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그럼에도 살아가겠다는 불꽃 같은 다짐

밤, 스산한 바람이 새어나오는 골목을 한참 걸었을 때, 문득 멈춘 채 고개를 들면, 그 모든 어둠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는 창문 저편에서 희미한 불빛을 켜고 있다. 이 책 『그럼에도 살아가겠다는 불꽃 같은 다짐』을 읽으며, 나는 이런 밤의 풍경이 떠올랐다. 무게진 삶의 베일 속에서, 우리는 왜 다시 아침을 기다리고, 또다시 하루를 열어야만 하는지. 저자의 목소리는 처음부터 차분히, 그러나 마지막 장까지 단숨에 독자를 사로잡는다.

책은 삶의 잔혹성과 희망, 그리고 일상의 미세한 결들 속에서 피어나는 온기를 섬세하게 포착한다. 누구나 가졌을 상처와, 남몰래 움켜쥔 다짐, 무력감을 무거운 한숨으로 감싸 안았던 시간들을 저자는 유려한 문장으로 꾹꾹 눌러 쓴다. 한 구절, 한 단락마다 누군가의 흩어진 마음을 살며시 받쳐주는 손이 되어, 이 시대를 아프게 살아내는 우리 모두에게 깊은 위로를 건넨다. 어쩌면 아주 오래전에 잊었던 스스로의 목소리, “괜찮으니까, 다시 맞서보자”는 속삭임 같다고 해야 할까.

유행처럼 번지는 자기계발서나 성공의 비법, 겉멋만 가득한 길잡이 책에서 만날 수 없는, 아주 개인적이고 진솔한 인생의 면면이 담겨 있다. 저자는 자신만의 뚜렷한 이야기 없이도 사람의 본질과 아픔, 그리고 그 너머의 작은 행복을 치밀하게 그려낸다. 누군가는 “이토록 사소한 일들에 의미가 있냐”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모래알 같은 하루가 쌓인 자리에 꽃 한 송이 피어나듯, 책 속엔 연약하지만 절절한 삶의 의지가 있다.

작은 희망이란 얼마나 흔하게 빛바래는지, 그리고 얼마나 어렵게 다시 일어나 우리를 일으키는 불꽃이 되는지. 오래된 익숙함과 서늘한 절망, 그 틈에서 살아가겠노라는 약속이 불쑥불쑥 찾아오는 과정이, 책 속 여러 장면에 숨어 있다. 낡은 스웨터를 둘러싼 흘러간 계절, 유일하게 비를 피해 들어선 버스 정류장, 사람에 상처받고도 사람으로 치유되는 익명의 순간들. 이런 작은 단상은 이 시대의 독자들이어야만 느낄 수 있는 것일지 모르겠다.

무너질 듯 위태로운 시대, 우리는 종종 ‘견디는 것’과 ‘살아내는 것’을 혼동한다. 견디다 보면 지치고, 쉽게 엉켜버리지만, 살아낸다는 건 버텨낸 순간의 눈빛에 온기가 돌아오길, 그리고 언젠가 혼잣말처럼 한 번쯤 소망해본 ‘행복’을 스스로 손에 얹어보는 일에 가깝다. 이 책은 누구의 승리를 노래하지 않는다. 오히려 무너진 다음에야 마침내 피어나던 작은 ‘다짐의 불꽃’을 노래한다.

책장이 넘어갈 때마다, 눈물로 젖는 손끝을 느끼며, 우리는 무엇을 원했나 돌아보게 된다. 누군가에게는 이 책이 작은 응원이 될 것이고, 또 누군가에게는 ‘혼자가 아니었다’는 새로운 연대의 고백일 것이다. 성장소설이나 현실도피적 환상이 아니라, 그럼에도 아릿하게 남는 일상의 진실이 정다움으로 묘사된다. 저자 특유의 감정선은 대담하지 않으면서도 강인한, 흔들림 속의 의연함으로 독자를 이끈다.

사회적 압박, 경제적 난관, 팬데믹 이후 붙잡은 불안감, 사라져가는 일상적 아름다움까지 모든 것들이 흩어지고 재구성된다. 트렌디한 책이지만 동시에 영원에 가까울 만큼 생활의 본질을 어루만지는 작품. 이를 읽고 나면 내일을 살아가겠다는 다짐이, 꺼지지 않는 작은 불꽃처럼 오래도록 타오르길 바라지 않을 수 없다.

삶을 어떤 방식으로든 다시 또 살아내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저자는 묻는다. 당신도 이 자리에서, 다시 한번 불을 켤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대답은, 책을 덮고 난 독자들의 가슴이나 깃든다.

— 정다인 ([email protected])

[서평] 그럼에도 살아가겠다는 불꽃 같은 다짐”에 대한 7개의 생각

  • 결국 다짐만으로 세상 뒤집히진 않아. 근데 요즘 이런 책이 잘 팔리는 거 보면… 우리 다들 답답한 거겠지. 경제 얘기도 없고 현실은 더 죽겠는데, 불꽃?? 웃픈 현실이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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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ㅋㅋㅋ 시대가 다 힘듦 그런 와중에 책 읽으면서 누군가 위로받고 싶어하는 것도 당연하지. 근데 결국 남는 건 현실의 피로잖아. 진짜 격려가 되었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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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즘 무수히 쏟아지는 ‘위로’ 책 중 하나 같은데🤔 솔직히 이런 몽글몽글한 감성, 그냥 심각함 덮으려고 한숨 섞은 느낌~ 그렇지만 지친데 위로라도 받는 거 그 자체가 사회현상임. 역시 시대 반영 제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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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런 위로책 너무 흔해짐 근데 생각보다 계속 찾아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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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런 ‘난 살아갈 거야!’ 류 글 보면…한숨 나오긴 하는데 의외로 힘 받을 때 있음;; 현실과 이상의 조합이란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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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생극장 한 편 잘 봤다. 마음 단단히 붙잡고 다시 시작하자는 얘기엔 동의! 다만 자주 보면 무뎌지는 게 단점일 듯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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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olf_molestias

    세상 힘든 거 모두가 아는데, 매번 위로만 던져주는 글엔 점점 무감각해진다. 그냥 그게 현실인가 싶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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