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들려도 도쿄·방콕 못 잊어”…고환율·경기둔화에도 작년 해외여행 급증
2025년 한 해, 고환율·경기둔화라는 경제의 무거운 그늘에도 불구하고 해외여행에 대한 소비자들의 열정은 식지 않았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의 공식 통계에 따르면 작년 우리나라 국민의 출국자는 전년 대비 70% 가까이 급증, 수치상 팬데믹 이전 80% 수준을 회복했다. 엔화와 바트화의 상대적 약세에도 불구하고 달러 강세와 한국 원화의 약세가 겹치면서 여행 경비 상승이 두드러졌다. 그럼에도 가장 많은 한국인들이 찾은 국가는 도쿄와 오사카, 그리고 방콕이었다. 항공권 가격이 2배 넘게 오르고, 음식값·숙소비가 체감상 하늘 높은 줄 모르게 오른 것과는 다른 소비 동력이 흥미롭다.
소비자 심리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팬데믹 기간 ‘억눌린 여행 욕구’는 해소를 원했고, 불안정한 경제 환경에서도 “가치소비”에 대한 열망이 뚜렷하게 표출됐다. 도쿄와 오사카, 방콕 등 대표 ‘핫스팟’은 2030 Z세대와 40대 워킹맘 모두가 선택한 공통의 탈출구였다. 문화적 이국감, 소셜 미디어 트렌드에 탑승한 인증샷, 짧은 일정의 비행거리와 풍부한 선택지. 소비자는 단순한 나들이 이상의 경험—‘나만의 힐링’ ‘새로운 영감’—을 해외에서 찾았다. 패션 인플루언서, 유튜버, 쇼트폼 창작자 등 미디어 세대의 방콕·도쿄 여행기가 바이럴로 퍼지며, 개별 여행의 욕망은 집합적 ‘여행 열풍’으로 번졌다.
실제로 하나투어, 모두투어 등 주요 여행사의 실적도 고환율 악재를 비웃듯 성장세를 이어갔다. 지난해 4분기엔 일본·동남아 단거리 여행지가 거의 전구간 만실에 가까웠다. 항공업계도 일본 노선 증편, LCC들의 신규 동남아 노선 확대 등 공격적 전략을 펼쳤다. 항공권 가격 인상에도 불구하고 티켓 오픈 즉시 매진되는 현상은 “경기 불황에도 여행만큼은 포기할 수 없다”는 집단 심리가 낳은 결과다. 비자 규제가 느슨해진 점, OTT 여행 콘텐츠가 자극한 욕망, 인플레로 인한 국내여행의 비경제성도 이 흐름을 거드는 배경이었다.
통계적으로 눈에 띄는 점은 한정된 국내 시장에서 미리미리 ‘예약 전쟁’을 치르면서도, 가성비-가심비를 동시에 챙기는 모습. 활발한 가격 비교, 현지 투어 공동 예약, 대안 숙박 찾기, 틱톡·인스타그램 ‘핫플’ 탐색 등 삭막한 경제환경 속 ‘체험형 플렉스’가 심미적으로 소비된다. 여행의 콘셉트도 달라졌다. 단체가 아닌 ‘나홀로 여행’, 호텔파티, 미식투어, 편집숍 쇼핑, 디지털 디톡스 같은 자신만의 취향에 특화된 테마가 확실한 인기. 2024~2025년은 호텔(특급부터 부티크), 레스토랑(미슐랭-스트리트푸드), 트렌디 쇼핑, 운치 있는 골목, 웰니스 프로그램 등 ‘공간의 감각’에 투자하는 ‘나를 위한 시간’에 대한 소비가 확장되는 흐름이다.
전문가들은 이 현상을 새로운 ‘여행의 민주화’로 해석한다. 과거에는 소득층 격차에 따라 해외여행 여부가 갈렸다면, 요즘은 파편화된 플랫폼, 다양한 가격대, 경로의 자유로 ‘1인당 맞춤 여행’이 만연하다. 사회 전체가 불안정하니 오히려 “지금 아니면 못 간다”는 불확실성의 심리도 강하다. 실제로 미래 소득에 대한 불신,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돈의 가치 하락 등이 “버티는 소비” “과감한 소비”를 동시에 유도한다. 패스트패션이 아닌 ‘나만의 디자인’으로 소비하는 것처럼, ‘나만의 목적지’에 집착하는 소비자들이 시장을 새롭게 그려낸다.
하지만 긍정 너머의 문제점도 존재한다. 첫째, 고환율로 인한 국내 경제 외화유출 우려가 커진다. 정책 당국은 단기적 관광 수요 급증보다는, 장기적 환율 안정을 위한 거시적 정책이 필요하다. 둘째, 값비싼 여행 경비로 소득계층 간 또 다른 여행 격차가 발생하고 있다. 몇 년만의 ‘해외여행 대란’이 모두에게 해당하는 현상은 아니라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세 번째로, 여행지의 오버투어리즘과 문화적 마찰 우려 역시 증가세다. 도쿄, 방콕 등 주요 도시가 매년 같은 방식으로 소비된다면, 여행의 개인적 만족이 ‘대규모 관광공장’의 일부로 흡수될 위험이 있다. 신선함을 좇는 소비자 심리가 시장·도시의 단기 과열로 번질 가능성은 트렌드 분석가의 시선에서 주시해야 할 지점이다.
한 해 동안 해외여행을 둘러싼 트렌드는 “내 몫의 쉼과 경험에 과감하게 돈을 투자하는 시대”의 축적된 결과다. 경기둔화와 환율이라는 객관적 제약에도 불구하고, 현대 소비자는 본인의 감정적 욕구, 라이프스타일 실현에 거침이 없다. 시장과 여행업계 또한 변화된 소비자 심리, 트렌드의 촉수를 바탕으로 더욱 정교하고 감각적인 서비스 제공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여행이 단순한 이동이 아닌, 영감과 감각, 자기 치유의 장이 된 지금—트렌드는 다시 한 번 소비자 마음에서 출발해 시장 자체를 바꾸고 있다. 2026년, 감각과 체험, 라이프스타일을 건 여행의 시대가 다시 펼쳐진다.
— 배소윤 ([email protected])

몇 명만의 현실, 대다수는 집콕 아닌가… 트렌드라 우기지 좀 마라;;
물가오르면 해외는 못가고 국내는 더 못가고 말이 여행이지 그냥 무게만 느는 중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