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인천 볶음밥의 지존 맛집, 용화반점

성큼 다가온 4월 초, 봄바람 사이로 느릿하게 걷는 인천 차이나타운 골목에서 볶음밥 냄새가 바람을 타고 전해진다. 도시 풍경은 여전히 낯설면서도, 골목 안쪽으로 들어선 순간 따뜻한 환대와 오랜 시간 동안 한자리를 지켜온 노포의 무게가 묵직하게 전해진다. 오늘의 목적지는 인천 중구 선린동에 자리한 ‘용화반점’. 지난 수십 년간 인천 동네 주민들과 여행객들이 입을 모아 극찬한 ‘볶음밥의 지존’이라는 별명을 단 그 식당.

입구에 들어서자 삐걱거리는 유리문과 옛날식 메뉴판, 창가 자리에 앉은 단골 어르신들의 낮은 웃음소리, 그리고 쇠젓가락이 부딪히는 소리가 공간 전체에 리듬을 만들어낸다. 용화반점의 볶음밥은 하얀 쌀이 고온의 화구에서 자글자글 볶아지는 순간부터 이미 남다르다. 적당하게 코팅된 밥알들이 고소한 기름냄새와 잘게 다진 야채의 달큰한 향에 싸여 팬 위에서 차르르 튄다. 젓가락으로 한술 올리면, 그 자체로 삼대째 내려온 손맛이 밥알마다 녹아드는 기분이다. 특히 새우볶음밥과 삼선볶음밥이 이 집의 대표 메뉴. 군더더기 없는 담백함과 입가를 간질이는 불맛, 은은한 불 향이 어우러져 평범한 한 끼를 특별한 추억으로 만들어낸다.

또한 용화반점에 오면 반드시 곁들여야 할 ‘중식 계란국’(탕수육도 인기지만), 담백하면서 깊은 국물 맛이 볶음밥과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구수한 간장과 불맛이 스며있는 밥, 금방 부쳐낸 쫄깃한 계란 지단, 그 위로 올려진 소박한 파채와 고춧가루의 조합이 공간을 맛의 극장으로 바꿔놓는다. 이곳의 특이점 중 하나는 볶음밥을 주문하면 애초에 기본 계란국과 함께 제공된다는 점이다. 최근 전국 많은 유명 중식당들이 소위 ‘볶음밥 대란’ 트렌드에 편승하고 있지만, 용화반점은 어릴 적 할머니와 찾았던 그 맛을 오늘까지 묵묵히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귀한 지점에 있다. 카메라를 드는 손보다 먼저 젓가락이 밥 위에 내려앉는 순간, 볶음밥이 단순한 한 끼 식사가 아닌, 묵은 그리움까지도 불러오는 특별한 시간임을 깨닫게 한다. 몇 번이고 찾아온 단골들도 지금의 풍경을 ’90년대 인천의 시간여행’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많은 이들이 볶음밥을 단순한 사이드 메뉴로 생각하기 쉽지만, 진정한 중식당이라면 볶음밥 향기로 그 집의 내공을 먼저 알아챈다. 용화반점은 단출한 공간, 오래된 냉장고와 의자, 거친 손자국이 남은 테이블에서 온갖 것을 자랑하지 않는 대신 재료 본연의 맛과 손님의 만족만으로 모든 것을 설명한다. 그 겸손함에서 오랜 시간 유지된 맛의 이유가 느껴진다.

비슷한 시기에 인천을 오가는 또 다른 노포들과 신생 유명 중식당들도 점차 늘고 있다. SNS상에서 ‘XX동 볶음밥 집게랭킹’, ‘포장마차식 볶음밥’ 등의 키워드가 유행하고 있으나, ‘용화반점’만큼 꾸준히 사랑받고 오랜 단골의 기억을 품은 곳은 드물다. 인터넷에 올라온 다양한 후기와 블로그, 유튜브 영상 등에도 용화반점만의 불맛, 삼대 내려온 주방장의 손맛, 그리고 변치 않는 친절함이 언급된다. 실제 찾아가보면 한산한 평일 오후에도 테이블이 거의 비지 않는다. 점심과 저녁시간에는 주차하기가 쉽지 않을 정도로 인파가 꾸준하다.

전국적으로 ‘중식당 볶음밥 열풍’이 불면서 각 지역을 대표하는 노포들이 재조명되고 있다. 용화반점의 볶음밥은 유행을 쫓기보다 묵묵히 한 길을 걸어오며, 마을 주민과 여행객 모두의 안부를 받아주는 공간으로 남아 있다. 때로는 설거지 소리까지도 향수처럼 느껴질 만큼, 이곳에서의 한끼는 여행이자 위로가 된다. 볶음밥 한 숟가락에서 시작되는 따뜻한 경험, 오랜 손맛과 도시의 일상이 겹쳐진 풍경 속에서, 오늘도 용화반점의 볶음밥은 진심을 담아 지켜지고 있다.

— 하예린 ([email protected])

[연재] 인천 볶음밥의 지존 맛집, 용화반점”에 대한 6개의 생각

  • 진짜 볶음밥의 정석 같아요. 다음 인천 여행 땐 꼭 방문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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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와 기사읽는 내내 설렜어요🤔 진짜 그 가게 특유의 냄새, 소리까지 상상됨. 인천 여행계획 있으신 분들 이 집은 꼭 코스에 넣으세요! 이런 푸근한 노포 찾아서 다니는 재미가 쏠쏠하거든요. 다음 기사도 얼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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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의 분위기 그대로네🤔 볶음밥도 맛있지만 옛날 스타일 계란국에 소소하게 파채 얹혀나오는 게 너무 그립다. 다음에 가족끼리 들러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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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음식 기사를 읽으면서 이렇게 공간의 분위기와 연륜을 세심하게 느낄 수 있었던 적은 드뭅니다. 용화반점은 ‘노포’라는 단어를 현실 공간에서 제대로 경험할 수 있는 장소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기자님께서 묘사하신 볶음밥 한 숟가락에서 느껴지는 시간의 겹침이 독자로서도 깊게 다가옵니다. 여행을 자주 다니지만, 이번에는 꼭 인천 차이나타운의 용화반점을 찾아가 보고 싶어집니다. 특별하지 않은 듯 특별한 그 맛, 언젠가 직접 경험해보고 다시 이 기사에 댓글을 남기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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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볶음밥 이야기는 집밥 같으면서도 여행의 설렘을 자극하는 뭔가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중식 볶음밥 맛집이란 곳 정말 많지만, 이런 노포만의 공기와 분위기, 손맛이 이어지는 곳은 쉽지 않은 듯. 인천 볶음밥 하면 늘 SNS에서 지나가듯 봤는데, 기사 읽으니 이번 주말엔 진짜 직접 들러보고 싶네요. 이런 세밀한 공간 묘사 보니까 실제로 냄새까지 상상되는 느낌… 다음 연재 기사도 기대합니다, 기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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