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로렌, ‘런웨이투서울’ 무대 위의 정제된 해체주의가 전하는 오늘의 패션 메시지

2026년 1월, 도심의 겨울 공기를 가르며 서울 패션 씬이 다시 한번 뜨겁게 달아올랐다. 발로렌(VALOREN)이 ‘런웨이투서울’에서 선보인 이번 컬렉션은 한마디로 ‘정제된 해체주의’라는 신개의 경계를 선언한다. 흔히 해체주의라 하면 반항과 실험, 거침없이 쏟아지는 감각적 해체, 그리고 어디까지가 질서이고 어디서부터가 카오스인지 모호한 경계 위의 드라마가 연상된다. 하지만 발로렌의 무대엔 차분히 다듬어진 선들, 잔잔하지만 침잠하는 에너지, 그리고 묵직하게 쌓아올린 디테일의 서사가 돋보였다.

발로렌은 기존의 해체주의가 가진 파괴적 이미지를 과감히 비우고, 그 자리에 도회적이고 실용적인 패턴, 그리고 미니멀한 감성 위에 절묘하게 얹힌 불규칙성을 내세웠다. 데님과 울, 가죽이 자연스럽게 혼재한 텍스처, 컷아웃과 언발란스한 재단, 조형적 실루엣이 반복되는 룩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발로렌의 손끝을 거치면 정제됨이라는 이름으로 재탄생한다. 디자이너는 해체가 곧 혼란이 아니라, 오히려 새로운 질서의 시작임을 보여준다.

패션이라는 언어는 결국 동시대의 감각과 소비자의 심리에 정교하게 맞닿아 있다. 발로렌의 정제된 해체주의는 급변하는 2020년대 중후반, 답답함과 자유로움의 교차로 위에서 살아가는 밀레니얼·Z세대의 심리를 극적으로 반영한다. 통제할 수 없는 것, 어쩔 수 없이 흐트러진 것에서조차 아름다움을 발견하고자 하는 열망. 이번 컬렉션의 룩북 한 장 한 장은 그런 고민의 궤적을 오롯이 드러낸다. 제약된 듯 자유롭고, 어수선한 듯 정갈하다. 이는 패션을 통해 표현되는 동시대인의 복합적 내면, 즉 무질서와 규범에 대한 통합적 욕구의 확대판이기도 하다.

런웨이 현장 반응도 예사롭지 않았다. 리뷰윗코리아, 스타일쉐어데일리, W매거진 등 주요 패션 미디어들은 발로렌이 해체주의의 ‘과도한 실험’이 아닌 ‘심미적 균형점’을 성공적으로 건드렸다는 점에 주목한다. 특히 올 시즌, 서울 패션위크에서도 여러 브랜드가 파편적 해체주의를 실험하며 ‘파괴에서 탄생으로’의 전환 키워드를 던졌지만, 발로렌 특유의 절제미는 이 트렌드를 한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정돈되지 않은 듯 보이지만 관찰할수록 치밀하게 짜인 레이어드, 오직 이 도시에만 존재할 법한 세련된 그레이톤의 협연, 그리고 예상치 못한 위트까지. 관객과 바이어 모두가 한걸음 더 다가와 무대를 응시하는 모습이 이번 컬렉션의 영향력을 증명했다.

이번 시즌 발로렌이 전달하는 소비자 심리의 맥락은, ‘질서와 해체의 공존’에 대한 재해석에서 비롯된다. 누구보다 안전함을 추구하지만 동시에 자신만의 파격을 갈망하는 2030 소비자들, 그리고 표준화된 유행의 바깥에서 자신을 증명하고자 하는 개성주의자들에게 이 컬렉션은 결코 가볍지 않은 울림을 남긴다. 해체를 예술로, 실수를 완성으로, 단절을 연결로 바꾸는 힘. 특히 한정판 액세서리와 ‘비대칭 디테일’ 재킷은 현장 프리오더에서 완판을 기록하며 소비자의 욕망이 어디를 향하는지 그대로 드러냈다. 중심 없는 흐름, 그러나 섬세하게 관리된 균형. 발로렌의 스타일은 마치 오늘의 서울처럼, 복잡하고 미묘한 질서를 새로 정의한다.

동시에, 이 정제된 해체주의는 글로벌 트렌드와도 맞닿아 있다. 2026년 S/S 파리와 밀라노 무대에서도 ‘새 질서로서의 해체’가 키워드로 떠올랐고, 디지털 화두와 팬데믹 이후의 실용주의가 만난 급진적 재조합이 거대 패션하우스들 사이에서도 확산되는 중이다. 결국 발로렌은 서울이라는 도시와 오늘의 젊은 세대, 그리고 동시대 패션 세계 전체를 연결하는 컨템포러리 언어 자체로 기능한다.

취향은 갈릴 수 있지만, 이 무대에 담긴 정제성과 해체의 미학은 당대 패션의 흐름, 나아가 소비자의 ‘복합 심리’와 그 욕망을 들여다보게 한다. 변화는 늘 새로운 선택을 요구하고, 발로렌은 그 선택의 지점을 묵직한 세련미로 제안한다. 이 도시의 패션이 숨 쉬는 법, 그 미묘한 정서가 궁금하다면 이번 쇼의 한 장면, 한 장면을 잘 들여다볼 일이다.

— 배소윤 ([email protected])

발로렌, ‘런웨이투서울’ 무대 위의 정제된 해체주의가 전하는 오늘의 패션 메시지”에 대한 5개의 생각

  • 에구~ 결국 옷은 입으려고 산다지만 런웨이티 입고 지하철 타봄? 바로 시선점령!! 그래도 한국이 글로벌 트렌드 이끈다니 기분은 뭔가 으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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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패션이란 게 참 아이러니함. 해체까지 정제하네 진짜 ㅋㅋ 다음엔 해체하다가 다시 붙이는 신공 나오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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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니 정제도 하고 해체도 하고… 두 개 다 하고 싶으면 옷 반은 접어서 입고 반은 찢는 건가!! 근데 이게 요즘 세상 트렌드 맞는 듯요. 구조 있고 싶으면서도 막 심심하긴 싫고. 근데 패션이 너무 진지해지면 또 재미없죠. 런웨이 보고 있으면 그냥 아티스트 놀이터 같달까. 그래도 발로렌은 매뉴얼에 충실해서 인정!! 해체해놓고 ‘에이 모르겠다’ 안 하는 패션 한 표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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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체도 정제도 결국 감각인가…별난것 같으면서 묘하게 끌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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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awk_laboriosam

    정제된 해체주의라… 듣기론 멋있는데 실상은 그냥 외계 생명체 같은 옷 아닌가요? 매번 새로움만 외치다가 결국 유행 자가복제 같은 느낌이에요. 다만 서울만의 트렌드라니 우리나라 패션도 많이 성장했다고 생각은 듭니다. 세계 무대에서 이 해체가 어떤 반응을 이끌지 궁금하네요. 실용성과 예술성의 경계가 슬슬 흐려진다는 건 동시대 소비 트렌드랑 꼭 닮았죠. 앞으로 누가 진짜 정체성을 잡을지, 그 지속성이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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