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운송 생태계 흔드는 HMM 피소, 예측 불가한 리스크의 시대
최근 HMM이 미국의 대형 생활용품 유통사 파산 이후 날벼락 같은 소송에 휘말렸다. 소송을 제기한 쪽은 American Living Supply(ALS)로, 이미 파산 절차에 들어가 상장폐지까지 된 기업이다. ALS 측은 HMM이 컨테이너 화물 운송 과정에서 심각한 지연을 일으켰으며, 부당하게 높은 운임을 청구했다는 점을 핵심 쟁점으로 삼고 있다. 글로벌 해운 고금리와 코로나 팬데믹 발발 이후 해상운임의 역대급 상승을 직접 경험한 업계에서는 ‘운임 소송’의 파장이 결코 작지 않다. 파산한 미국 생활용품업체가 건 화물 운송 지연 및 부당 운임 청구 소송은 HMM뿐 아니라 동아시아 해운사 전반, 나아가 글로벌 공급망 신뢰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최근 미국 소비재 시장은 극심한 변동성을 보인다. 재고 과잉과 오프라인 리테일 붕괴, 이에 따른 파산 신청이 줄을 잇는다. HMM에 소송을 건 ALS 역시 시장 주도권을 넘어서지 못하고 구조조정에 실패한 전형적 예시다. 반면, 글로벌 선사들은 치솟는 운임과 항로 혼쟁에서 화주와의 계약 기반 신뢰가 큰 과제로 부상한다. HMM의 사례에서도 확인되듯이, 실제로 선박 적체 및 항만 셧다운, 운임 맞추기, 서비스 이행 시기 등등 세밀하게 조율되어야 할 ‘트렌드’ 요소가 2025년~26년에도 리스크로 남는다.
중요한 것은 소비자 습관의 변화에 따라 글로벌 유통·물류가 한 번 ‘삐끗’하면 도미노처럼 리스크가 번진다는 점. 팬데믹 이후 대량 구매-저장보다 실시간, 소규모 유통 중심 문화가 정착하면서, 정시 배송 실패에 대한 용인도가 확연히 떨어졌다. 소송에서 ALS가 HMM 측에 제시한 민사 청구 내용도 ‘수일 단위’의 지연과 ‘계약상 상정된 운임 대비 이례적 청구’에 초점이 맞춰졌다. 화주(수입자/수출자)가 이전처럼 ‘대기업 운임=신뢰’라는 공식만으로 거래를 지속할 수 없는 신호다.
트렌드 분석 차원에서 현재 글로벌 생활/소비재 공급망은 불확실성에 민감하게 튄다. HMM의 해운서비스 지연, 부당 운임 논란을 바라보며 국내외 중소·대형 수요처들은 ‘계약 신뢰성 붕괴’ 공포를 공유한다. 최근 비슷한 소송이 대만의 에버그린, 중국의 코스코 등 동아시아 기반 선사에도 확산되고, 미국 내 터미널 이용료와 수수료 청구 문제로 이어졌다. 운임시장 정보 비대칭성과 선사의 강한 가격 결정권이 소비자·기업 양쪽 반발로 표출된다. 동시에, 첨단 물류 추적 시스템과 데이터 기반 운송 계획이 확산될수록 ‘디테일 독해력’이 앞선 기업만 살아남는 절대 과제가 선명해진다.
국내 소비자 입장에서는 해당 이슈가 당장 체감되진 않지만, 한진 해운 파산이나 팬데믹 초유의 해상운임 급등기 때처럼 글로벌 생활용품 공급 차질과 물가 급등 현상이 언제든 재현될 가능성을 내포한다. 특히 MZ세대 소비자는 ‘배송=신뢰=브랜드’ 공식에 매우 민감한 편. 딜레이나 오류가 발생할 경우 브랜드 충성도 이탈이 빠르고, SNS 등지에서의 불만이 금세 트렌드가 될 수 있다. 국내 유통사, 수입업계, 3PL 등 물류업체도 이 소송의 ‘후폭풍’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구조다.
흥미로운 포인트는 대형 생활용품 브랜드조차 해상운송 지체와 운임 기준에서 수동적 피해자가 아니라는 사실. ALS 같은 유통업체가 소송전으로 맞불을 놓는 상황은 오히려 향후 선사-화주 분쟁 양상의 동적 변화를 알린다. 불리한 환율, 지역별 항로 정세, 항만 노동력 수급 등 그 어느 것 하나 예측이 쉽지 않은 2026년. 이 모든 변수에 일상적으로 노출된 공급망 플레이어들은 이제 ‘안전한 대형 계약’보다는 탄력적·투명한 협상력, 고도화된 체계적 고지·피드백에 훨씬 주목한다.
마지막으로, 이번 사례가 라이프스타일 소비자 심리에도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내가 사는 순간을 결정짓는 것은 합리적 가격 못지않게 확실한 배송 약속’이란 점. 부당 운임 논란에 휘말린 글로벌 해운사의 뉴스를 접하며, 생활 속 브랜드 선택에도 예측 가능성과 신뢰도라는 신(新) 트렌드가 가치를 더한다. 앞으로 각국 소비재시장은 ‘투명성·속도·정확성’ 삼박자를 갖춘 파트너를 더 냉정하게 골라낼 것이다. 이 소송 이슈를, 이국의 해운시장 뉴스에서 끝나는 일회성 이슈로 넘길 수 없는 이유다.
배소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