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스리백, 고개 숙인 손흥민…홍명보호 ‘역습의 그림자’ 짙어진 밤

승리를 기대한 수많은 축구 팬들의 함성과 함께,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다시 한 번 전술적 전환점 앞에 섰다. 이번 친선경기에서 드러난 스리백의 구조적 허점, 그리고 이 전술에 적응하지 못한 선수들의 불안한 움직임이 세계 무대에서의 경쟁력을 다시금 의심하게 만들었다. 손흥민이 경기가 끝난 후 “그래도 월드컵이 아니라 다행”이라며 고개를 깊숙이 숙였다는 장면은 이번 경기가 우리 축구에 남긴 무거운 질문표와 연결된다.

홍명보 감독이 선택한 3-4-3 전술은 최근 유럽 무대에서 여러 빅클럽이 즐겨 쓰는 트렌디한 시스템이다. 하지만, 축구에서 ‘트렌드’만 따랐다고 해서 결과가 보장되진 않는다. 이날 대표팀의 수비 라인 전환은 마치 새로운 자동화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은 엔지니어들이 훈련 없이 생산라인에 투입된 모습과 흡사했다. 측면 윙백과 센터백 사이의 공간이 반복적으로 벌어졌고, 상대팀은 역습의 날카로움을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이러한 모습은 K리그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단련된 손흥민을 비롯한 주전 선수들에도 혼란이었을 것이다.

특히 이날 전술의 실패는 ‘스리백=안정적 수비’라는 고정관념을 산산조각 냈다. 세 명의 센터백이 자리잡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양 측면에서 전진하는 윙백과 미드필더라인의 커버 미흡이 쉽게 중원, 그리고 페널티 에어리어 전방까지 공간을 내줬다. 상대 공격수는 구역 사이를 이동하며 드리블과 침투 패스에 자유를 누렸다. 클럽에서 보여준 손흥민 특유의 ‘1:1 압박’과 스프린트 수비는 대표팀 중앙과 측면에서 제대로 연동되지 않았다. 김민재와 박지수 등 수비수들의 라인 조정도 제각기였다.

이런 경기력 부진의 원인은 단순히 전술 문제를 넘어, 사전 준비와 선수간 호흡의 부족, 상대 분석 미흡까지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예컨대 EPL 무대에서는 스리백이 단일 방어 체계를 넘어선 유동적 전환 플레이에 기반을 둔다는 점을 홍명보호가 충분히 흡수하지 못한 것. 익숙하지 않은 각도, 이합집산하는 포지셔닝, 볼이 빠르게 오가는 현대축구에서 눈 깜빡임조차 허용하지 않는 집중력이 필요하다. 반면, 이날 대표팀은 전술 구상에서부터 실시, 그리고 최종 수비-공격 전환에 이르기까지 번뜩임이 사라져 있었다.

비교를 위해 유럽 강호의 예를 들자. 토트넘 시절 손흥민 역시 콘테 감독 체제하에서의 3백 전술을 경험했다. 그 과정에서 윙백과 중미 간 거리가 벌어질 때, 팀이 어떻게 약점을 보완했는지 축구팬들은 생생히 기억할 것이다. 반면 홍명보호의 이날은, 기본적인 커버플레이와 세컨드 볼 싸움, 그리고 라인 간속도의 측정이 미흡함을 그대로 드러냈다. 스리백의 핵심은 ‘한 명이 뚫려도 옆 동료가 메운다’는 유기적 협력, 그리고 공격 전환 시 미드필더의 빠른 지원이다. 그러나 이날 미드필더진은 수비 시 쏠려 있었고, 공격 전환 땐 동력이 급격히 약해졌다. 결국 대표팀은 스리백의 장점은커녕 단점만 부각시키는 결과를 남겼다.

손흥민을 비롯, 대표팀 주요 공격진 역시 본인 포지션에서 힘을 쓰지 못했다. 상대적으로 수비에 치중하다 보니, 라인 간격이 점점 벌어지고, 공격 빌드업 시에는 수적 우위를 활용하지 못했다. 빌드업이 끊길 때마다 아쉬움이 켜졌고, 이는 자연스럽게 개인 역량에 대한 부담으로 연결됐다. 손흥민은 공간이 부족한 상황에서 슛 찬스를 거의 만들지 못했고, 측면을 파고드는 플레이도 무뎠다. 유럽 원정에서는 종종 ‘전술의 희생자’가 되던 그가, 이날도 마찬가지로 불만과 허탈함을 내비쳤다.

사실, 홍명보호의 이번 전술 변신은 미래 월드컵 혹은 아시안컵을 준비하는 중간점검 성격이 강했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계 축구의 흐름에 맞춰 ‘플랜 B’를 만들어야 한다는 명분도 있었다. 하지만 전술 변화는 단순히 숫자를 바꾸는 문제가 아니다. 선수 프로필, 리액션 속도, 빌드업 루트, 대응 심리까지 종합적으로 맞지 않으면 오히려 혼란만 가중된다. 스리백 운용의 본질과 국내 리그 현실, 대표팀 멤버 구성을 합리적으로 조화시킬 필요성이 대두된다. 3백 실험은 앞으로도 반복될 수밖에 없지만, 오늘 드러난 ‘민낯’은 더욱 혁신적이고 구체적인 준비 없이는 세계 무대에서 약점만 노출될 수 있다는 경고로 읽힌다.

더이상 ‘아니라서 다행’이라는 식의 안도감에 안주하지는 말아야 한다. 손흥민의 고개 숙임이 단순한 반성 이상의 각성으로 이어지기 위해, 지도부와 선수단 모두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전술 변화는 과감함이 필요하지만, 그만큼 과학적 훈련과 치밀한 현장 분석, 그리고 시간이 동반돼야 한다. 한국 축구가 ‘스리백’이라는 세계적인 흐름에 휩쓸리는 데서 그치지 않고, 우리만의 해답을 찾아가길 다시 한 번 기대해본다.

— 김태영 ([email protected])

무너진 스리백, 고개 숙인 손흥민…홍명보호 ‘역습의 그림자’ 짙어진 밤”에 대한 3개의 생각

  • 스리백 실험 좀 그만해ㅋ 애들 적응도 안됐는데 뭐하나 싶음… 전부 실전 감각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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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spernatur161

    스리백을 하고 싶으면 제대로 준비하고 해라. 훈련도 부족하고 분석도 약하니까 당연히 이렇게 터지는 거지. 실험도 좋지만 이젠 실력 보여줄 때도 됐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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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표팀의 실험정신은 칭찬할 만하지만, 디테일한 준비가 아쉬운 경기였습니다… 지금껏 반복되는 패턴 실수와 심리적 흔들림, 그리고 감독-선수단 간 소통 부족이 여실히 드러나 보입니다. 다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충분한 분석과 데이터 기반 접근으로 더 발전하는 모습 꼭 보여주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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