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붕괴 앞, 44% 인구 ‘식탁혁명’이 유일해진 현실

전 세계 인구 44%가 식단을 바꿔야 한다는 경고가 과학계에서 다시 한 번 제기됐다. 국제연합 식량농업기구(FAO)와 옥스퍼드대 연구진 등 복수의 국제기관에서 2026년 발표된 새로운 종합 리포트에 따르면, 현재의 식습관 구조가 지속된다면 지구 평균기온 1.5℃ 초과는 사실상 피할 수 없는 수순으로 굳어질 것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이번 분석은 단순히 식품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만을 겨눈 게 아니라, 전세계 식량 유통, 소비 단계에서의 구조적 낭비와 식품 선택 패턴까지 종합적으로 추적한 결과라는 점에서 그 이전 보고서들과 결정적인 차별성을 가진다. 즉, 이제는 단순 산업 개혁이나 친환경 기술만으로는 한계에 봉착했고, 지구촌 시민 절반에 가까운 인구가 직·간접적으로 ‘식탁의 전환’에 참여하지 않으면 문제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냉정한 분석이다.

데이터를 들여다보자. 지구 전체 온실가스 배출의 약 31%가 식량 시스템에서 기인하는데, 여기서 육류와 유제품에 집중된 고칼로리, 고동물성 식단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을 웃돈다. 특히 중산층 이상 국가의 먹거리 소비 패턴이 문제 심화의 원흉임이 명확해졌다. FAO는 만약 지금과 같은 식단이 유지된다면, 2050년까지 식량 관련 배출만으로 목표 탄소 예산의 3분의 1을 소진하게 될 것이라 경고했다. 유럽, 미국 등 이른바 ‘고소득권’의 식단 혁신 요구가 높은 이유다. 연구팀은 이를 바탕으로 전 세계 44% 인구의 식단이 채식 위주·저탄소 중심으로 재편되어야만, 산업계 개혁–친환경 에너지 전환과 맞물려 1.5℃ 방어선 안쪽에 머물 수 있다고 결론짓는다.

이 같은 주장에 대중의 반응은 뜨겁지만, 실상 식량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는 언론·정치권에서 반복적으로 회피되고 있다. 식품 로비와 축산업계의 막강한 영향력을 감안하면, 단순한 개인 행동만으로 ‘변화’를 외치기는 허공에 메아리치는 수준에 불과하다. 이 과정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조리는, 바뀌어야 할 소비 패턴은 중산층 이상 국가와 집단에 집중되어 있음에도, 정책 권고·캠페인은 주로 개인에게 식사조절과 절약만을 강요한다는 점이다. ‘탄소 중립’ 슬로건이 실은 글로벌 축산–식품 메이저 기업의 면죄부로 악용되는 순간들이 벌어지고 있다. 실제로도 다국적 축산 브랜드들은 ‘채식 제품 보강’ ‘탄소 저감 사료’ 등 피상적 대처만 반복할 뿐, 육류 소비량 감축—즉 매출 하락을 수반하는 방안에는 고의적으로 침묵하거나 반격하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 역시 이를 비껴가지 않는다. 우리 정부와 산업 역시 ‘농업 혁신’, ‘스마트 양식’ 같은 수사 뒤에 대형 식품사의 이익을 엄호하고 있는 구조다. 농식품 분야 온실가스 배출량은 GDP 대비 세계 상위권이지만, 식단 혁신이나 육류 소비 저감은 ‘건강’ 미끼 예산에 묻어가는 정도로 소비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캠페인이나 학술 담론 차원을 넘어 농업-건강-환경 정책의 통합성 부재, 그리고 그 이면에 도사린 식품·축산 거대 자본의 이익 질서 때문임이 이번 리포트로 한층 더 입증된다.

핵심은 여기서도 ‘개인적 결의’만을 요구하는 식의 대중설득이 아니라, 거대 식품·축산 업계, 그리고 이를 방조하거나 공생해온 국가 정책의 메커니즘 전면 재검토에 있다. 먹거리 시스템 전환은 소비자만의 숙제가 아니라, 부패한 리더십과 관료, 그리고 자본력으로 짜인 기업이익 네트워크의 방어체계와의 투쟁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시민사회 역시 ‘기후위기=내가 먹는 문제’라는 담론 구도가 제기될 때, 진짜로 개혁이 필요한 대상이 누구인지를 집요하게 짚어야 한다.

이상적인 미래는 단순히 더 많은 사람이 채식을 택하는 데 있지 않다. 문제는, 생산-공급-소비로 이어진 식품 체계의 불평등, 낭비, 그리고 대기업-정부 협치 구조의 폐쇄성, 이 삼자를 동시에 깨뜨릴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기후위기를 식탁에서부터 끊어내는 첫 출발은, 개인화된 압박이 아니라 사회 시스템의 투명화와 권력재구성에 있다. 단순히 ‘음식’을 바꾸자고 외치는 캠페인식 접근은 그 자체로 성찰이 필요하다. 지금 우리가 바꿔야 할 것은 식단만이 아니다. 먹거리 권력지도, 이익의 구조적 재편, 그리고 이런 변화에서 소외된 글로벌 남방국가와 빈곤층을 배제하지 않는 연대의식까지, 기후위기 시대의 진짜 식탁 전환은 본질적으로 구조 개혁의 문제다. 더 고기 없는 하루보다 더 투명한 정책, 그리고 촘촘한 감시 체계가 우리에게 더 시급하다.

— 송예준 ([email protected])

기후붕괴 앞, 44% 인구 ‘식탁혁명’이 유일해진 현실” 에 달린 1개 의견

  • 먹는 것까지 감시받는 세상이라니…ㅋㅋ뭔가 본질이 흐려지고 있다는 생각 안 드시나요? 대기업, 정치권부터 움직이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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