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인 별세, 영화 속 진짜 액션 – 스턴트의 시대를 열다

흙먼지 낀 촬영장 한복판, 차가운 철제 캐터필러 위로 한 남자의 몸이 빠르고 정확하게 움직인다. 검은 피도, 가짜 팔도 없이, 혀끝을 타고 전해지는 맹렬한 숨소리만이 생생하다. 2026년 1월 4일, 대한민국 영화계의 원조 스턴트맨, 배우 김영인 씨가 83세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그의 이름을 기억하는 이라면, 금속이 부딪히는 소리와 생생한 현장의 온기를 곧바로 떠올릴 것이다. 김 씨의 별세 소식이 알려지자 영화계와 팬들 사이엔 아련한 충격이 번졌다. 필름에 남아 있는 그의 액션, 땀이 베인 그 장면들은 단순한 부상과 꿈의 경계에서 대한민국 스턴트의 초석을 이뤄냈다.

긴장감이 팽팽한 현장, 과거 1960~70년대 촬영장 풍경을 새롭게 떠올린다. 카메라를 밀고 들어가는 각도에서 보면 복잡한 철재 구조물 위에서 도약하는 김영인 씨의 옆모습, 불꽃이 일고, 검은 그림자가 뒤엉키는 그 한순간. 스턴트라는 단어조차 생소하던 시절, 그는 몸을 던져 감정을 전달했다. 직접 운전하여 달리는 버스 위, 아찔한 옥상 코너를 돌며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뒤엉킨 액션신을 소화했다. 후배들이 그의 모습을 지켜보곤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액션’이라고 감탄하며, 스턴트맨의 가치를 대변하는 살아 있는 교과서로 추앙했다. 현장에서는 항상 안전이 최우선임을 강조하면서도 때로는 부족한 인력과 장비로 버텨내야 했던 열악함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불과 50여 년 전, 한국 영화계에서 스턴트는 기꺼이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살아남는 사람만이 보는’ 세계였다. 김영인 씨는 몸이 무너지던 순간에도 번뜩이는 눈빛을 잃지 않았다. ‘진짜 아픔’과 ‘연기의 경계’ 사이, 그는 늘 제일 먼저 뛰어들고 맨 나중에 현장을 벗어났다. 1970년대 액션 영화의 폭발적 인기에 힘입어 한 시대를 풍미했지만, 후배 스턴트 배우들을 위해 누구보다 앞장서서 처우와 안전 개선을 목소리 높였다. 수많은 부상과 고단한 시간 끝에, 그의 이름 아래 수십 명이 스턴트의 꿈을 시작했다.

빽빽한 촬영장 인파, 스크립트에 없는 위험한 즉흥 동작들도 받아들였다. “진짜다. 저 사람, CG가 아니라 실제로 다 받는다.” 후배 배우들이 당시의 김광인(스턴트 감독), 김영인 씨 얘기를 꺼낼 때마다 조용히 주위를 환기한다. 교통사고 장면, 낙하, 도로를 뚫고 질주하는 자동차 안팎, 미끄러운 빗길 액션까지― 그의 다리엔 늘 새로운 상처가 남았다. 그리고 그 상처들은 시대의 증표가 됐다.

김영인 씨는 실제 경험을 토대로 각종 수상작에서 스턴트맨이라는 역할을 부각시켰다. 1970년대 초기 영화인 <돌아온 외다리>와 <미워도 다시 한 번> 등의 작품에서 남긴 그의 피, 땀, 위험 감수의 흔적이 시청각 자료마다 그대로 살아 숨쉰다. 세트장 한 켠을 돌며, 배우와 스태프가 어우러진 촬영이 장대한 대서사처럼 영상에 기록됐다. 그 시대의 카메라는 그의 고통, 도전, 근성과 조금의 두려움마저 빠뜨리지 않고 포착했다. 영화제에서 수많은 상을 받으며도 그는 스턴트맨의 ‘익명성’을 더 알리고 싶었다. 자주 인터뷰를 거절했고, 주목 대신 동료 스턴트맨들의 ‘이름’이 살아남도록 밀어줬다.

인터뷰 영상을 보면, 투명한 얼굴의 김영인 씨가 꼭 이렇게 말한다. “현장이 안전해야 연기가 산다.” 그의 말은 여전히 오늘 한국의 액션 촬영장에 남아 있다. 요즘은 CG와 특수효과, 와이어 액션에 의존하지만, 땀과 숨결, 실제 상처가 깃든 그 현장의 잔향은 기술만으로 뛰어넘을 수 없는 가치로 평가받는다.

이번 김영인 씨 별세 소식은 오래된 스턴트 직업의 희생적 본질과, 영화계 현장 안전의 긴급한 과제를 다시 꺼내 올린다. 한국영화의 세계 진출 못지않게, 보이지 않는 땀과 고통의 현장이 있다는 사실을 사람들은 잊지 않았으면 한다. 스턴트맨과 배우의 구별, 전문 스태프의 분업, 그리고 치열한 현장 정신―김영인 씨는 모두를 실천으로 보여줬다. 분주했던 촬영장의 잔상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마음에도 오래 남는다.

그래서, 오늘은 모두가 가만히 필름의 뒷면을 들여다본다. 만약 누군가 오늘도 액션 신을 찍고 있다면, 그 현장에는 김영인 씨가 남긴 치열한 발자취가 함께 있을 것이다. 영화는 끝나고, 관객은 박수를 쳤다. 그 박수 뒤의 조용한 헌신과 뛰어내림이야말로 진짜 액션, 진짜 배우의 길이었음을 기억할 시간이다.

— 백하린 ([email protected])

김영인 별세, 영화 속 진짜 액션 – 스턴트의 시대를 열다”에 대한 6개의 생각

  • 안타깝습니다. 더 좋은 환경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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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헐… 이런 분이 있었는데 이제야 알았네 ㅋㅋ 영화계 레전드 인증 가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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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모와 동시에, 현장 안전 이런 기사 계속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음… 앞으로는 숨은 주역들 무시 안하는 분위기 필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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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큰별이 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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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턴트맨의 희생없는 멋진 영화는 상상할 수 없습니다. 더이상 위험한 촬영 현장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며, 이분 덕분에 지금의 영화 기술과 안전 기준이 단단해졌다는 것을 기억해야겠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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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직도 이런 얘기는 뉴스로만 보는 현실… 진짜 씁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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