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요리사’를 둘러싼 허위 루머, 그리고 제작진의 침묵이 멈췄던 순간

겨울 아침의 주방은 유난히 정적이다. 조용히 김이 오르는 냄비 옆, 누군가의 마음은 소란스러웠을 것이다. 최근 인기 예능 프로그램 ‘흑백요리사’의 한 셰프가 뜻밖의 루머에 휘말리며 제작진이 강경 대응에 나섰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사실의 무게와 루머의 부스러기 사이에서 공기는 쉽사리 맑아지지 않는다. 논란의 시작은 한 커뮤니티 게시물, 그리고 연이은 익명 SNS 계정의 폭로에서 비롯되었다. 특정 요리사의 인격과 경력, 그가 주방에서 보였던 태도까지 의심하는 말들이 줄줄이 등장했고, 일부 대중은 그럴듯한 단서 대신 의혹을 키우는 단어들에 오래 머물렀다. 원색적이고 즉각적인 반응이 넘쳐나는 온라인, 그러나 언젠가처럼 침묵이 길던 제작진이 칼을 빼들었다는 점이 이 사안의 풍경을 다르게 만든다.

제작사는 긴 성명을 통해 해당 루머를 전면 부인하며, 허위 유포자에 대한 법적 조치 의사를 밝혔다. 무엇보다 인물의 이름이 언급된 시점은 짧았으나, 그 파급력은 커다란 돌멩이 하나가 잔잔한 연못에 남긴 물결처럼 길게 번졌다. 그러나 이번에는 이따금 보아온 연예계의 ‘잠정 대응’ 혹은 ‘사실 무근’ 입장과 달리 보다 구체적인 증거와 의도를 밝히겠노라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해당 셰프가 프로그램 내외에서 보여준 이미지, 정제된 검은 셰프복과 흰 앞치마와 같은 상징이 루머에 불을 지폈다 평한다. 미디어가 소비되는 방식, 그리고 예능 속 캐릭터와 현실의 경계가 얼마나 옅어졌는지 새삼스레 돌아보게 하는 순간이다.

‘흑백요리사’가 인기를 얻는 데에는 요리 이상의 정서가 있었다. 서로 다른 배경의 셰프가 협업과 경쟁을 동시에 펼치는 구성이, 흔한 맛집 소개나 레시피 공개와는 결이 달랐다. 드라마틱한 음악과 공들인 조명, 카메라 시점에 실린 이야기까지 시청자의 경험으로 흘러든다. 그런 공간에서 각인된 요리사의 한 마디, 손놀림 하나마저 쉽게 화제의 도구가 되곤 했다. 이 프로그램에서 음식을 만드는 시간은 단순한 레시피를 따라하는 작업이 아니라, 사람과 공간, 그리고 기억이 어우러지는 감정의 직조 그 자체였다. 그래서일까. 누군가의 논란에 프로그램 전체의 공기마저 무거워진다.

한편, 유사한 루머 논란은 서구의 유명 셰프 프로그램이나 국내 타 장르 예능에서도 반복되어왔다. 내밀한 주방이라는 공간, 혹독한 경쟁과 진심 어린 위로가 오가는 장면들은 때로는 극적인 오해와 혼란을 안겼다. 해외에서는 제작진 혹은 방송사가 신속하게 명예훼손 소송에 돌입하거나, 논란의 당사자가 직접 대중 앞에 선례도 흔하다. 그러나 한국 예능 특유의, 모두가 한 가족이 되고 싶어 하는 문화와 다소 느린 대응이 교차할 때, 이번 ‘흑백요리사’ 사태처럼 드문 빠른 반응은 쉽게 잊히지 않는다.

온라인 시대의 한복판에서 요리사는 주방 안보다 더 많은 노출을 감수해야 한다. 프로그램이 성장할수록 셰프의 개인적 삶조차 일상적 궁금증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이는, 한 인물이 쌓아온 시간과 공간, 따뜻한 정성까지 부정당할 수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허위 루머가 사실로 오인될 때, 가장 먼저 파괴되는 것은 맛이나 레시피가 아니라 마음이다. 마치 정성껏 만든 수프 위로 한 뼘의 먼지가 내려앉은 것과 같다.

요리 프로그램 안에서 음식을 빚는 장면은, 때때로 한 사람의 인생을, 때로는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시청자의 삶의 조각을 위로한다. 우리는 각자의 식탁 위, 혹은 밤늦은 TV 앞에서 그들의 노력과 이야기에 위로를 받는다. 그 위로가 구설에 휘말리는 현실은 아쉽고도 아프다. 제작진이 선택한 신속한 대응은, 루머의 파도를 더는 두고 보지 않겠다는 단호한 의지의 표현이다. 앞으로는 요리사와 시청자 모두의 마음이 조금 덜 어지러워지길, 또 주방의 온기가 다시 예능 전체를 덮어주길 바란다.

사람은 기억보다 속삭임에 더 오래 머무를 수 있다. 헌데 사실과 진심이 사라지지 않도록, 오늘의 이 겨울 아침에 또 한 번 마음을 다잡는다.

— 하예린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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