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를 다시 본다: 기억과 변화가 공존하는 ‘관광의 도시’ 이야기

경주는 한국 여행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마음에 품는 이름이다. 수많은 석탑과 연못, 바람에 머무는 역사, 그 곁에서 수백 년 뿌리내린 고목들까지. 이 도시가 ‘관광’이라는 이름 아래 하나의 생태계로 형성되어온 과정을 온전히 정리한 책이 세상에 나왔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 발간한 ‘경주: 관광과 역사’는 제목 그대로 경주라는 공간이 어떻게, 그리고 왜 특별한 여행지로 자리잡아 왔는지를 차분하게 톺아본다. 단순히 벚꽃이 흐드러진 봄, 청명한 하늘 아래 드리운 불국사의 처마, 혹은 그날의 촉촉한 돌담 너머 숨은 맛집에 대한 가이드로 그치지 않는다. 경주라는 ‘여행의 시간’을 지탱해온 사람·자연·기억의 층위를, 매우 천천히 그리고 세심하게 풀어낸다. 관광도시로서 경주는 오랜 시간 수많은 변화를 겪어왔다. 역사적 사건의 굴곡, 관광 인프라의 변화, 그리고 그 공간을 찾는 수많은 이들의 욕망까지—모두가 이 책에 고루 흘러든다.

경주라는 도시는 신라 천년의 위엄을 품었지만, 동시에 빠르게 변모하는 현대 한국의 도약과도 깊이 맞닿아 있다. 1960~70년대 관광정책이 본격적으로 수립되고, 불국사·석굴암 복원사업과 첨성대 야간개장 등 시대별로 달라진 관광 트렌드도 그 곳곳에 켜켜이 차곡차곡 쌓였다. 한옥 숙소와 전통찻집이 유행하던 시절도, 욱일장(역사 사료관)이나 무장애 관광로 같이 사회적 변화와 기술이 반영된 공간들도, 지금의 경주라는 풍경을 만들어낸 중요한 축이었다. ‘경주: 관광과 역사’는 이런 변화의 힘이, 단순히 문화유산을 향한 애틋한 시선에 머물지 않았음을 꼬집는다. 경주를 찾는 오늘의 여행자들은 과거라는 배경 위에, 저마다의 일상을 올려놓고 순간을 받아들인다. 거대한 사찰이 보듬는 고요와 스마트폰 속 AR 해설이 만나는 새벽, 수학여행 단체가 남긴 기념사진과 재방문 가족들의 웃음소리마저도 이 도시의 경관 일부가 된다.

책은 전문가의 자료, 각종 여행 에세이, 그리고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사진들을 두루 인용한다. 경주의 관광이 ‘순수한 과거 재현’이 아니라, 끊임없는 상호작용 속에 진화해온 복합문화적 체험임을 시사한다. 도시의 공간 재편, 방문객 동선의 변화, 현지 주민들의 삶을 비롯하여, 한복 대여와 전통시장 리뉴얼, 카페와 숙박업의 부상 같은 새로운 트렌드까지 한묶음으로 조망한다. 관광은 사실 ‘경험을 소비하는 행동’이기에, 방문하는 이 각자의 시선이 때론 그 공간의 운명을 바꿔놓기도 한다. ‘경주: 관광과 역사’는 이 거대한 파노라마를 다정한 시선으로 따라간다.

어쩌면 경주는, 여행이란 무엇인지를 묻는 거울 같은 존재다. 같은 건물, 같은 골목을 여러 풍경으로 새로이 기억하는 도시. 누군가는 신라 유적을 따라 전통의 숨결을 음미하고, 또 누군가는 카페 창가에서 현재의 순간을 남긴다. 책에서 다뤄지는 다양한 사례들, 시대마다 달라진 관광의 결을 통해, 경주는 누군가에게는 오래된 마음의 풍경이고, 또 누군가에겐 지금 이순간만의 특별한 추억이 된다. 과거의 시간을 지금-이곳에서 마주하는 경험, 한 도시의 역사와 일상의 경계가 어떻게 허물어지는지, 이 책은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보여준다.

경주는 관광도시로서 여전히 시험대에 올라 있다. 급증하는 방문객과 혼잡해지는 도로, 관광과 보호 사이 균형 문제, 새로운 명소에 쏠리는 관심과 전통 명소의 재해석, 그리고 변화에 적응하는 지역 주민들의 속사정까지—모두가 ‘관광의 형성’이라는 단어 밑에서 동시에 응답해야 할 화두다. 하지만 이 모든 이야기의 끝엔 항상, 삶 그 자체를 아름답게 감싸는 ‘경주’라는 배경이 있다. 우리가 경주를 다시 찾아야 하는 이유, 그 동경의 실체는 아마 이 변화와 기억이 교차하는, 그 순간의 공간에서 발견된다.

석양 내려앉은 대릉원 돌담을 따라 걷는 그 순간처럼. 고요한 저녁의 전통 찻집에서 지나간 시간을 이야기하듯, 경주는 여전히 우리 모두의 여행이 된다. 변함 없이, 그리고 조금씩 달라진 채. — 하예린 ([email protected])

경주를 다시 본다: 기억과 변화가 공존하는 ‘관광의 도시’ 이야기”에 대한 7개의 생각

  • 역사+관광=흥미! 신라유적 못가본 사람 나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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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광이랍시고 또 뽑아먹을 궁리하는 건가…경주는 원래도 붐비던데 뭔 더 바뀐다니 피곤하다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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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역사와 관광, 두 가지가 잘 어우러진 도시라고 생각합니다😊 책 발간된 거 반가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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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주도 이제 다 똑같음!! 옛날 감성도 한계가 있지… 이런 책 나온다고 달라질까?? 관광한다고 뭐 대단한 변혁 온 것처럼 평가는 넘 거창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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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주 관광의 변화? 그 전엔 수학여행 코스, 이젠 셀카 명소… 다음은 뭐지, VR로 대릉원 산책?? 관광이니 역사니, 결국은 돈맥! 얘기하는 거 아냐? 아 근데 저 돌담길은 진짜 예쁘긴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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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점가면 꼭 이런 책 한켠에 있더라. 대개는 겉핥기 수준… 근데 경주 얘긴 누구나 공감 가겠네. 관광지 그만 리뉴얼 좀 했음 좋겠다. 주변 상권이나 좀 챙겨주시지; 한복 입고 사진 찍으려다 결국 덤터기 쓰는게 요즘 현실인 듯… 역사 운운해도 결국 한 번 더 팔아먹는 거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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