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인 ‘발가락이 닮았다’ 논쟁, 염상섭 그림자 그리고 한국 소설계의 자의식
한국 현대문학사를 조금만 파고든 이라면 ‘발가락이 닮았다’의 미묘한 긴장감을 잊을 수 없다. 최근, 김동인 단편 ‘발가락이 닮았다’의 주인공 모델을 둘러싼 논쟁이 다시금 불붙었다. 핵심은 이 작품 속 ‘서글픈 야망’과 ‘삐딱한 자의식’으로 그려진 주인공이 실제로 동료 문인이던 염상섭이라는 해석이 맞느냐는 지점이다. 국제문학계에서도 인물의 실제 모델을 둘러싼 논의는 빈번하지만, 여기에는 한국 문단 특유의 자의식과 1920~30년대라는 시대적 풍경이 교차한다.
당시 김동인과 염상섭은 나란히 문예지를 이끌며 영향을 주고 받던 사이다. 문학의 이상을 달리 보는 이 두 인물의 관계는 종종 충돌과 긴장으로 기록되어 왔다. ‘발가락이 닮았다’가 발표된 1930년대 초는 잡지 ‘신생’과 ‘개벽’ 등에서 활발히 필봉을 겨루던 시기였다. 작품 속 ‘그’는 남모르게 자신과 닮은 이를 바라보며 복잡성과 아집, 좌절을 겪는다. 이 인물의 씁쓸한 자기반영, 그리고 자신을 둘러싼 예술계에 대한 비뚤어진 감상은 염상섭의 실제 성정(性情)과 작가정신을 그린 것일까? 학계와 평단은 이 대목에서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고 있다.
우선, 김동인의 작품관은 늘 스타일의 실험과 인간 심연의 탐구에서 출발했다. 그는 인물의 개별적 아픔과 문단 내 ‘토론’을 문학 자체로 끌어올리려 했다. 본인의 체험을 가공해 동료작가와의 관계를 문학적 질감으로 풀어낸 성향은 이전에도 발견된다. 예를 들어, 김동인의 ‘붉은 산’이나 ‘감자’도 현실의 관찰과 문단 내 인물들이 뒤섞인 다층적 시선이 스며 있다. 이러한 김동인적 환유(換喩)는 곧 그만의 문학적 서명(signature)이다. 이를테면 상대의 특이점(신체적 특징이나 사소한 버릇 등)에 집착하다가 자신을 발견하는 인물의 모습을 통해, 예술가란 누구와 닮지 않았나 끈질기게 묻는다. 바로 이 지점에서 모델론 논쟁이 발생한다.
논쟁의 출발선은 우선 김동인의 단서가 모호함에 있다. ‘발가락이 닮았다’의 주인공은 식민지 조선 지성사회 속에서 본인보다 더 인정받거나 자의식이 강한 동료에게 느끼는 못마땅함과 자기비하를 담는다. 이 주인공의 외양적 면모, 생활방식, 반복되는 좌절 등이 염상섭의 평전이나 당시 신문비평 등과 맞물리며 의심을 키운다. 한편으론, 직접적으로 염상섭의 이름을 거론하거나 명백히 그를 겨냥한 언술은 드러나지 않는다. 김동인은 현실비판과 동료풍자 사이에서 늘 간극을 두는 경향이 있었다. 그는 작품에 실제인을 투영할 때조차도 작가적 유희와 왜곡, 허구적 구성을 꼬아 넣었다. 결과적으로, 염상섭 모델설에 대해선 확증도, 완전한 부정도 어렵다.
최근까지 국내 주요 문학 평론가들은 두 갈래로 나뉜다. 한 쪽에서는 김동인의 문학이 ‘관계의 미학’을 실험했다는 점에서, 비단 염상섭 개인이라기보다 자신과 비슷하면서도 근본적으로 다른 타인—그들 모두를 모델로 삼았다고 본다. 또 한 측에서는, 당대 염상섭의 사회적 영향력과 김동인과의 경쟁 관계, 그리고 ‘발가락’ 같은 신체적 아이콘이 실제로 염상섭을 암시한다고 지적한다. 후자의 견해는 문단 내 회고담, 염상섭의 자전적 기록, 혹은 당시 잡지 편집자들의 증언으로 뒷받침된다.
이 논쟁이 새로운 관심을 끄는 까닭은, 단순한 문단 가십을 넘어 한국문학의 ‘자기반영’의 계보 때문이다. 오랜기간 한국 소설계는 자기 내면뿐 아니라 동료의 그림자를 투영하는 방식을 즐겨왔다. 김동인-염상섭 논쟁은 동료작가간 자신의 존재감, 문학판 내 위계와 우월감, 그리고 예술가의 곤란한 인간관계까지 흡입하는 힘을 보여준다. 독자 입장에서도 이러한 ‘모델 찾기’는 소설을 해독하는 게임이자, 창작자 내밀한 욕망을 들여다보는 창이 된다.
결국 중요한 것은, 독자가 모델 논쟁 그 자체로만 머물지 않고 당시 시대상과 문단 내 역학, 그리고 작가 김동인의 미적 실험에까지 의미망을 넓힐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발가락이 닮았다’는 순간의 호기심을 넘어, 1930년대 조선 문단을 각축장으로 삼았던 예술가들의 긴장과 욕망을, 그리고 오늘 문학이 고민할 ‘진짜 모델’은 무엇인지 다시금 묻는다.
— 한도훈 ([email protected])


김동인과 염상섭의 관계사를 아는 사람 입장에선 꽤 의미 있는 논쟁이기도 합니다. 한국 문학에서 실존 인물이 작품에 어떻게 은유되는지, 그리고 그것이 시대적 문맥과 어떻게 연동되는지까지 따져보면 단순한 가십으로 치부하기에는 아쉬운 대목이 있죠. 당대 문단의 위계, 경쟁과 긴장, 그리고 개성과 자의식의 충돌까지… 이런 논쟁이야말로 활발한 문학담론의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대중적으로는 시덥잖아 보일 수 있지만요.
관계의 미학이라… 결국 한국 문단도 자기들 싸움거리를 소설화 시켜서 독자한테 던지는 셈이지.. 근데 이런 게 많다보니 진짜 창작의 본질도 흐려지는 듯🤔 모호함, 상징 가득한 소설도 좋지만 가끔은 직설적 서사가 땡기기도 함. 결국 해석은 독자의 몫이긴 하지만ㅋㅋ
와 ㅋㅋ 발가락 가지고 이렇게 길게 해석이 가능하다고? 정말 대단하다 진짜ㅋㅋ 이런 게 연구라면 나도 연구할 수 있을 듯?!
재밌네요!! 문단의 경쟁이 이렇게 소설로 드러난다는 점도 흥미롭구요!! 작가들 사이 신경전이 진짜 예술계 전반의 모습과도 겹쳐지는 듯!
진짜 탑티어 소설가들은 이런 소소한 논란마저 작품 생명력을 늘리는 듯!! 모델이 누구든 결국 텍스트가 남는 거 아니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