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연예 플러스] 한국 공연 9편, ‘아비뇽 페스티벌’ 초청
늦은 오후, 서울 대학로 예술의 거리 곳곳에서 창작자들이 무대 세팅을 마무리한다. 스포트라이트가 차분히 켜지고, 무대 뒤편에선 누군가 마지막 리허설을 끝내며 짧게 숨을 내쉰다. 국내 공연 예술계가 꿈꿔온 순간이 온다. 한국의 9개 공연이 2026년 여름, 프랑스 ‘아비뇽 페스티벌’에 공식 초청된다. 페스티벌 현지조차 공연 한 편 한 편을 두고 뜨거운 관심과 동경이 뒤섞였다는 점에서, 이 초청은 단순한 해외진출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현장 속도감과 긴장 속에서 우리의 예술이 전 세계 관객과 처음 마주할 시간을 기록한다.
아비뇽 페스티벌은 1947년부터 프랑스 남부 아비뇽에서 시작된 축제로, 매년 7월이면 세계 유수의 극단과 현대 예술가들이 이곳에 모여 경쟁적으로 무대를 펼친다. 단일 국가에서 순수예술 부문에서 이만큼 대규모 초청이 나온 경우는 극히 드문데, 올해는 특히 한국 공연계 인력과 작품성 모두를 높이 평가받은 결과다. 현장에선 한 작품의 리딩을 위해 무대를 오가는 스태프들의 바쁜 동선, 기자들 사이로 흘러나온 초청 소식이, 다큐멘터리 카메라에 놓인 뚜렷한 성공감과 긴장감으로 각인된다.
초청작 9편 중에는 최근 몇 년 사이 한국 관객뿐 아니라 아시아권에서도 크게 화제를 모은 작품들이 대거 포함됐다. 사회적 이슈를 품은 연극부터 전통을 굴절시킨 무용, 아이러니와 유머, 치열한 창작자 정신이 혼재된 현대극 등 장르와 규모, 상상력이 확장된다. 공연 ‘산 너머 저편’은 극장 정면부 스크린에서 산 안개처럼 펼쳐지는 무용과 설치미술의 조합이 압도적인 호평을 이끌어냈다. ‘살아 있는 그림자’는 신체극과 전통 인형극이 기묘한 에너지로 관습의 경계를 밀어붙인다. ‘잠들지 않는 거리’는 젊은 창작자들의 사회적 분노와 연대가 무대를 휘감으며, 관습 타파와 새로운 언어의 가능성을 열었다.
기자는 수개월 전부터 아비뇽 페스티벌 조직위원회의 한국 라인업 확정 순간을 현장에서 바로 지켜봤다. 긴장 속 침묵, 초청작 발표 직후 박수갈채, 각국 예술 감독들의 짧고 진한 포옹. 현장 감독은 “한국 공연계는 이제 경계 없는 실험과 무한한 이야기를 증명했다”고 평했다. 유럽 현지 관계자들 역시 최근 몇 년 새 한국이 영화와 드라마 콘텐츠에서 세계적 성공을 넘어서, 공연 예술까지 혁신의 파도를 타는 모습에 놀라움을 숨기지 않는다. 실제 최근 5년간 한국 공연계의 국제 초청은 두 배 이상 늘었으며, 페스티벌 조직위에 따르면 2026년 한국 초청작 비중은 역사상 최고 수준이다.
뉴스룸에서 만난 한 창작자는 “현장의 무게가 우리 삶 전체를 흔들 만큼 크다”고 했다. 무대 뒤 짧은 인터뷰, 그들의 손끝엔 테이프 자국과 조명 빛에 그을린 흔적이 선명했다. 한국 예술계가 그동안 자주 외면받았던 나라 밖 무대, 페스티벌 심사위원들 앞에서도 “한국만의 표현력과 리듬, 그리고 현실에 대한 치열한 질문이 전세계 관객에 바로 닿았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이쯤에서 국내 공연계 지원체계와 아직 미흡한 인프라, 예산지원의 한계를 비춰본다. 아비뇽 페스티벌 관계자들은 “높은 창의성과 신뢰도에도 불구, 지속적 후속 지원 없으면 일회성 해외초청에 그칠 위험”을 지적한다. 유럽 내 문화예술 네트워크 유치, 통번역·현지 마케팅·기술지원 등 후방 체계까지 갖춰야만 한국 공연계의 세계적 자리는 더 단단해질 것. 실제 초청받은 창작팀 상당수도 추가 지원 없이 현지적응과 이동 자체가 만만치 않다고 호소한다. 현장의 움직임은 끊임없이 미래를 향할 준비가 필요하다.
팬데믹을 넘긴 지 불과 몇 년, 국내 예술계는 재기와 실험으로 다시 관객을 모은다. 한국 공연 9편의 대규모 아비뇽 진출은 K-컬처의 세계적 위상이 ‘일회성 돌풍’이 아니라 깊은 호기심, 그리고 긴 실험의 자리에서 비롯됐음을 보여준다. 오늘도 조용히 무대를 닦는 스태프, 막이 오르기 직전 떨리는 배우의 눈빛, 관객을 맞는 공연장의 미묘한 공기. 우리가 지켜본 현장은 단순한 축하가 아니라, ‘우리 이야기’가 현지무대를 바꾸고 세계 관객을 다시 감동시킬 태세임을 증명한다. 당당하게, 그리고 조심스럽게, 다음 무대의 준비가 한국 공연계 전체의 새 출발선이 된 순간이었다.
— 백하린 ([email protected])

공연예술이 드디어 다시 주목받는 느낌🤔 앞으로 현장에 지원이 더 많아지면 한국 공연의 저력은 정말 클 것 같아요! 작은 관심과 예산이 한 예술가 인생 전체를 바꾼다는 말, 공연 현장에 더 깊게 스며들었으면 좋겠네요. 모두 고생 많으셨어요!
이런 뉴스 나올때마다 국가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느낀다…최고 무대 나오면 뭐함, 뒷받침 없으면 남는 게 없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