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 밀, 옥수수’로 꿰뚫는 우리의 식문화, 그리고 변화의 맥락
보리, 밀, 옥수수. 한국인의 밥상에서 익숙하게 오르내리는 곡물들이 한 전시의 테마가 되어 우리의 식문화를 되짚었다. 신년을 맞아 최근 서울 시내에서 열린 ‘탄수화물 연대기’ 전시는, 단순히 식재료에 대한 박물관적 접근을 넘어, 이 곡물들이 우리의 생활과 소비, 트렌드, 심지어 정체성까지 어떻게 새겼는지 직조한다. 전시장은 각자의 식탁 경험에서 끄집어내온 기억, 추억, 그리고 변모를 촘촘히 연결했다. 보리밥집에서 높았던 식탁, 급식실의 옥수수빵, 밀가루 덕분에 시도된 파스타와 베이킹의 열풍. 하나하나의 곡물이 이 시대의 한국인에게 남긴 감각의 흔적은 생각보다 깊었다.
보리의 자리매김은 근면과 공동체성에 관한 것이다. 한때 궁핍의 상징이었으나, 지금은 건강과 힙함을 능란히 입혀 옛것의 재해석 태도를 견인한다. 서울 도심 카페와 레스토랑, 그리고 최근 홈카페 인테리어 씬을 보면, 보리를 활용한 다양한 메뉴가 시대의 빈티지와 뉴트로 코드 속에서 당당히 리바이벌되고 있다. 밀의 돌파력은 글로벌화, 융합 트렌드와 궤를 같이 한다. 식민지기 이후 밀가루가 만들어낸까지지지, 라면의 대중성, 그리고 크래프트 베이커리로 대표되는 2020년대의 빵집 붐까지. 이 흐름 안에서 밀은 세계 식문화와의 장벽을 뛰어넘고, 소비자는 국제 감각의 상상력을 언제든 접한다. 옥수수 또한 빠질 수 없다. 설탕 옥수수, 떡볶이 트렌드, K편의점의 신상 옥수수 스낵까지. 옥수수는 스낵, 가공식품, 건강식이라는 ‘라이프스타일의 다양성’을 이끌어내며, 식단 구성의 새로운 스펙트럼을 제시한다.
이렇듯 곡물의 변화와 확장은 단순한 ‘음식재료의 목록 갱신’에서 그치지 않는다. 기후 위기, 건강과 웰빙 트렌드, 글로벌 공급망의 위기 등 외부적 환경 변화가 곡물 소비 방식과 유행을 바꾼다. 예를 들어, 밀 수입 가격의 급등과 국내 보리 생산 증가, 옥수수의 가공식품화 같은 트렌드는, 결국 곡물이 문화적 코드를 다시 쓰는 근거가 된다. 2020년대 소비자는 전통을 현대적으로 해석하며, 자신만의 라이프스타일과 정체성을 곡물 위에 새긴다. 이는 단순한 푸드 트렌드의 선을 넘어서, 집밥과 레스토랑, 편의점, 심지어 패션의 프린트 패턴과 마케팅 슬로건까지 다층적으로 배어든다.
특히 Z세대를 중심으로 식재료는 곧 표현 수단이다. 집에서 만드는 ‘보리 리조또’ 영상, 컬래버레이션으로 출시되는 밀기반 글루텐프리 상품, 스낵을 넘어선 ‘콘 치즈’의 스트리트푸드화. 모두가 주체적, 감각적으로 식생활을 재해석하며 신선하고 자기다움을 추구한다. 레트로 감성과 웰니스 열풍, 그리고 편의성이라는 복잡한 수요가 곡물 소비 행태에 다채로운 스펙트럼을 덧입힌다. SNS의 인플루언서들이 셰프 못지않은 연출력으로 곡물을 재해석한 콘텐츠는, 이를 소비하는 세대와 식문화를 트렌디하게 동기화한다. 이 변화의 핵심에 ‘취향 중시’라는 감각이 있다. 누군가는 아침에 오트밀을, 점심에 시리얼을, 저녁에 보리누룽지 크림스프를 먹는다. 과거의 일상적 곡물이 오늘은 한사람 한사람의 고유한 스타일로 변모 중인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런 곡물의 ‘옛것과 새로움’이 섞여 만들어내는 하이브리드 감각이다. 할머니의 손맛이 묻은 보리 비빔밥을 트렌디한 카페에서 모던하게, 옥수수죽에 치즈를 얹으며 다문화적 터치를 보태거나, 밀을 이용한 버터쿠키 레시피를 ‘글루텐프리’로 바꿔 내놓듯, 각 세대와 라이프스타일은 재료를 자신만의 경험으로 끊임없이 각색한다. 이는 신제품과 메뉴 개발, 레스토랑 인테리어부터 팝업스토어까지, 전방위적인 변화로 확장된다. ‘탄수화물 연대기’ 전시는 바로 이런 현상들을 감각적으로 조명하며, 익숙함 속 새로움을 소비자가 어떻게 즐기는지를 세련된 전시 미감에 담아냈다.
공급망 변화 등으로 쏟아지는 대체 곡물, 기후와 글로벌 이슈에 민감해진 신세대의 취향이 펼치는 ‘자신만의 식탁’이 앞으로 어떤 모습일지는 예측조차 흥미롭다. 식재료란 주어진 환경에 따라, 욕망과 취향에 따라, 그리고 무엇보다 변화에 민감한 시장의 움직임에 따라 언제든 새롭게 탄생할 수 있음을 이번 트렌드 분석은 다시 한 번 보여준다. 익숙한 곡물이 얼마나 새로워질지, 그 안에 담긴 소비자 심리의 미묘한 진화에도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 배소윤 ([email protected])


솔직히 트렌드도 결국 경제 논리에 휘말리는 거잖아. 밀가루 수입 오르면 보리가 건강식 됐다가, 옥수수가 신상품에 쓰이고… 결국 누가 이익 보는지 궁금하네. 전시도 결국 마케팅 아닌가? 소비자가 트렌드를 이끈다? 진짜 그렇게 생각해? 한번 곱씹어봐. 트렌드 분석도 냉철하게 현실 직시 필요하다.
트렌드 분석이랍시고 이런 기사 많이 나오는데 결국 다 마케팅이랑 PR의 일부 아니냐. 보리가 힙해졌다고 해도 결국 편의점에선 또 빵, 과자만 사먹는다. 소비자 심리 운운해도 현실은 늘 그 밥에 그 나물이야…
곡물 트렌드 재밌네요! 이런 분석 좋습니다 🙂
밀→보리→옥수수 계속 돌려막는중…결국 건강이다 뭐다 핑계처럼 느껴짐
탄수화물 차례로 줄서기ㅋㅋ 다음엔 쌀차례?
트렌드라는 게 얼마나 허망한지 잘 보여준다. 소비자 심리라지만 실상은 기업이 만드는 허상 아닌가. 밀가루 한참 위험하다고 하다가 이제는 보리와 옥수수가 채우고, 또 이게 지나가면 다른 무언가가 뜰 거고. 이번 분석도 결국은 이런 순환의 한 조각, 다만 더 세련되고 감각적으로 포장됐을 뿐인 듯. 그래도 이런 분석 없으면 맹목적으로 또 끌려가겠지. 본질을 늘 잊지 않는 게 중요하다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