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 된다고 부침개처럼 뒤집나”…호남 이전론 휩싸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가보니

정부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새해 벽두부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지역 이전 문제가 재점화됐다. 주요 반도체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가 집결된 경기 용인 일대는 그간 국가 차원의 첨단산업 벨트 역할을 해왔으나, 총선을 앞두고 호남 이전론이 수면 위로 떠오르며 업계, 지역사회, 정책계 전반에 미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실제로 지난 연말부터 여당 및 일부 야권 인사들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일부 또는 신규 투자를 광주ㆍ전남권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세우면서 산업정책과 정치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당장 공급망 안정·글로벌 경쟁 대응이라는 첨단산업 육성 논리와, 지역균형발전·표심 확보라는 정치경제적 논리 사이의 충돌이 불가피한 현실로 다가온다.

현장 상황을 들여다보면, SK하이닉스 등 주요 반도체 플레이어들이 참여 중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이미 총 120조 원 규모 투자가 순차적으로 진행되며,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내 핵심 거점으로 자리매김했다. 미국, 일본, 대만 등 주요 경쟁국이 기술·인재 클러스터 집적화를 통한 초격차 경쟁에 박차를 가하는 상황도 참고해야 한다. 대만의 신주사이언스파크, 미국의 텍사스 반도체 벨트, 일본의 구마모토 현 TSMC 공장 등 글로벌 주요 거점 사례도 지역 분산보다 집적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음은 산업 전략 차원에서 중요한 신호를 준다.

국내에서도 클러스터형 집적투자가 갖는 효율성과 혁신성은 이미 지난 10년간 경험적으로 증명된 바 있다. 클러스터 내에서의 반도체 소재·부품·장비(SiP&E) 및 설계, 테스트 전문기업과 대학·연구기관이 긴밀하게 협업할 수 있는 네트워크가 상호간 기술 진화를 가속한다는 점이 그 근거다. 인근 반경 10km 이내에서 소부장 스타트업부터 대기업 R&D센터, 배후의 우수 인력까지 한데 모여 효율적으로 구조를 짤 수 있다. 이에 따른 경제적 파급 효과는 일자리 창출, 지역 내 경제 활성화, 연관 중소협력업체 성장 등 다방면에서 입증되고 있다.

하지만 지역 균형발전 정책의 오랜 숙제 역시 간과할 수 없다. 수도권 규제 완화와 집적화 전략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호남 등 지역 산업기반의 위축, 사회적 불평등 문제로 이어졌다는 비판과 정치적 반작용이 지속돼 온 것도 사실이다. 최근 총선을 앞두고 쏟아진 ‘호남 이전론’과 같은 주장은 결국 이러한 불균형에 대한 응답이 필요하다는 압력으로 표출된다. 이미 수도권 집중과 지방 소외의 간극, 그리고 반도체 산업의 독과점적 생태계에 대한 정치적 경계가 맞물리면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미래 또한 예측불허로 흐르게 됐다.

업계 관계자들은 정치 논리가 투입될 경우 글로벌 경쟁력 약화, 신속한 의사결정 및 실행 부진 등 산업 경쟁력 전반에 부정적 영향이 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실제로 일본은 수도권과 규슈, 미국은 텍사스와 애리조나 등 일부 특화 지역에 대형 투자를 집중시키며, 산업 역량의 선택과 집중 전략을 고수한다. 이는 인력 확보, 기술 협업, 공급망 안정이라는 삼박자를 동시에 충족시키기 위한 전략적 포석이다. 단순히 정책 선심이나 표심 얻기에 국한된 분산 투자론이 오히려 시장 경쟁에서 뒤처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세계 사례는 분명히 보여준다.

한편, 지자체와 시민단체 등은 ‘용인과 수도권이 모든 혜택을 독점하고 있다’는 불만과 동시에 ‘균형발전을 위한 투자이전 필요성’을 다시금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반도체는 고도의 인력, 인프라, 물류, 전력 등 복합 요소가 동시에 작동해야 시너지가 극대화되는 산업이다. 단순 이전으로는 기술·생산·공급망이 분산돼 경쟁력 자체가 약화될 수 있다는 산업계의 경계감도 높다. 실제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물론, 주요 글로벌 반도체 수탁기업 경영진도 ‘클러스터 내 협업 시너지가 산업의 생명선’임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정책 당국은 산업 및 정치 논리, 균형발전과 혁신, 현실적 한계 사이에서 역할을 신중히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미래 첨단산업 성장과 지방 발전이 상생할 수 있는 합리적 해법이 요구되고 있다. 핵심은 정치적 이슈와 산업 정책의 혼재를 경계하면서, 장기적 관점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잃지 않는 전략적 결정에 있다. 무엇보다 ‘부침개 뒤집듯 손쉽게’ 대규모 첨단투자를 이전 대상으로 삼기보다, 세계 시장 동향·집적화 효과·국가 경쟁력 측면에서 충분한 논의와 합의가 전제돼야 할 것이다.

고다인 ([email protected])

“표 된다고 부침개처럼 뒤집나”…호남 이전론 휩싸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가보니”에 대한 5개의 생각

  • 또 선거철 갑툭튀? 🤔 반도체가 무슨 전봇대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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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침개 맛있겠다 ㅋㅋ 근데 이 뒤집기 게임 누가 득 될지 진짜 궁금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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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책임한 이전 드립 진짜 🤔 오히려 혼란만 가중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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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런 기사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인데, 지방정치랑 첨단기술을 섞으면 부작용이 너무 큼… 그냥 자율주행 로봇처럼 데이터 따라 결정합시다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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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olf_molestias

    정치는 경기장, 기업은 선수인데 룰이 자꾸 바뀌면 경기 하겠냐고. 현실 좀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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