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서점가의 소란, 아동·수험서가 쏘아올린 희망의 표지

한 해의 끝과 시작, 겨울이 가진 분위기는 아이러니를 품고 있다. 아직 흰 눈이 덮이지 않은 도심의 거리를 재촉하는 발자국들, 그 틈을 뚫고 아이와 부모, 그리고 자신을 다그치는 이들까지 서점가를 향한다. 올 겨울, 전국 서점가의 베스트셀러 상위권은 오롯이 아동 도서와 수험서가 차지했다. 잠시 유행을 잊고 바라본 서점가에는 여전히 반복되는 계절의 풍경이 펼쳐진다. 연초가 돌아오면 아이들의 꿈을 담은 동화책과 시험을 준비하는 이들을 위한 문제집들이 불쑥 고개를 내민다. 변하지 않는 듯하면서도 그 속엔 우리의 달라진 일상과 희망이 가만히 스며든다.

이 스산하지만 맑은 공기, 차가운 바람의 끝에는 늘 어떤 다짐과 준비가 엿보인다. 부모의 손을 잡고 서점에 들어간 아이들은 아직 읽지 않은 세계에 대한 호기심을, 그리고 똑바른 자세로 교재 코너를 훑는 수험생에게선 각오보다 애틋한 기대가 엿보인다. 서점의 계산대 위엔 늘상 아동 도서와 수험서가 가장 먼저 쌓여간다. 2026년 1월, 진동하는 책장의 온도는 겨울보다도 정겹고 뜨겁다.

올 겨울방학, 서울 주요 서점들의 판매 통계에 따르면 아동용 학습만화, 자기주도학습 교재, 그리고 각종 수험서가 베스트셀러 상위 10위권 안을 점령했다. 신년 다짐, 학습 열기, 자기계발에 대한 사회적 무드가 아동 도서와 수험서의 강세로 반영된 셈이다. “설민석의 세계사 대모험” 시리즈, “마법천자문”, 어린이를 위한 인문서, 초등생 필수교재까지 다양한 책이 고루 언급된다. 수험생들은 국어, 수학, 영어 등 기본 과목 문제집뿐 아니라 N잡, 자기계발을 위한 자격증 교재와 인공지능, 코딩 등 최신 트렌드도 챙기는 모습이다. 성인 베스트셀러 역시 연말에 잠시 소설과 에세이가 강세를 보이다가 연초에는 빠르게 수험서·자기계발서들이 자리를 빼앗았다.

이는 단순히 통계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 사회가 해마다 겨울을 섣불리 보내지 못하고, 미뤄둔 다짐과 계획을 책장에 담는 풍경이 반복된다. 누군가는 이윽고 새학년, 새 시험을 위해 서점에서 전략을 세우고, 또 다른 누군가는 결연하게 올해도 아이 이름을 적은 책장을 채우려 한다. 학원가의 불이 꺼지지 않고, 아이들도, 청년도, 부모들도 자기 몫의 ‘겨울 공부’를 준비하는 까닭이다. 역설적이게도 ‘베스트셀러’가 가리키는 계층은 수험생과 그 가족이면서도, 그 안에서 우리는 점점 더 다양해지는 교육과 자기계발의 문화를 읽게 된다. 2020년대 중반이 되면서 어린이 도서 역시 공감, 창의, 글로벌 역량을 다루는 신간이 늘어났다. ‘재미만’이 아닌 ‘의미’, ‘융합’, ‘미래 진로’까지 고민한다.

이 계절 책방 풍경에서는 책이 의무감을 넘어 위로와 동행을 자처하는 순간도 자주 보인다. 출판 관계자들은 막연한 부모의 불안, 수험생의 초조함, 신년 초에 다시 한 번 느끼는 자기 생의 부족함을 다독이는 방식으로 책을 제안한다. 책이 주는 위로, 혹은 다짐의 언어는 해마다 반복되지만, 올해는 인공지능, 소프트스킬, 창의융합 등 미래 시대의 키워드까지 파고든다. 2010년대 초까지만 해도 ‘학습만화’가 판을 쳤다면, 지금은 심리, 뇌과학, 인간관계, 글로벌 트렌드를 아동서에 덧입혀, 아이와 부모가 ‘같이’ 읽고, ‘같이’ 성장할 수 있는 책들이 꾸준히 팔리고 있다.

대형서점의 담당자들은 “연말·연시 시즌에 오프라인 매장 방문객이 줄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한다. 온라인 서점이 대세가 되었다 해도, 실물 책을 골라드는 그 손끝에서, 우리는 여전히 ‘책이 삶을 바꿀 수 있다’는 경험, 기대, 때론 작은 기적을 붙든다. 아이들의 두 손에 쥐어진 베스트셀러 한 권, 막막한 미래를 준비하는 이들이 애써 들춰보는 한 권의 두께. 그 짙어진 장면들은 거대한 교육열, 미래에 대한 걱정, 한 해의 피로와 희망이 얽혀있는 우리나라만의 계절성 풍경이다.

“지금 이 겨울, 무얼 준비하시나요?”라는 질문이 서점 곳곳에서 울린다. 각자의 답을 골라담는 이들 사이, 올해도 책은 묵묵히 가장 가까운 조력자란 위치를 내어주지 않는다. 묻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 모든 아이와 수험생, 부모, 그리고 한 번쯤 다시 다짐을 시작하는 우리 모두에게 겨울 서점가의 따뜻한 책장은 하나의 성냥불처럼 희망을 켠다. 내년 이맘때, 누군가 그의 인생 책을 이야기하게 될 때, 이 계절을 거쳐간 한 권의 위로와 다짐이 있을 것이다.

— 정다인 ([email protected])

겨울 서점가의 소란, 아동·수험서가 쏘아올린 희망의 표지”에 대한 6개의 생각

  • 겨울에 책 사러 가는 거…뭔가 정석이네

    댓글달기
  • 아…역시 겨울방학 시즌이라 책 많이 팔릴듯ㅋㅋ 근데 매번 느끼는데 어린이 학습만화 베스트셀러 오르는 거 보면 우리때랑 트렌드 많이 바뀐듯😊 직접 가서 골라봐야지

    댓글달기
  • 이제 진짜 연초다 싶음. 다들 공부에 올인하는 시기네ㅇㅇ 화이팅!!

    댓글달기
  • 그 와중에 또 다짐만 하다가 겨울 끝나겠쥬 ㅋㅋ

    댓글달기
  • 늘 그렇듯 연초엔 베스트셀러 리스트가 공부책으로 뒤덮이죠. 변화 없는 우리 현실… 하지만 이번엔 조금은 새로운 주제들이 늘어난 듯, 고무적입니다.

    댓글달기
  • cat_laboriosam

    연예인 에세이 지나가면 곧바로 수험서, 자기계발서 차지하는 거! 역시 한국만의 풍경이랄까!! 공부 파이팅!!

    댓글달기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