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할인쿠폰 600만장 풀린다”…극장가 봄바람, 두 번째 ‘왕사남’의 탄생 신호탄?

영화관 입구, 저녁 러시아워 시간. 큰 길을 따라 길게 늘어선 발걸음들 사이로, 손에 든 스마트폰 화면에 띄운 QR코드가 번쩍인다. 극장 내부 모니터에는 “할인쿠폰 안내”가 거듭 재생된다. 4월 10일부터 전국 극장가에 영화 할인쿠폰 600만장이 풀린다. 정부와 영화진흥위원회가 손잡고 내놓은 파격 조치다. 대한민국 문화예술계, 그중에서도 극장가에 숨통을 틔울 구원책이 될 것인가. 2026년 현장, 실제 영화관 풍경은 어땠을까. 기자의 카메라가 포착한 현장엔 묘한 긴장과 기대가 교차한다.

이 시점, 모두가 떠올리는 이름 하나. 바로 지난해 쿠폰 정책과 함께 신드롬으로 떠올랐던 영화 ‘왕을 사로잡은 남자’. 속칭 ‘왕사남’의 현상. 거리와 SNS, 카페, 심야 CGV를 가리지 않고 펼쳐진 회전문 관람. CGV 용산 IMAX관 한 번 좌석을 구하는 게 작은 로또였다는 그 열풍은, 쿠폰 정책 효과와 맞물려 기적의 박스오피스를 연출했다. 감독부터 신인 주연배우까지 한방에 스타가 됐다. 야외 상영 티켓이 암암리에 수십만원까지 거래됐던 풍경도 기억난다. 올해도 비슷한 흐름이 재연될지, 업계와 관객 모두 숨죽여 지켜보고 있다.

객관적으로, 3년 연속 침체기를 겪었던 극장가는 어느 때보다 절박하다. 팬데믹 이후 자리수의 반토막, 멀티플렉스 체인의 리모델링 지연, 중소 배급사들이 줄도산하는 현실까지. 영화진흥위원회의 발표에서 ‘관객 회복’이란 절박한 단어가 반복됐다. 지난 할인 정책 역시 ‘왕사남’ 한 편의 대박에 기대는 구조였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이번 600만장 쿠폰 정책. 정부와 진흥위는 “다양성 영화, 신작, 중소 배급 콘텐츠까지 분산 지원한다”고 공언하지만, 실제로 인기 대작 혹은 대기업 배급 영화에게만 효과가 집중되는 현상이 반복될 우려가 있다.

현장에서 만난 씨네21 김아름 영화평론가는 “쿠폰이 확실히 관람의 진입장벽을 내리긴 한다. 하지만 반복되는 정책이 시장의 근본적인 다양성이나 지속 가능성 개선까지 이어진 사례는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일부 관객은 “쿠폰 덕에 오랜만에 극장문을 열었지만, 결국 몇 번 관람 후엔 다시 티켓값의 부담을 현실로 마주하게 된다”며 쿠폰 정책이 단기적 불쏘시개 역할에 그치고 있다고 말한다. 현장 매니저들은 “쿠폰 풀린 첫 주엔 대기줄부터 표 소진까지 현장 열기가 뜨겁지만, 2주만 지나면 다시 평상시로 돌아온다”며 시큰둥한 표정도 보였다.

업계에서는 또다시 ‘킹메이커 영화’가 나올지에 주목한다. “제2의 왕사남이 등장할까?” 올 상반기 개봉 라인업을 분석해 보면, 대작 기대작은 여전하고, OTT 오리지널로 인지도를 쌓은 신인 감독, 다양성 영화들도 일부 포진해 있다. 하지만 관객의 ‘폭발적 선택’은 매번 예측을 뒤엎는다. 쿠폰 배포와 맞물려 특정 한 작품에 전국적 관심이 몰리면, 시너지는 분명히 생긴다. 반대로, 다수 작품이 쪼개 먹는 구조라면 시장의 회복탄력성은 제한적이다. 상영관 현장 취재에서 만난 스태프, “박스오피스는 결국 입소문이 만든다. 쿠폰이 불씨를 댕기는 건 맞지만, 휘발성일 뿐이다.” 인터뷰 내내 긴장과 푸념이 섞였다.

향후 과제도 적지 않다. 빠르게 변화하는 문화 소비 패턴, 관람료 인상, OTT 경쟁에 맞서는 극장만의 무기. 티켓 한 장 가격을 두고 주말 가족 관객은 여전히 긴 한숨을 쉰다. 쿠폰 정책 발표 직후, 각종 극장 사이트와 SNS에서는 “쿠폰 안 쓰면 손해” 분위기가 확산됐지만, 중장년층·지방 관객들 사이에서는 접속 오류, 혜택 정보 부족 불만도 터져 나온다. 기자가 현장에서 마주한 한 중년 관객은 “이런 행사 때마다 젊은이들만 득 본다”며, 온라인 활용 환경의 한계를 언급했다. 정책의 접근성과 지속성, 공정한 지원 배분이 여전히 숙제로 남는다.

지난해 ‘왕사남’ 때도 그랬지만, 쿠폰 정책이 몰고 온 일시적 활황 뒤 나오는 시장의 사각지대. 다양성 영화의 깜짝 성공 여부, 산업 전반의 체질 개선까지 가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쿠폰 600만장으로 불붙는 극장 안팎의 뜨거운 바람. 이번 봄, 실제로 ‘제2의 왕사남’ 신드롬이 재연될 수 있을까. 현장은 기대와 회의, 그리고 치열한 생존욕으로 들끓고 있다. 분명한 것은, 카메라가 잡은 극장가의 오늘은 쿠폰 한 장에 희비가 갈리는 대한민국 영화 시장의 생생한 진단표이자, 또 하나의 시작점이라는 점이다.

— 백하린 ([email protected])

“영화 할인쿠폰 600만장 풀린다”…극장가 봄바람, 두 번째 ‘왕사남’의 탄생 신호탄?”에 대한 10개의 생각

  • 쿠폰 받아서 오랜만에 영화관 가볼까 고민 중🤔 매번 이런 행사 있을때만 극장 찾는 나도 문제… 그래두 기대돼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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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줄 서다가 쿠폰 놓치는 거 아닌가요? 시스템 좀 개선해야 할 듯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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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ㅋㅋ진짜 또 제한시간 내 클릭 싸움 시작ㅋㅋ 지방 표 예매하다가 접속 터지면 현타 직빵! 다음엔 그냥 쿠폰 아니고 좋은 영화나 더 찍어내자~~ 무한반복임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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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2의 왕사남?ㅋㅋ 또 초대형 대작 한 편에 줄서기만 반복될 듯. 다양성은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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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왕사남 이후로 이런 쿠폰 정책 나오면 다들 기대만 커짐… 이번엔 누구 덕에 파티할지 각자 예상 댓글 어때? 난 또 대작 한 편한테 몰표 간다에 한 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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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할인정책이 반복될수록, 산업은 잠깐 살아나는 듯 보이지만 근본에선 치명적인 타격만 쌓이죠. 다양성 영화나 신진 창작자가 지속적으로 살아남을 토양을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고 봐요. 행동 없는 선언은 아무 의미 없는 공허한 메아리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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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원정책 좋아 보이지만… 소외되는 쪽 없는지 신경써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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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쿠폰이 영화관 살릴 거란 기대는 이제 안 해… 걍 잠깐 반짝인데 무의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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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쿠폰 뿌린다고 구조가 바뀔까🤔 인기 큰 영화만 살아남는 시스템일 뿐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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