대표 연구기관인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센터 김재원 교수는 “난임과 미숙아 비율, 산전유전질환 다수는 부계의 건강과 직접적 관계가 있다”며 부모의 ‘지나간 과거’가 아닌 따라붙는 ‘책임감’을 강조했다.

숫자는 감정이 없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 연령 출산율은 해마다 줄고, 아빠 나이는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2026년 현재 신생아의 절반 이상이 ‘35세 이상 아빠’가 낳고 있으며, 이 연령대 남성의 음주·흡연율은 여전히 높다. 반면 건강검진, 예방접종, 자녀계획 전 자기점검은 아직 의례적 수준에 머물고 있다. 현장에선 “아빠는 아이의 첫 스승이고, 유전자와 습관의 전달자”임을 훨씬 일찍 깨닫는다. 한 육아카페엔 이런 글이 올라왔다. “건강한 아빠가 되고 싶으면 아이 기분부터 살피는 게 아니라, 내 몸을 돌보는 연습부터 해야 한다.” 이런 작은 변화가, 한국사회 전체에 건강성·책임감으로 확산되길 바란다.

길 위의 아버지, 평범한 우리 가족의 오늘이 또 한명의 건강한 다음 세대를 이끈다. 미룰 수 없는 ‘내 일’임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 김민재 ([email protected])

아빠의 ‘습관’, 아이의 미래를 흔든다”에 대한 2개의 생각

  • 진심 이런 거 보면 혼전 건강검진 의무화 찬성함… 흡연충 반성좀 하자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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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신 전 준비, 남녀 모두 동시에 신경 써야 한다는 큰 흐름이 느껴지는 입장입니다… 사실상 가족계획과 출산이 삶 전체로 확장되어야 바람직할 듯합니다. 제도 보완도 시급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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