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즘’ 넘은 한국 전기차 시장, 대전환의 변곡점에 서다
국내 전기차 시장이 상징적인 100만 대 고지에 다다르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기차 누적 등록 대수는 85만 대를 넘겼고, 올해는 100만 대 달성이 유력하다. 매년 10만 대 이상 신규 등록이 이어졌던 추세가 유지된다면, ‘캐즘(chasm)’이라 불리던 대중화의 넘기 힘든 단계가 사실상 해체되는 의미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전기차 보급률이 전체 차량의 4~5%를 넘어설 때 시장은 본격적으로 ‘대중 수용’의 단계에 들어선다고 평가받는다. 한국 시장은 이미 그 문턱을 밟았다.
글로벌 EV 흐름과 비교하면, 한국의 전기차 확산 속도는 미국·유럽 주요 시장과 보조를 맞추는 수준이다. 유럽 주요국은 2025년까지 전체 자동차의 15~20%를 전기차로 전환하는 목표를 앞세우고 있으며, 중국은 올해 상반기만 400만 대 신차 EV 판매를 기록했다. 시장 확대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충전 인프라의 팽창, 국산 배터리의 안전성과 효율성 제고, 차종 다변화라는 세 축이 결합해 이정표 역할을 해왔다. 충전기 설치 대수는 2년 새 두 배 가까이 늘었고, 현대자동차·기아는 소형차부터 대형 SUV까지 전기차 라인업을 빠르게 확대, 모델 선택의 폭이 과거와 비교해 크게 넓어졌다.
소비 심리의 변화 역시 주목된다. 과거 전기차 구매는 ‘리스크테이커’였던 얼리어답터 중심이었다면, 최근엔 패밀리카·근거리 출퇴근 차량·상업용 밴 수요까지 흡수하고 있다. 완속충전 보급, 이동경로의 급속충전 허브화와 더불어 첨단 소프트웨어 기능(OTA·원격진단·에너지관리)의 탑재가 전기차를 생활 밀착형 이동수단으로 자리 잡게 했다. 자동차 제조사들은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 차량 간 통신(V2X), 운전자 맞춤 서비스 등 기존 내연기관차보다 한 단계 진화한 경험을 강조하며, 산업의 체질 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시장 확대의 이면에는 구조적 과제도 적지 않다. 보조금 축소 기조, 리셀러 중심의 중고 전기차 가치 하락, 지방 중심의 충전 인프라 미비, 겨울철 급속충전 속도 저하 등 ‘성장통’이면에서 풀지 못한 고리들이 여전히 존재한다. 최근 정부는 보조금 정책을 장기 감축 모드로 전환, 가격경쟁력 확보 대신 차별화된 기술 혁신과 완성차-배터리 업체 간 협력이 핵심으로 부상했다. 미국, 유럽과 마찬가지로 한국 역시 ‘전기차는 곧 소프트웨어’라는 패러다임 전환이 불가피하다. 특히 OTA, 에너지저장장치(ESS) 연동, 전고체 배터리 실용화 등 미래 성장동력 확보 경쟁에서 뒤처진다면, 단기적 급등에도 장기 정체에 빠질 위험도 크다.
글로벌 경쟁 구도도 한층 복잡해지고 있다. 중국 완성차 업체 BYD의 가격공세와 유럽 브랜드의 프리미엄 신차 출시, 그리고 테슬라의 차세대 로보택시 공개 등은 국내 완성차 신차 전략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GM, 포드 등 미국 주요업체들은 하드웨어 ‘고급화’보다는 SW 중심 차량 아키텍처 전환과 ‘구독형 서비스’에 사활을 거는 추세다. 이러한 흐름은 국내 제조사에도 ‘판매 후 서비스(AS) 플랫폼 강화’, ‘배터리 전주기 관리’, ‘OTA 기반 유지관리’ 등에서 질적 경쟁을 촉진시키고 있다.
전기차 성장의 핵심 변수로 친환경 에너지 전환도 빼놓을 수 없다. 정부는 2030년까지 전체 신차 판매의 35% 이상을 친환경차로 채운다는 청사진을 내놓았다. 문제는 실질적인 재생에너지 전력 공급 확대와 안정적 전력망 구축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배터리 셀·모듈·팩 생산의 전주기 친환경성, 차량 수명 종료 이후 재활용 기반의 자원순환 시스템 확립 없이는, 탄소중립 최종 목표 달성은 요원하다. SK온·LG에너지솔루션 등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최근 유럽·북미 현지 생산 기지 가동에 착수, 글로벌 공급망 다변화에도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한편, 사용자 관점에서 전기차 구매의 ‘심리적 장벽(캐즘)’을 무너뜨리는 계기가 된 것은 무엇보다도 ‘체험’의 확대일 것이다. 카셰어링, 구독서비스, 기업 법인차 대량 도입 등이 소비자 접점을 늘렸다. 다양한 충전요금제, 지역별 롱텀 렌터카 할인 등, 정책과 기업혁신이 포괄적으로 맞물려 시장의 저항선을 뚫어냈다는 점이 성장을 견인했다. 전기차의 사회적 이미지 역시 ‘실험적 기술 마니아의 전유물’에서, ‘지속가능한 라이프스타일의 일부’로 한걸음 나아갔다고 평가할 수 있다.
2026년의 시작점에서, 한국 전기차 시장은 이제 더 이상 ‘경험해보는’ 시장이 아닌 ‘성숙한 선택지’가 되어가고 있다. 세계적인 배터리 경쟁력, 신차 라인업의 다변화,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중심의 패러다임 구조전환, 그리고 에너지 생태계와의 긴밀한 결합이 그 동력이다. 향후 2~3년이 지나 ‘EV 200만 시대’가 도래할 때, 혁신과 속도, 그리고 환경가치의 균형 위에서 진정한 시장의 지속가능성을 증명해야 한다. 전기차 전환의 여정에서 지금 이 순간이 가장 결정적인 변곡점임은 부정할 수 없다.
— 강은호 ([email protected])


언론이 매번 숫자에만 집착하는데, 정작 지방 충전 인프라는 몇 년째 개선 체감 없음. 서울 중심 보급은 이미 오래전에 포화인데, 지방 소외나 주행환경 문제는 여전히 심각한 수준. 더 근본적인 인프라 투자와 운영 효율화에 집중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몇 백만 대 보급한다고 정책 성공 아니지. 전기차를 멀티카드처럼 써보지만, 충전 지연/겨울철 주행거리 저하/중고가치 급락 이슈는 여전히 현실 착실히 반영 안 됨. 진정한 대중 교통수단 변신을 원하면 장밋빛 수치 자랑보다 치명적 단점 보완하는 현실인식이 필요. 숫자 자랑, 현장 괴리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ㅋㅋ 이제 충전소 줄 서는 건 안 봤으면^^ 빨리 더 생겨라~~
전기차는 좋은데 보조금 줄이고 충전소도 부족하고… 현장 실사는 해봤나 궁금함. 이런 게진짜 대중화라불러도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