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쩔수가없다’, 미국 45개 극장 상영에서 조용한 반향…한국 독립영화의 현주소와 의미

한국 독립영화 ‘어쩔수가없다’가 미국 내 45개 극장에서 상영되며 박스오피스 12위에 오르는 성과를 기록했다. 수치상으로 보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비해 대단한 성적은 아니지만, 독립예술영화의 해외 극장 상영이 안정적으로 이뤄지고 관객의 자발적 관심이 이어졌다는 점은 분명 의미 있는 일이다. 흥행이 소리 없이 펼쳐졌다는 기사 제목처럼, 주류의 요란함이나 키치적 홍보와는 거리를 두고 천천히 관객이 모여든 현상은 최근 몇 년간 지속 중인 글로벌 영화 시장의 다양성 추구, 그리고 한국 문화 콘텐츠의 확장 흐름을 재확인하게 한다.

‘어쩔수가없다’가 거둔 흥행의 의미는 단순한 매출 수치 이상의 뉘앙스를 담고 있다. 국내외 여러 영화제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왔지만, 한국 시장 자체의 구조적 한계로 인해 극장 상영과 대중적 접근에는 쉽지 않은 벽이 존재했다. 미국 현지 내 45곳 이상 극장과의 배급 계약, 그리고 박스오피스 12위라는 기록은 K-콘텐츠가 우연이나 단발성 트렌드에 그치지 않고, ‘일상성’에 대한 세계적 공감과 선택을 이끌어내고 있음을 시사한다. 그 중심에는 영화의 힘, 그리고 이 영화를 현실로 만든 무명의 배우, 스태프, 그리고 관객 자신이 있다.

정작 이 영화가 미국 관객에게 선택을 받은 핵심은, 한국 사회의 자화상이나 현실, 혹은 체념이 아니라 ‘평범함 속의 공감’이다. 다양한 인종과 배경을 지닌 현지 언론과 관객이 본 작품에는 비극적 현실을 내세우기보다는, 인간 본성의 강인함, 작은 행복의 집념, 사회적 소외와 가족의 연결 고리 등 한국 사회와 맞닿은 보편적 정서가 자연스럽게 그려졌다. 이는 미국 영화계 내에서도 점점 두드러지고 있는, ‘현실 기반 서사’와 ‘일상적 공감’에 대한 수용 경향과 맥을 같이 한다. 마치 지난 몇 해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나, 윤여정 배우가 등장한 ‘미나리’ 등에서 느껴졌던 방향성이다. 그러나 ‘어쩔수가없다’는 더욱 로우파이한 프로덕션, 그리고 일상적 대사, 자연스러운 연기로 ‘현실’의 거친 숨결을 전한다.

이 영화의 흥행은 동시에 미국과 유럽의 극장 배급망 속에서 한국 독립영화가 새로운 흐름을 만들고 있다는 신호로도 읽힌다. 최근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 등 OTT의 세계화 속에서, 다시 극장 스크린으로 회귀하려는 시도도 꾸준하다. 그 사이 틈새 시장이라고 여겨졌던 아트하우스, 독립영화관, 시네마테크 등에서 한국 독립영화의 비율이 꾸준히 늘고 있다. 시장 논리로만 보자면 상업성 국산 블록버스터가 절대적 선택지로 여겨질 수 있겠지만, 새로운 관객 세대와 미국 내 한인 및 동아시아 커뮤니티, 그리고 영화적 다양성을 찾는 비평가 그룹은 이러한 ‘작지만 강한’ 작품들에 반응한다. 실제로 상영 성적을 이끈 주된 관객층은 현지 대학생, 영화 전공생, 그리고 미주 한인 등으로 조사됐다. 이들의 구전(口傳)과 소셜미디어 내 평가는 기대 이상의 다양성을 나타낸다.

이번 현상을 국내 영화계 내부에서는 어떻게 해석하고 있을까. ‘어쩔수가없다’의 미국 박스오피스 12위 기록은 한국 내 독립영화 제작자, 배급사, 그리고 창작자들에게 새로운 도전이자 위로로 읽힌다. 국내에서는 극장 상영관 부족, OTT 장벽, 홍보 비용 부담 탓에 많은 작품이 관객과 만나지 못하는 실정이다. 하지만 해외 시장에서는 오히려 현실의 구체성과 현지화 고민이 잘 반영된 작품이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실제로 해외 배급을 지원하는 한국의 ‘영화진흥위원회’는 올해 들어 관련 지원을 강화하고 있으며, 현지 배급사와의 파트너십, 현장 홍보 강화책이 조금씩 효과를 보이고 있다는 평이다. 이 흐름은 배급 포스트포스트시대의 새로운 전략적 접근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물론, 이러한 해외 흥행이 국내 독립영화 생태계 전반에 긍정적 파급 효과만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현지 상영관의 선택 기준, 번역과 현지화 과정에서의 미묘한 문화적 오독, 그리고 꾸준한 관객 유입을 위한 한계는 여전히 존재한다. 특히, 상업 배급사와의 경쟁, 한시적 흥행 열기에 그치는 리스크 등은 향후 창작자와 배급사가 숙고해야 할 대목이다. 하지만 적어도 ‘어쩔수가없다’의 사례는, 회색 도시와 평범한 인생을 담백하게 그려낸 한국 독립영화가 더 넓은 세계에서 새로운 관객과 공명할 수 있음을 잘 보여준다.

결국 이 성공은 ‘작은 영화, 그러나 큰 이야기’의 가치가, 국경과 언어를 넘어 현시대의 영화 관객들에게 어떻게 울림을 주는지에 대한 소박한 증거다. 소리 없는 흥행, 사회 주변부의 소리를 담아낸 영화, 그리고 그 가능성을 진심으로 응원한 사람들의 연쇄가 바로 오늘 한국 영화의 힘이다. 상업적 대흥행의 환호는 없었다. 대신 조용하지만 단단한 발걸음들이 앞으로의 한국 독립예술영화에 중요한 길을 밝히고 있다는 점, 지금 이 순간 우리가 주목해야 할 함의다.

— 이상우 ([email protected])

‘어쩔수가없다’, 미국 45개 극장 상영에서 조용한 반향…한국 독립영화의 현주소와 의미”에 대한 5개의 생각

  • hawk_recusandae

    박스오피스 12위면 대박은 아니고 걍저냥?? 근데 미국 상영한게 신기함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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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정도면 선방인듯ㅋ 소재가 대중적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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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스오피스 12위… 어쩔수가없나봐요😅 라임폭발하네 진짜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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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영화 해외에서 볼 수 있다는 게 신기해요🤔 현지 관객들이 좋아했다니 대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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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짜 상업영화 아니고 독립영화가 해외에서 이런 성과내는 게 의미있죠!! 다음엔 10위권도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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