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영화 ‘가여운 것들’ – 자유와 욕망, 그리고 인간다움의 가장자리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신작 ‘가여운 것들’이 국내 OTT와 극장에서 동시에 공개됐다. 지난해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 그리고 아카데미 최다 후보라는 화려한 이력만큼 이 영화는 뜨거운 논쟁 한복판에 섰다. 엠마 스톤이 연기한 벨라 백스터의 눈동자는 스크린을 뚫고 질문을 던진다. 새롭게 태어난 그녀는 인간다움이란 무엇인지 존재의 경계에서 관객과 허심탄회하게 마주 앉는다. 닫힌 세계에서 자유를 갈구하고, 본능과 지성이 겹치는 딜레마 위에서 우아하게 미끄러진다.

우리는 접속이나 링크로 이 작품에 닿지만, 실제로는 시각적 아방가르드와 심리적 혼란, 유쾌함과 섬뜩함이 한데 쏟아지는 낯선 감각의 바다에 빠진다. 란티모스만의 기괴하고 탈구된 미장센 속에서 배우들은 더없이 솔직하다. 태생적 한계와 여성성이라는 프레임을 벗어던지고, 벨라가 ‘새 삶’을 살아내는 순간들은 놀랍도록 생생하게, 때로는 불편하게 다가온다. 마치 누구도 대답하지 않은 인간 본성의 질문지처럼.

감독은 복잡한 이야기를 단순한 동화처럼 포장하는 대신, 오히려 노골적으로 불편한 욕망과 유쾌한 해방을 들춰낸다. 빅터 프랑켄슈타인식 설정, 19세기 빅토리아 시대의 그로테스크한 오마주, 그리고 핑크빛 유머까지. 엠마 스톤의 벨라는 아이와 여성, 지성과 본능의 경계에서 자유를 갈구한다. 그녀가 성장하는 장면마다 여성주체성을 은유적으로 해체하는 섬세함이 돋보인다. 란티모스와 스톤의 오랜 협업이 만들어낸 신뢰는,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연기 폭발로 이어진다. 벨라가 스스로의 몸과 감정을 실험하고 우주를 늘려가는 과정은 눈물이 날 만큼 낯설고 아름답다.

형식과 스타일의 괴상함에는 란티모스가 즐겨 사용하는 불협화음적 연출이 한몫했다. 모든 프레임엔 일말의 합리성보다 더 많은 모순과 유희, 시간의 왜곡이 스며 있다. <더 랍스터>, <킬링 디어>에서 봤던 정제된 광기와는 결이 조금 다르다. 이번엔 모든 요소가 좀 더 명확하게 해부되고, 벨라 한 사람의 재탄생 과정에 감각이 집약된다. 음성, 조명, 음악, 공간. 각각의 디테일에 ‘기이함’이 의도적으로 켜켜이 쌓인다. 그런데도 영화는 한편으론 충만한 자유의 메시지를 건넨다. 인간으로 산다는 것, 한 번 살아볼 가치가 있다는 꿈같은 희망을 말이다.

영화적 메시지의 핵심은 결국 ‘경계’에 있다. 사회가 짜놓은 통념에서 벗어나 스스로를 발견하는 벨라의 궤적은, 여성의 고유성과 인간의 가능성을 동시에 들여다보게 만든다. 육체와 정신, 어린아이와 어른, 동정과 욕망까지. 감독과 배우는 이 모든 경계를 유연하게 흐릿하게 얼버무린다. 그 경계 위에서 탄생하는 해방감은, 쉽게 정의할 수도 평가할 수도 없는 무언가다. 아마도 스크린 너머 우리 모두가 그 경계에서 흔들리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배우진의 연기도 인상적이다. 윌렘 대포, 마크 러팔로 등 개성파 배우들은 란티모스 식 리듬을 정확히 이해하며 각자의 자기장 안에서 미묘하게 빛난다. 하지만 단연 압도적인 건 엠마 스톤이다. 그녀는 순결과 파격, 약함과 강함을 자유자재로 오가며 벨라라는 유일무이한 캐릭터의 생을 완성한다. 스톤의 얼굴이 클로즈업될 때마다 관객은 알 수 없는 불안과 해방의 감정을 동시에 경험한다. 영화적 쾌락, 즉 ‘관람의 즐거움’과 ‘척추를 타고 흐르는 불편함’—이 두 감정의 교집합을 만들어낸 셈이다.

‘가여운 것들’이 놓아주는 자유는 단순하지 않다. 영화가 그리는 세계는 아름답고 고통스럽고, 동시에 우스꽝스럽고 그로테스크하다. 해방의 순간조차 불안감이 비집고 들어온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욕망을 이해하고 남들과는 다른 생을 선택해보는 일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가진 ‘존재’에 대한 불안 역시 실은 성장의 또 다른 이름이라는 점을 잔인할 정도로 솔직하게 보여준다. 자유란 선물받는 것이 아니라 처절하게 쟁취해내는 감각임을, 영화는 벨라의 성장을 통해 서사 대신 ‘몸’으로 증명한다.

이 작품은 오랫동안 남을 영화다. 양식적 실험, 배우의 용기, 감독의 집요함—이 세 가지가 만나 영화를 보는 경험 자체를 한 번 더 뒤흔든다. OTT와 스크린을 오가는 지금 이 순간, ‘가여운 것들’이 왜 이토록 화제에 오르는지 알겠다. 단순한 페미니즘·휴머니즘 논쟁을 넘어서, 우리는 관람자로서 거울 앞에 선 벨라처럼, 스스로 ‘나’를 묻고 배우는 시간과 마주한다.

자유란, 때로 가장 이상하고 기묘한 방식으로 찾아온다. 영화도, 인생도 그렇듯이. — 한도훈 ([email protected])

[리뷰] 영화 ‘가여운 것들’ – 자유와 욕망, 그리고 인간다움의 가장자리”에 대한 3개의 생각

  • …이 영화 보고 진짜 고민 많이 했어요. 어떤 장면들은 충격적이고 또 한편으론 아름답더라고요… 란티모스 감독 작품이 이래서 대단한 건 알겠지만, 솔직히 내 취향은 아닌 듯… 그래도 연기는 무조건 인정! 단순히 한 번 보고 끝낼 영화는 아닌 듯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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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엘마 스톤 연기력 칭찬합니다… 메시지가 무겁고 어렵긴 한데 새로운 접근이 신선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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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출 스타일 참 특이하네요!! 기술적으로도 신선함!! 근데 쉽게 볼 영화는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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