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영화] 로스트 도터, 어머니라는 이름과 관계의 균열에 대하여
바다 위 고요한 휴양지에서, 마치 내면의 풍랑처럼 출렁이는 어느 한 여성의 시선을 따라가 본다. 영화 ‘로스트 도터’는 쉽게 정의 내릴 수 없는 감정, 무겁고 짙게 내려앉은 ‘불완전한 모성’이라는 단어를 우리 곁에 조용히 놓아둔다. 매번 짙은 미소와 행복으로 포장되던 ‘엄마’라는 이름 너머로 균열이 스며들 때, 우리는 어떤 얼굴을 떠올릴까. 렐다(올리비아 콜맨 분)는 가족과 떨어져 혼자만의 휴가를 떠난다. 작열하는 햇살 아래 반복되는 휴식과, 조용한 감상을 위한 책 읽기. 하지만 해변에 도착한 젊은 엄마 니나(다코타 존슨 분)의 존재, 그리고 니나의 딸 엘레나가 실종되는 사건은 렐다의 감정에 새로운 균열을 만든다. 관객은 렐다의 굳은 입술에서 새어 나오는 ‘과거의 자신’과 상처들을 천천히 읊조리게 된다.
아기를 안아 들고 잠 못 이루던 밤, 손끝에 남은 아이의 체온, 종종 밀려드는 후회와 해방감. 영화는 이 모든 것을 설명하지 않는다. 오히려 불명확하게, 차갑고 모호한 이미지와 감정의 결을 따라간다. 렐다가 엘레나의 인형을 몰래 숨기면서 불안과 죄책감, 치유될 수 없는 상처를 동시에 드러내는 모습에서 관객은 ‘선’과 ‘악’의 이분법을 넘어서 인간 그 자체를 본다. 날카로운 파도 소리, 스쳐가는 바람, 현기증처럼 다가오는 렐다의 회상. 그것은 우리가 평소 외면했던 육아의 무게, 자신이 스스로를 증오하게 되는 ‘모성의 어두움’을 에둘러 보여준다.
‘로스트 도터’의 카메라는 단 한 번도 렐다를 완전히 단죄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녀의 불완전함과 두려움, 그리고 과거의 자신을 다시 마주하는 용기를 담담히 지켜본다. 누군가에겐 이 영화가 불편하고, 누군가에겐 깊은 위로다. 여성의 삶, 그리고 모성의 진실은 결코 단선적이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많은 평론가들은 이 영화를 두고 “돌이킬 수 없는 선택”에 대한 이야기라 평한다. 렐다는 젊은 엄마였던 시절 두 딸을 사랑했고, 그만큼 벗어나고 싶었다. 그래서였을까. 그녀가 두고 온 과거와 스스로 거리를 두려 했던 모든 장면들이, 오히려 관객에게 ‘이해’와 ‘연민’을 동시에 느끼게 한다.
헐리우드의 젠더 담론이 강력히 내리꽂히는 요즘, 이 작품은 섣불리 함부로 결론짓지 않는다. 여러 매체의 이 리뷰들에서처럼 감독 매기 질렌할은 편견을 걷어내고 인간 렐다를 보여주는 데 집중한다. 라디오 시계 소리, 바닷물에 뛰어드는 장면, 그리고 빛에서 그림자로, 그림자에서 다시 빛으로 나온 그녀의 얼굴… 렐다를 연기하는 올리비아 콜맨의 감정선은 파도처럼 출렁인다. 모습과 대사가 적음에도, 그녀의 고요한 눈빛이 모성의 상처와 용기를 고스란히 전한다. 다양한 해외 평론 역시 이 영화가 가진 다층적인 질문–“엄마는 완벽해야 하나요?” “모성에도 도망이 필요한가요?”–에 주목했다.
아이를 사랑하면서도 자신이 사라져버릴 것 같은 두려움, 누군가의 딸로서 받은 사랑과 상처, 어른으로서의 새로워진 외로움. ‘로스트 도터’는 관객에게 감히 대답하지 않는다. 대신 거울을 내민다. 어쩌면 렐다의 손끝에 남아 있는 모래와, 심장으로 직접 새겨진 죄책감이, 우리 모두의 삶 속 어딘가에도 존재한다는 심연을 가만히 비춘다. 쉽게 잊어버릴 수 없는 엔딩. 한없이 자유로워지고 싶은 욕망과,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숙명 사이에서, 렐다가 조용히 흘리는 눈물은 무언의 위로가 되기도, 또 심판이 되기도 한다.
스크린 너머 당신이 지금 무엇을 살아내고 있든, 이 영화는 결국 말한다. “불완전함을 받아들이는 용기야말로, 어쩌면 진짜 사랑일 수 있다고.” 더 많은 가족, 더 다양한 모성의 모습이 그려질 앞으로의 시간들. ‘로스트 도터’는 은은한 시계소리만큼이나 잊지 못할 작품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고요한 분열과 상처에서, 다시 한 번 자신을 바라보게 된다.
— 정다인 ([email protected])


이런 이야기, 한국에도 꼭 필요하죠. 진짜 솔직하게 모성 이야기 나온 적이 별로 없어서 기성세대한텐 생소할 듯. 궁금하네~
와 이거 진짜 사회적이네ㅋㅋ 감정 미쳤다 굳👍
역시 뭐든 미화하면 다 망하는 거 알지!! 삶이란 원래 더럽고 복잡한 거라고!! 영화 좀 현실성 찾았다 싶네~
모성이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은 구시대 유물이지~ 근데 가끔은 이런 예술영화 보다가 현실을 외면하는 나 자신 발견함. 그런데도 인간의 불완전함에 직면하는 용기, 이거 생각보다 어렵더라. 현실의 모성은 매일이 전쟁임. 감독님, 배우들 전부 과몰입해서 연기하는 거 보고 순간 숨 막혔음. 이런 영화를 계기로 사회의 시선도 조금 더 부드러워졌으면 좋겠다는 소꿉친구의 소망을 전함!!🔥
위선적인 모성찬양 이제 지겹다고!! 누가 좀 솔직하게 다루겠다는 시도 좋은데… 현실에선 욕만 먹지 또. 그 용기가 진짜라면 응원함.
다들 너무 완벽하게 살아야 하는 거 아니냐… 그냥 좀 내려놔도 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